그래서 오늘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2026년 5월 14일, Operation Epic Fury 공식 종료 9일째다. 휴전은 위태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 자국 SNS에 "휴전이 생명 유지 장치 위에 있다"고 적었다. 이란이 트럼프 평화안에 답을 보냈지만, 트럼프는 그 답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랐다.
레바논에선 휴전이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4월 8일 휴전 발효 이후에도 베이루트와 레바논 남부를 계속 때렸고, 그 사이 400명대 초반(레바논 보건부 5.14 발표 기준)이 숨졌다. 오늘 5월 14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후속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닫혀 있다. 5월 4일 외부 비행체가 한국 HMM 운용 화물선 'HMM Namu'를 그곳에서 때렸고, 한국 정부는 5월 10일 조사 결과를 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한국 정유사는 모두 비상 체제다.
오늘, 2026년 5월 14일.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3,200미터를 잇는 테헤란로 LED 광고판에는 폭격 후 폐허가 된 테헤란 도심 영상이 흐른다.
테헤란로 이름은 1977년 6월 17일, 골람레자 닉페이 테헤란 시장의 제안과 구자춘 서울시장의 동의로 결정됐다. 두 시장은 모두 자국 정권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란 혁명 정권은 1979년 닉페이를 처형했다. 구자춘은 그해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피살 직후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래도 거리 이름은 남았다. 1995년 12월 한국 정부가 변경을 검토했을 때 이란이 외교 경로로 반대 의사를 전해 무산됐다. 2018년 트럼프의 JCPOA 탈퇴, 2021년 한국케미호 인질극, 2024년 4월 이란의 첫 직접 보복, 2025년 6월의 1차 전쟁을 다 거치고도 거리 이름은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이 가리키는 도시는 폐허다. 한국 두 시중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동결 계좌는 2019년 9월 이후 8년째 잠겨 있다. 60억 달러는 2023년 9월 카타르를 거쳐 이란으로 빠져나갔고, 남은 돈은 그대로 묶여 있다.
1,200년의 시간표
이 관계는 쌓는 데 얼마나 걸렸고, 무너지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 이 시리즈는 1973년 경주에서 나온 황금 보검에서 출발했다. 5세기 사산조 페르시아 양식의 그 보검은 한반도와 페르시아 고원 사이 1,200년 교류의 가장 이른 물증이다.
1962년 수교는 64년 전, 1977년 테헤란로 명명은 49년 전, 2025년 6월의 첫 직접 폭격은 8개월 전 일이다. 답은 명료하다. 쌓는 데 1,200년이 걸린 관계가, 무너지는 데는 8년이면 충분했다.
1부는 1973년 5월 경주 황남동 도로공사 현장에서 시작했다. 5세기 신라 귀족 무덤에서 길이 36cm의 황금 보검이 나왔다. 사산조 페르시아 양식이었다. 한반도에 양식적 선례가 없었다. 발굴 시점부터 페르시아 양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11세기 페르시아 시인 이란샤는 1,000여 행짜리 서사시 《쿠쉬나메》에 신라 공주 프라랑과 페르시아 왕자 아빈의 결혼을 기록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페리둔이 페르시아로 돌아가 압제자를 무너뜨린다. 879년 《삼국유사》는 울산 개운포에 도착한 '용왕의 아들' 처용을 기록했다. 1969년 진단학회 학자 이용범은 처용 가면의 형상을 근거로 페르시아·아랍계 외국인설을 제기했다. 가설은 50년이 지나도록 학계에 남아 있다.
1,200년 인연은 조선 후기 약 500년 동안 끊겼다. 1962년 10월 23일 한·이란 수교로 재개됐다. 수교 시점에 양국 시민은 1,200년의 교류사를 인지하지 못했다. 1973년 계림로 보검의 페르시아 양식 판정은 2010년에 나왔다. 한국 학계는 《쿠쉬나메》의 신라 묘사를 2009년에 공식 발표했다. 1965년 발굴된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벽화의 한반도 사신 가설은 1980년대에 학계 검토가 시작됐다.
그래서 강남 테헤란로 표지석은 외교 의례의 기념물에 그치지 않는다. 한반도와 페르시아 1,200년 교류사가 지상에 남긴 가장 가시적인 표지다. 그 위에 일곱 개의 장면이 시간 순으로 포개진다. 5세기 페르시아 보검의 신라 출토, 8세기 혜초의 페르시아 입구 답파, 11세기 《쿠쉬나메》의 신라 묘사, 1024년 회회인 100명의 벽란도 도착, 1962년 박정희 정권의 테헤란 수교, 1977년 강남 표지석 제막, 그리고 2018년 트럼프의 JCPOA 탈퇴로 인한 39년 우방 관계의 종료.
관계의 끝은 이미 도시 한복판에 떠올랐다. 시작은 아직 학계의 검토 단계에 머문다. 1973년 경주에서 드러난 시작점이 결론으로 확인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2018년 단절의 의미는 2026년 강남 LED 광고판의 폐허 영상으로 비로소 시민의 눈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