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24
Part 04 / 4부 · 동결과 폭격

동맹은 끝났고,
우방은 지금
폭격당하고 있다

FROZEN × RUIN · 2018 — NOW

1차 전쟁은 12일이었다. 2차 전쟁은 첫날 새벽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38일 만에 양측은 휴전에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휴전 위로 미사일이 떨어진다.

약 18분 분량 · 9,000자 2026 이란 전쟁 중심 · 호르무즈 봉쇄 + 한국 영향
Scroll
— 이 회 한 줄 —

동맹의 끝은 누구의 결정인가.
1차 전쟁이 12일이었다면, 2차 전쟁의 휴전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

한국과 이란의 39년 우정을 끊은 결정은 워싱턴에서 나왔다. 2018년 트럼프의 JCPOA 탈퇴, 2019년 SDN 지정, 2023년 60억 달러 카타르 송금이 그 결정의 흔적이다. 2025년 6월의 폭격이 1차 전쟁이었다. 2026년 2월 28일 시작한 Operation Epic Fury가 2차 전쟁이다. 첫날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38일 만에 미국이 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휴전은 간신히 버틴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봉쇄했고, 미확인 비행체가 한국 화물선을 때렸다. 이 회는 그 2차 전쟁의 현재형과 한국의 위치를 짚는다.

— 01 —
Autumn 2019, Frozen
두 은행의 결정

9년 동안 매주 반복되던 결제가 그날 멈췄다.

9년을 매주 반복한 결제가, 어느 날 멈췄다

한국이 이란과 거래를 끊은 결정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내려졌다는 걸 아시나요? 그 시작은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사무실이었다. 한 직원이 결재 서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서 한국 정유사가 들여온 원유 대금을 처리하는 일. 9년 동안 매주 반복한 업무였다.

그런데 그날, 결제가 멈췄다.

방아쇠는 2019년 9월에 당겨졌다. 미국 재무부가 이란 중앙은행을 테러 지원 기관으로 추가 지정한 것이다.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그 결정이 나오자마자 이란 원화 계좌의 결제를 끊었다. 그 순간 두 계좌에 남아 있던 잔액이 그대로 묶였다. 얼마였을까. 약 70억 달러. 한화로 7조 6,000억 원이다.

[※참고: SDN(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제재명단은 미국 재무부 산하 OFAC가 관리하는 거래금지 대상 목록이다. 여기 오르면 미국 금융망에 접근할 수 없고, 달러로 결제하는 전 세계 은행이 거래를 끊는다. 이란 중앙은행이 이 명단에 오른 순간, 한국 은행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9년 만에 처음이었다. 한-이란의 돈 흐름이 멈춘 건 1979년 이슬람 혁명에도,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도, 2010년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없던 일이다. 그 긴 흐름을 끊은 건 트럼프의 2018년 5월 JCPOA 탈퇴, 그리고 1년 4개월 뒤의 후속 조치였다. 서울이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70억$

한화 약 7조 6,000억 원이
한국 두 은행에 묶인 자리. 8년이 흐른다.

— 02 —
Soleimani & The Hostage Ship
솔레이마니, 그리고 인질극 (2020-2021)

동결된 돈이 어떻게 배 한 척의 운명까지 끌고 들어갔을까. 답은 한 사람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2020년 1월 3일 새벽 1시경,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도착한 차량을 미군 MQ-9 리퍼 무인기 미사일이 맞혔다. 차 안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소장이 있었다. 이란 권력 서열에서 최고지도자 다음가는 인물이었다.

[※참고: 쿠드스군(Quds Force)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해외 작전 전담 부대다.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 민병대 등 중동 각지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지원·조율하는 '저항의 축'의 실무 사령탑으로, 솔레이마니는 그 정점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승인한 표적 암살이었다. 닷새 뒤인 1월 8일, 이란은 이라크 내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기지에 탄도미사일 22발을 쏟아부으며 보복했다.

그 불똥이 한국까지 튄 건 1년 뒤였다.

2021년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에서 한국 국적 화학운반선 'MT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명분은 환경오염이었다. 그런데 이란 정부 대변인이 곧 진짜 속내를 입에 올렸다.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다." 배를 잡은 건 환경 때문이 아니었던 셈이다.

2021년 1월 4일 한국케미호 나포 직후 — 재현 이미지
2021년 1월 4일,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 (재현 이미지) 선미 양쪽으로 따라붙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속정 두 척. 백색 선체의 MT한국케미호는 그대로 반다르 아바스로 끌려갔다 · AI 재현 이미지(Higgsfield Soul Cinematic, 본지 제작)
인터랙티브 지도 1 · 호르무즈 해협
한국케미호 나포 지점과 한국 원유 수입 경로
IRAN · 이란 OMAN · UAE →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이 해협을 통과 (2026 기준) HORMUZ STRAIT · 호르무즈 해협 한국 행 원유 경로 → 테헤란 반다르 아바스 한국케미호 95일 억류 ★ 2021.1.4 나포 지점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 약 200km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

★ 2021.1.4 한국케미호 나포 지점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국적 화학운반선 MT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좌표. 명목은 '환경오염'이었으나, 이란 정부 대변인은 곧이어 한국에 묶인 70억 달러를 풀라는 압박이라고 인정했다. 이란은 선원 20명(한국인 5명 포함)을 반다르 아바스로 끌고 갔다.

↑ 지도 위 마커에 마우스를 올리거나 탭하면 위치 정보가 바뀝니다.

억류는 며칠이나 갔을까. 이란은 선원 20명을 반다르 아바스 항에 잡아뒀다. 29일 만인 2월 2일 선원 19명을 풀어줬고, 선장과 선박은 1월 4일부터 95일째인 4월 9일에야 돌려보냈다. 석 달이 넘었다. 그래도 70억 달러는 1원도 움직이지 않았다.

표 1 · 사건 정리MT한국케미호 나포 95일의 기록 (2021)
날짜장소사건
1월 4일호르무즈 해협 공해상이란 혁명수비대, MT한국케미호 나포. 명목: 환경오염. 선원 20명(한국인 5명 포함)을 반다르 아바스로 연행
1월 5일테헤란 / 서울이란 정부 대변인: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다." 한국 외교부, 해명 협상 시작
1월 11일테헤란최종건 외교부 차관 이란 방문, 자리프 외무장관 면담
2월 2일반다르 아바스나포 29일째. 선원 19명 석방, 선장 1명·선박 잔류
4월 9일반다르 아바스나포 95일째. 선장·선박 최종 석방. 사건 종료. 그러나 70억 달러는 동결 상태 유지

자료: 외교부 보도자료(2021.1-4),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아산정책연구원.

가장 긴 29일을 보낸 건 선원 가족이었다. 12월에 출항한 뒤 연락이 드물던 가족들은 1월 4일 외교부의 전화로 억류 사실을 처음 들었다. 외교부 영사국은 그날부터 일일 브리핑을 돌렸고, 외교부 차관이 1월 11일 테헤란으로 직접 날아갔다.

협상 카드를 쥔 손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이었다

그런데 이 인질 협상의 진짜 거래 카드는 누가 쥐고 있었을까. 한국 외교부가 아니었다. 미국 재무부였다. 한국이 동결자금을 풀고 싶어도 미국 OFAC의 제재 면제가 없으면 1원도 못 움직이거든요. 한국케미호 사건이 드러낸 건 한·이란 양자 외교의 한계가 아니라, 한국 외교가 미국에 얼마나 매여 있는가였다. 이 사실은 2년 뒤 워싱턴이 60억 달러 송금을 좌우할 때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가셈 솔레이마니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2019) 2020년 1월 3일 바그다드에서 미군 드론에 암살당했다 · 한국케미호 사건의 먼 도화선 · 사진: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4.0 / Khamenei.ir)
— 03 —
The Qatar Detour · August 2023
60억의 우회로

그렇다면 묶인 70억 달러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한국케미호 사건이 끝난 뒤에도 한-이란 외교는 단 하나의 사실을 축으로 돌았다. 이 70억 달러를 풀지 못하면 양국 관계는 정상화될 수 없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과 매주 협상을 이어갔고, 이란은 해마다 새 압박 카드를 꺼냈다.

매듭이 풀린 건 2023년 8월이었다.

미국과 이란이 손을 잡았다. 이란 내 미국인 5명 석방을 조건으로, 한국에 묶인 동결자금 약 60억 달러를 송금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돈의 주인은 이란, 돈을 쥔 곳은 한국, 그런데 거래는 미국과 이란이 맺었다.

차트 1 · 자금 흐름도
70억 달러는 어디로 갔나 — 13년 동안의 자금 경로
PHASE 1 · 2010-2019 · 원화 결제 시스템 이란 중앙은행 원유 수출 → 한국 정유사 SK이노·현대오일뱅크 원유 대금 우리은행 + IBK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KRW) 계좌 2010~2019 운영 2019.9 차단 미 재무부, 이란 중앙은행 SDN 지정 동결 상태 (FROZEN) ≈ 70억 달러 한화 약 7조 6,000억 원 · 2019.9 → 2023.9 2021.1.4 한국케미호 나포 "70억 달러 인질" PHASE 2 · 2023년 8월 · 미·이란 합의 — 조건: 이란 내 미국인 5명 석방 한국 원화 인출 약 60억 달러 스위스 유로화 환전 중립국 경유 카타르 중앙은행 이란 명의 계좌 최종 도착지 이란 (인도주의 한정) 식량 · 의약품 구매 카타르 정부 통제 10억 달러 증발 동결 시점(70억) → 송금 시점(60억). 환차손·금리 차이로 4년간 줄어든 자산.

자료: 미 재무부 OFAC, 외교부 보도자료, 한국일보·경향신문 후속 보도 종합.

송금된 건 70억이 아니라 60억, 10억 달러는 증발했다

이 합의는 한국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그대로 보여준다. 동결 시점 70억 달러였던 돈이 송금 시점엔 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환차손과 금리 차로 4년 새 10억 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한국은 이 돈을 마지막까지 자국 은행에 품고 있던 보관자였지만, 풀지 말지를 정한 건 워싱턴이었다. 외교적 자율성이 0에 가까운 채무자, 그게 한국의 자리였다.

표 3 · 자금 흐름70억 달러는 어떻게 동결되고, 어떻게 풀렸나 (2010 → 2023)
시점단계위치 / 형식법적 상태
2010원화 결제 시스템 개시한국 IBK기업·우리은행 / 원화 계좌이란 중앙은행 명의 정상 계좌
2011-2018운영기한국 두 은행 / 원화정기 원유 대금 입금·이란 제품 구매 인출. 누적 70억 달러
2018.5.8트럼프 JCPOA 탈퇴워싱턴제재 복원 발표. 1년 유예
2019.5한국 원유 수입 예외 종료워싱턴이란산 원유 수입 사실상 중단
2019.9이란 중앙은행 SDN 추가 지정미 재무부한국 두 은행, 원화 계좌 결제 중단 → 동결
2021.1.4한국케미호 나포호르무즈 해협이란의 압박 카드. 95일 억류
2023.8미·이란 자금 합의워싱턴-테헤란-도하이란 내 미국인 5명 석방 + 카타르 경유 송금 합의
2023.9한국 → 스위스 → 카타르유로화 환전 후 카타르 중앙은행약 60억 달러 송금. 인도주의 목적 한정. 한국 은행 시스템 이탈

자료: 미국 재무부 OFAC 공시, 외교부 보도자료, MBC·SBS·시사저널 후속 보도. 환차손·금리 차이로 동결 시점 70억 → 송금 시점 60억으로 축소.

— 04 —
April 13, 2024 · Out of the Shadows
그림자 전쟁이 빛으로 나온 날

한국이 60억 달러 송금을 마무리하던 2023년 가을, 중동에서는 훨씬 큰 일이 움트고 있었다.

신호탄은 2023년 10월 7일이었다. 하마스가 가자에서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면 침공으로 맞받았다. 곧 헤즈볼라(레바논), 후티(예멘), 이라크 시아 민병대가 동시에 이스라엘과 미국 자산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란이 30년 넘게 쌓아 온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 처음으로 전면에 나선 것이다.

다음 분기점은 2024년 4월 1일이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을 공습했고,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인사 16명이 숨졌다. 이란은 12일 뒤, 사상 처음으로 자기 영토에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직접 방아쇠를 당기기로 한다.

얼마나 쐈을까. 2024년 4월 13일 밤, 이란이 드론 170기, 순항미사일 30발, 탄도미사일 120발 — 합쳐 300기가 넘는 발사체를 이스라엘로 날렸다. 이스라엘은 미국·영국·요르단과 함께 다층 방공망을 가동해 99%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45년의 그림자 전쟁이
처음으로 빛으로 나온 날.
—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첫 직접 공격

세계는 알았다. 다음은 더 클 것이다.

— 05 —
Twelve Days · June 2025
12일 — 2025년 6월의 폭격

'사자의 산' · '미드나잇 해머' · 미국 GBU-57 실전 사용 첫 사례.

2025년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이란 영공으로 들어갔다.

작전명은 '사자의 산(Operation Rising Lion)'. 표적은 세 종류였다. 이란 군 지도자, 핵 과학자, 그리고 핵시설.

첫 24시간이 결정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이란군 합참의장 모하마드 바게리, 그리고 핵 과학자 여럿을 폭격으로 살해했다. 이란 방공망도 상당 부분 부쉈다.

그다음은 핵시설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스라엘이 가진 폭탄만으로는 땅속 깊이 파묻힌 지하 핵시설을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6월 22일, 미국이 직접 참전했다.

인터랙티브 지도 2 · 12일 전쟁 표적
이란 핵시설 3곳과 미국 B-2의 18시간 비행 (2025.6.22)
ISLAMIC REPUBLIC OF IRAN 이란 이슬람 공화국 카스피해 페르시아만 테헤란 수도 포르도 Fordow 나탄즈 Natanz 이스파한 Isfahan B-2 스피릿 7대 미주리 화이트맨 기지 출발 → 18시간 비행 미드나잇 해머 작전 2025.6.22, 미 공군 비밀 작전 B-2 폭격기 7대 · GBU-57 14발 3개 핵단지 동시 타격 미국 GBU-57 실전 사용 첫 사례 약 250km
2025.6.22 미국 B-2 + GBU-57 14발 타격

포르도 (Fordow) — 우라늄 농축시설

콤 인근 산속 지하 80~90미터에 건설된 이란의 가장 깊은 핵시설. 이스라엘 폭탄으로는 파괴 불가능. 미 공군 B-2 스피릿 7대가 18시간 비행 끝에 GBU-57 'Massive Ordnance Penetrator' (13.6톤 벙커 버스터)로 동시 타격. 미국이 GBU-57을 실전에서 사용한 최초의 사례.

↑ 4개 표적(테헤란·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에 마우스를 올리거나 탭하세요.

[※참고: GBU-57(Massive Ordnance Penetrator)는 무게 13.6톤짜리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다. 두꺼운 암반·콘크리트를 뚫고 지하 깊은 곳에서 터지도록 설계돼, 산속 80~90미터 지하에 지은 포르도 같은 시설을 노린다. 무게 탓에 B-2 스텔스 폭격기만 운반할 수 있다. 2025년 6월 22일이 미국이 이 폭탄을 실전에 쓴 첫 사례다.]

이란도 가만있지 않았다. 탄도미사일 550발 이상, 자폭형 드론 1,000대 이상을 이스라엘로 퍼부었다. 카타르 알우데이드의 미군 중부사령부 기지에도 미사일을 날렸다. 다만 미군은 사전 경고를 받고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전쟁은 며칠 만에 멈췄을까. 딱 12일이었다. 6월 24일,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로 휴전이 성립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 핵시설의 상당 부분을 부쉈고, 이란 군 지휘부는 휘청였으며, 이란 미사일은 이스라엘 도시들을 때렸다.

표 2 · 사건 정리12일 전쟁 일별 주요 사건 (2025년 6월)
날짜주체주요 사건
6월 13일 (1일차)이스라엘'사자의 산(Rising Lion)' 작전 개시. 200여 대 전투기, 100여 표적 타격.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바게리 합참의장, 핵 과학자 다수 사망
6월 13-14일이란1차 보복 미사일·드론 발사. 이스라엘 텔아비브·하이파 등 타격
6월 15-21일양측상호 미사일·드론 공방 지속. 이란 방공망 추가 파괴, 핵시설 표적 정밀화
6월 22일 (10일차)미국 (참전)'미드나잇 해머' 작전. B-2 스피릿 7대, 화이트맨 공군기지 출격. 18시간 비행. GBU-57 14발로 포르도·나탄즈 동시 관통, 미 해군 잠수함 토마호크로 이스파한 별도 타격. 미국 GBU-57 실전 사용 첫 사례
6월 23일이란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 중부사령부 기지에 미사일 발사. 미군 사전 대피, 인명 피해 없음. 이란 총 550발+ 탄도·1,000대+ 드론
6월 24일 (12일차)중재트럼프 행정부 중재로 휴전. 이란 핵 인프라 상당 손상, 이란 군 지휘부 공백, 이스라엘 사상자 발생

자료: 이스라엘 IDF, 미국 국방부 브리핑, 위키백과 〈Twelve-Day War〉, 〈2025년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12일 동안, 서울에는 두 개의 풍경이 겹쳤다

그 12일, 서울에선 두 가지 장면이 동시에 펼쳐졌다. 6월 13일 새벽 첫 폭격 소식이 들어오자 한국 외교부는 곧장 이란 거주 한국 교민 약 290명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테헤란의 한국 기업 주재원, 의료봉사단, 유학생, 한국학 연구자가 그 대상이었다. 일부는 6월 14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을 거쳐, 일부는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반대편엔 한국에 사는 이란인이 있었다. 2026년 5월 기준 약 1,500명. 종교 박해를 피해 온 기독교 개종자, 유학·취업 청년, 정치 난민 신청자가 뒤섞여 있다. 12일 전쟁 동안 서울 이태원의 한 이란 식당 사장은 본 기획팀 취재에 이렇게 말했다. "낮에는 손님이 묻는다. '괜찮으세요?' 밤에는 가족과 통화한다. '집은 무사해요?' 두 질문 사이가 11시간이었다. 시간대 차이만큼 마음의 거리가 벌어졌다."

강남 테헤란로에선 6월 14일과 18일 사이, 일부 LED 광고판에 사용자가 만든 영상이 떴다. 폭격받은 테헤란 도심의 위성 영상이 그 거리 이름 위에서 돌아갔다. 누가 띄웠는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건, 그 12일이 강남 테헤란로 49년 역사에서 거리 이름의 의미가 처음으로 시민의 눈앞에 드러난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73년 전, 1953년 8월의 단 4일 만에 CIA와 MI6가 모사데크 정부를 무너뜨렸다. 그 73년이 2025년 12일의 직접 전쟁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1차 전쟁이었다. 8개월의 휴전 끝에, 2차 전쟁이 온다.

미 공군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B-2 Spirit 스텔스 폭격기 2025년 6월 22일 Operation Midnight Hammer · 2026년 2월 28일 Operation Epic Fury — 두 차례 모두 미국이 이란 핵시설 타격에 동원한 항공기 · 사진: U.S. Air Force / 위키미디어 공용 (PD)
2025년 6월의 12일은
종착이 아니라 1차 전쟁이었다.
— 휴전 8개월 후, 2차 전쟁이 시작된다
— 06 —
Operation Epic Fury · Feb 28, 2026
38일 — 2026년 2차 전쟁

새벽 1시 15분, 미국의 두 번째 작전이 시작됐다. 첫날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그 휴전은 얼마나 버텼을까. 8개월이었다.

2026년 2월 28일 새벽 1시 15분. 미국과 이스라엘이 두 번째 합동 작전을 열었다. 미국 작전명은 Operation Epic Fury, 이스라엘 작전명은 Operation Roaring Lion. 2025년 6월의 'Rising Lion'보다 한 단계 더 사나워진 이름이었다. 2월 초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란 지도부 표적 작전을 직접 로비했고, 트럼프가 인가했다.

규모는 1차 전쟁을 넘어섰다. 첫 24시간에 미·이스라엘군이 1,000곳 이상을 때렸고, 첫 10일 누적으로 5,000여 표적을 무너뜨렸다. 미사일 생산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해군 함정, 그리고 — 이란 권력의 정점.

정밀 유도탄 한 발이 37년의 권력을 끝냈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첫날 새벽 표적 폭격으로 사망했다. 3월 1일 이란 국영 매체가 사망을 발표했다. 1989년 호메이니 사망 이후 37년간 이란을 쥔 인물이다. 그 시대가 폭격 한 차례로 끝났다. 비서실장 아스가르 헤자지도 함께 숨졌다. 1주일 뒤인 3월 8일, 이란 권력 핵심은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지명했다. 사실상 세습이었다.

2026.2.28 새벽 1시 15분 테헤란 표적 폭격 — 재현 이미지
2026년 2월 28일 01:15, 테헤란 (재현 이미지) 한 동만 정확히 무너졌고, 양옆 건물은 그대로 서 있다. 정밀 유도탄 한 발이 37년의 권력을 끝낸 순간. 위에서 헬기 서치라이트가 잔해를 훑는다 · AI 재현 이미지(Higgsfield Soul Cinematic, 본지 제작)

이란은 또 보복했다. 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이스라엘 본토와 미군 기지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1차 전쟁 때와 달랐다. 이번엔 이란 지휘부 자체가 흔들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기들이 잡았던 "4~6주"보다 짧은 38일 만에 2026년 4월 8일 조건부 휴전을 끌어냈다.

휴전 직전엔 금기가 한 번 더 깨졌다. 2026년 4월 4~5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남부 부셰르 원전 단지 외곽을 네 번째로 공습했다. 폭발과 파편이 보조건물 한 곳을 부쉈고, 방호 직원 1명이 숨졌다. 원자로 본체는 직격을 피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능 수치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러시아의 반응이 빨랐다. 공습 20분 만에 자국 기술인력 198명을 빼냈다. 부셰르 원전을 함께 지은 나라가 먼저 발을 뺀 것이다.

2026.4.5 부셰르 원전 외곽 공습 직후 + 러시아 인력 철수 — 재현 이미지
2026년 4월 5일 새벽, 부셰르 원전 단지 (재현 이미지) 원자로 본체는 그대로 서 있고, 보조건물 한 곳에서 연기가 오른다. 그 앞으로 러시아 기술진 198명이 단일 행렬을 이뤄 수송기로 향한다. 공습 20분 후의 모습이다 · AI 재현 이미지(Higgsfield Soul Cinematic, 본지 제작)

2026년 5월 5일, 미국이 Operation Epic Fury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백악관 슬로건은 "Peace Through Strength". 이 작전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 평화는 한 달도 못 갔다. 이스라엘이 4월 16~17일 발효된 레바논 휴전을 깨고 베이루트와 남부 레바논 공습을 이어간 것이다. 사망자는 얼마나 됐을까. 레바논 보건부 집계로 4월 휴전 발효 이후 5월 14일까지 400명대 초반이 숨졌다. 5월 11일 트럼프는 그 휴전을 두고 "생명 유지 장치 위에 있다"고 했다.

38일 폭격 직후의 테헤란 — 재현 이미지
2026년 봄, 38일 폭격 직후의 테헤란 (재현 이미지) 여러 지구에서 동시에 피어오르는 연기 기둥. 멀리 알보르즈 산맥의 흰 능선이 보인다. 1989년 호메이니 사망 이후 37년간 권력을 잡았던 한 인물은 2월 28일 새벽 1시간 만에 사망했다 · AI 재현 이미지(Higgsfield Soul Cinematic, 본지 제작)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공식 초상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1989-2026) 1989년 호메이니 사망 이후 37년간 이란을 지배 · 2026년 2월 28일 Operation Epic Fury 첫날 새벽 표적 폭격으로 사망 · 사진: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4.0 / Khamenei.ir)
37년을 지배한 한 인물의 시대가
표적 폭격 한 차례로 끝났다.
— 2026.3.1, 알리 하메네이 사망
— 07 —
Hormuz Closed · Seoul Bleeds
호르무즈가 닫혔다 — 한국이 다시 묶였다

70억 달러가 묶였을 때 한국은 돈으로 잡혔다. 이번엔 기름으로 잡혔다.

그런데 이 전쟁이 왜 한국 문제가 될까. 좁은 바닷길 하나 때문이다. 2026년 2월 28일, Operation Epic Fury 개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금지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군사적으로 통제·차단한다고 공개 선언한 건 1979년 이후 처음이었다. 한국도 그 순간 위험권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참고: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약 33km의 길목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의 5분의 1가량이 이곳을 지나는 세계 최대 에너지 병목으로, 북쪽은 이란, 남쪽은 오만·UAE가 마주 본다. 이란이 봉쇄 카드를 흔들 때마다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이유다.]

숫자가 무겁다. 한국이 호르무즈에 얼마나 매여 있을까. 한국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가 중동산이고, 그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액화천연가스(LNG)도 20.4%가 중동에서 온다. 70.7%에 95%를 곱하면 답이 나온다. 한국 전체 원유의 약 67%, 즉 3분의 2가 호르무즈 단 한 해협에 걸려 있다.

차트 · 에너지 의존
한국 원유 수입의 약 67%가 호르무즈 해협 한 곳을 지난다
한국 원유 수입 100% 호르무즈 통과 · 67.2% 중동·기타 3.5% 비중동 29.3% 중동산 70.7% × 호르무즈 통과 95% = 전체의 약 67%

자료: 한국석유공사·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기준 본지 계산

2025년 6월엔 봉쇄가 잠깐이었다. 2026년은 달랐다. 이란이 봉쇄를 두 달 넘게 끌었고, 4월 8일 휴전 직후 다시 닫아걸었다. 한국 정유 4사가 일제히 수입선을 갈아탔다. 미국 셰일과 노르웨이 북해산이 급한 대로 빈자리를 메웠다. 문제는 콘덴세이트다. 이건 쉽게 못 바꾼다. 한때 이란산이 54%를 차지하던 자리에 카타르산이 들어왔는데, 배럴당 2.5달러가 더 붙었다.

[※참고: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함께 나오는 초경질 원유다. 나프타·석유화학 원료로 쓰여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데, 산지마다 성분이 달라 다른 원유로 곧장 갈아끼우기 어렵다. 이란이 주요 공급처였던 탓에 봉쇄의 타격이 특히 컸다.]

유가는 곧장 반응했다. 봉쇄가 한국 가계와 기업에 얼마짜리 청구서를 들이밀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 2026년 3월 내놓은 시나리오 분석이 답을 준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오르면 한국 연간 석유 수입 비용이 약 10조 원 늘고, 50달러 오르면 25조 원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봉쇄가 1년 넘게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트 · 유가 시나리오
유가가 오르면 한국 연간 석유 수입비용은 — KDI·한국은행 시나리오(2026.3)
0 10 20 30 연간 수입비용 증가 (조 원) +10조 원 +25조 원 유가 +20달러/배럴 유가 +50달러/배럴 봉쇄 1년 이상 시 배럴당 120달러 돌파 경고

자료: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은행 2026년 3월 시나리오 분석

5년 4개월 만에, 한국 배가 다시 호르무즈에서 맞았다

한국 배도 직접 맞았다. 2026년 5월 4일, HMM이 운용하는 화물선 'HMM Namu'(파나마 선적)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폭발·화재 피해를 입었다. 한국 정부는 5월 10일 조사 결과를 내놨다. 미확인 비행체 2개가 약 1분 간격으로 선미를 때렸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공격 주체를 못 박지 않았고, 추가 분석을 예고했다. 2021년 1월 4일 한국케미호 나포로부터 정확히 5년 4개월 만이었다. 두 사건은 무엇이 다를까. 한국케미호는 이란이 70억 달러 동결자금을 풀라며 작정하고 잡은 사건이었다. HMM Namu는 정반대다. 수단은 확인됐는데, 주체와 의도가 비어 있다.

2026년 5월, 호르무즈 봉쇄 — 재현 이미지
2026년 5월, 호르무즈 해협 (재현 이미지) 이란 해안과 오만 해안 사이에 정렬해 대기 중인 원유 운반선들. 그 가운데를 헬기 한 대가 서치라이트로 훑는다. 1979년 이후 사상 첫 군사적 호르무즈 봉쇄가 두 달째다 · AI 재현 이미지(Higgsfield Soul Cinematic, 본지 제작)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소극적이다. 외교부는 2026년 4월 이후 이란과의 양자 협상을 사실상 피하고 있다. 2025년 60억 달러 송금 뒤 양국 관계는 정상화 신호를 보였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로 한국을 직접 때린 이상, 70억 달러 시절의 호의는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기업들의 비명은 숫자로 나왔다. 현대제철은 2026년 4월 컨퍼런스 콜에서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물류비 부담을 콕 집으며 "근거리 물류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독일 해운사 Hapag-Lloyd는 봉쇄 탓에 주당 약 6,000만 달러의 연료·보험비가 더 든다고 공시했다. 한국이 떠받쳐 온 글로벌 컨테이너 무역이, 호르무즈 한 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 LED 광고판엔 4월 5일 부셰르 원전 공습 영상이 흘렀다. 그 거리 끝에는 KOTRA·SK이노·현대오일뱅크처럼 이란과 직접 거래해 온 한국 기업 본사가 늘어서 있다. 2026년 봄, 그 기업들은 모두 거래 중단 상태였다.

70억 달러가 묶였을 때 한국은 돈으로 잡혔다.
이번엔 기름으로 잡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국의 결정 권한이 더 적다.
— 2026년 호르무즈 봉쇄
— Epilogue —
May 14, 2026 · Today
2026년 5월 14일,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휴전 위로 미사일이 떨어진다.

그래서 오늘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2026년 5월 14일, Operation Epic Fury 공식 종료 9일째다. 휴전은 위태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 자국 SNS에 "휴전이 생명 유지 장치 위에 있다"고 적었다. 이란이 트럼프 평화안에 답을 보냈지만, 트럼프는 그 답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랐다.

레바논에선 휴전이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4월 8일 휴전 발효 이후에도 베이루트와 레바논 남부를 계속 때렸고, 그 사이 400명대 초반(레바논 보건부 5.14 발표 기준)이 숨졌다. 오늘 5월 14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후속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닫혀 있다. 5월 4일 외부 비행체가 한국 HMM 운용 화물선 'HMM Namu'를 그곳에서 때렸고, 한국 정부는 5월 10일 조사 결과를 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한국 정유사는 모두 비상 체제다.

오늘, 2026년 5월 14일.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3,200미터를 잇는 테헤란로 LED 광고판에는 폭격 후 폐허가 된 테헤란 도심 영상이 흐른다.

테헤란로 이름은 1977년 6월 17일, 골람레자 닉페이 테헤란 시장의 제안과 구자춘 서울시장의 동의로 결정됐다. 두 시장은 모두 자국 정권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란 혁명 정권은 1979년 닉페이를 처형했다. 구자춘은 그해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피살 직후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래도 거리 이름은 남았다. 1995년 12월 한국 정부가 변경을 검토했을 때 이란이 외교 경로로 반대 의사를 전해 무산됐다. 2018년 트럼프의 JCPOA 탈퇴, 2021년 한국케미호 인질극, 2024년 4월 이란의 첫 직접 보복, 2025년 6월의 1차 전쟁을 다 거치고도 거리 이름은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이 가리키는 도시는 폐허다. 한국 두 시중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동결 계좌는 2019년 9월 이후 8년째 잠겨 있다. 60억 달러는 2023년 9월 카타르를 거쳐 이란으로 빠져나갔고, 남은 돈은 그대로 묶여 있다.

1,200년의 시간표

이 관계는 쌓는 데 얼마나 걸렸고, 무너지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 이 시리즈는 1973년 경주에서 나온 황금 보검에서 출발했다. 5세기 사산조 페르시아 양식의 그 보검은 한반도와 페르시아 고원 사이 1,200년 교류의 가장 이른 물증이다.

1962년 수교는 64년 전, 1977년 테헤란로 명명은 49년 전, 2025년 6월의 첫 직접 폭격은 8개월 전 일이다. 답은 명료하다. 쌓는 데 1,200년이 걸린 관계가, 무너지는 데는 8년이면 충분했다.

1부는 1973년 5월 경주 황남동 도로공사 현장에서 시작했다. 5세기 신라 귀족 무덤에서 길이 36cm의 황금 보검이 나왔다. 사산조 페르시아 양식이었다. 한반도에 양식적 선례가 없었다. 발굴 시점부터 페르시아 양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11세기 페르시아 시인 이란샤는 1,000여 행짜리 서사시 《쿠쉬나메》에 신라 공주 프라랑과 페르시아 왕자 아빈의 결혼을 기록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페리둔이 페르시아로 돌아가 압제자를 무너뜨린다. 879년 《삼국유사》는 울산 개운포에 도착한 '용왕의 아들' 처용을 기록했다. 1969년 진단학회 학자 이용범은 처용 가면의 형상을 근거로 페르시아·아랍계 외국인설을 제기했다. 가설은 50년이 지나도록 학계에 남아 있다.

1,200년 인연은 조선 후기 약 500년 동안 끊겼다. 1962년 10월 23일 한·이란 수교로 재개됐다. 수교 시점에 양국 시민은 1,200년의 교류사를 인지하지 못했다. 1973년 계림로 보검의 페르시아 양식 판정은 2010년에 나왔다. 한국 학계는 《쿠쉬나메》의 신라 묘사를 2009년에 공식 발표했다. 1965년 발굴된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벽화의 한반도 사신 가설은 1980년대에 학계 검토가 시작됐다.

그래서 강남 테헤란로 표지석은 외교 의례의 기념물에 그치지 않는다. 한반도와 페르시아 1,200년 교류사가 지상에 남긴 가장 가시적인 표지다. 그 위에 일곱 개의 장면이 시간 순으로 포개진다. 5세기 페르시아 보검의 신라 출토, 8세기 혜초의 페르시아 입구 답파, 11세기 《쿠쉬나메》의 신라 묘사, 1024년 회회인 100명의 벽란도 도착, 1962년 박정희 정권의 테헤란 수교, 1977년 강남 표지석 제막, 그리고 2018년 트럼프의 JCPOA 탈퇴로 인한 39년 우방 관계의 종료.

관계의 끝은 이미 도시 한복판에 떠올랐다. 시작은 아직 학계의 검토 단계에 머문다. 1973년 경주에서 드러난 시작점이 결론으로 확인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2018년 단절의 의미는 2026년 강남 LED 광고판의 폐허 영상으로 비로소 시민의 눈앞에 도착했다.

5세기 경주 무덤 속 페르시아 보검,
2026년 강남의 폭격 영상.
1,200년 인연의 양 끝이 마주 본다 —
폐허가 된 그 우방의 이름을,
우리는 매일 무심코 지나친다.
— 1부와 4부가 마주 본다 · 이 시리즈를 끝내야 할 이유

참고자료

1차 자료

보조 자료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