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는 선언으로 9일이 시작됐다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미국은 날짜를 박았습니다. 2026년 5월 5일(워싱턴 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Operation Epic Fury는 결론이 났다"고 발표했거든요. 슬로건은 "Peace Through Strength". 그 시점에 4월 8일 시작한 조건부 휴전은 네 번째 주에 들어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마지막 대규모 표적 폭격은 4월 5일 부셰르 원전 외곽이었다.
그래서 끝났을까요. 9일이 지났다. 그 사이 휴전은 발효 한 달째에 들어섰다. 미확인 비행체가 호르무즈에서 한국 운용 화물선 한 척을 때렸다. 작전을 끝냈다던 트럼프 본인이, 엿새 뒤 그 휴전을 두고 "생명 유지 장치 위에 있다"고 적었다. 9일은 외교사에서는 짧고 시민 일상에서는 길다. 그 단위로 보면, 한국과 이란의 39년 외교는 지금 하루 단위로 깨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 그 9일을 하루씩 따라가 볼까요. 5월 5일부터 오늘 5월 14일까지, 양국 정부의 공개 발표·외신·산업계 공시를 일자별로 짚었다.
| 날짜 | 한국 측 | 이란·미국·중동 측 |
|---|---|---|
| 5월 5일 | HMM Namu 폭발·화재 뒤 승선원 24명(한국인 6명 포함) 인명피해 없음 확인. 26척 한국 관련 선박의 호르무즈 체류 문제가 다시 부상 | 미국, Operation Epic Fury 공세 단계 종료 선언. 트럼프는 호르무즈 선박 호송 재개 문제를 이란 협상과 연동 |
| 5월 6일 | HMM Namu 원인 조사와 예인 준비. 정부·해운업계는 전쟁보험, 예인, 선원 안전 연락망 점검 | 미·파키스탄 중재 채널에서 호르무즈 통항 재개안 논의. 이란은 봉쇄를 협상 지렛대로 유지 |
| 5월 7일 | 정유업계, 미국산·북해산·카자흐산 원유와 사우디 얀부항 우회 물량 확보를 병행. 산업부는 전략비축유 스와프와 대체 물량 도입을 계속 점검 | 미국의 최신 휴전·통항 제안이 파키스탄 중재로 조율. 이란은 '항복 요구'라며 강하게 반발 |
| 5월 8일 | 4월 중순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 100만 배럴 탱커가 한국 서해안에 도착. 제한적 통항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진 첫 사례 중 하나 |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에도 레바논 남부 공습 지속. 휴전의 지역 확산 효과가 제한적임이 드러남 |
| 5월 9일 | HMM Namu는 두바이 항만에서 정밀 조사 준비. 한국 정부는 공격 주체를 단정하지 않겠다는 입장 유지 | 이스라엘, 베이루트 남부 차량 3대와 레바논 남부를 공습. 레바논 보건부·국영매체 기준 최소 17명 사망 |
| 5월 10일 | 한국 정부 조사팀, HMM Namu 선미가 미확인 비행체 2개에 약 1분 간격으로 피격됐다고 발표. 승선원 24명 무사, 선박은 5월 8일 두바이로 예인 | 이란, 파키스탄 중재로 미국 제안에 답변. 트럼프는 이란의 답변을 "받아들일 수 없다(unacceptable)"고 거부 |
| 5월 11일 | 한국 정부, HMM Namu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고 공격 주체 확인 뒤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힘. 미국 주도 호르무즈 해상안전 구상 참여 여부도 검토 대상 | 트럼프, 휴전이 "life support" 상태라고 발언. 글로벌 유가와 해상보험료가 다시 상승 압력 |
| 5월 12일 | 정유·해운업계, 전략비축유 스와프·전쟁보험·우회항로 점검 지속. 회사별 실시간 비축 일수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음 | 레바논 휴전 이후 이스라엘 공격 사망자 집계가 400명을 넘었다는 현지·국제 보도 확산 |
| 5월 13일 | HMM Namu 잔해 분석 계속. 정부는 이란 관련 가능성을 검토하되, 공식적으로는 공격 주체 단정을 보류 | 이스라엘, 레바논 차량 7대 공습.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2명 사망 |
| 5월 14일 오늘 | 본 시리즈, 강남 테헤란로 표지석 앞 자체 설문 진행. 오전 9시 17분 테헤란 폐허 영상이 한 LED 광고판에 다시 송출된 사실을 현장 확인 | 이스라엘·레바논 직접 협상이 워싱턴에서 열림. 이란 휴전 협상은 트럼프 5.11 발언 이후 교착 |
9일을 한 줄로 줄이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됩니다. 당사국은 휴전에 들어갔지만 정상화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호르무즈는 닫힌 채였고, 미확인 비행체는 한국 운용 선박을 때렸고, 한국 정부는 공격 주체조차 단정하지 못했다. 그 9일째인 오늘, 강남 테헤란로에 다시 폐허 영상이 흘렀다.
9일의 의미
그럼 이 9일이 한국에 남긴 건 뭘까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휴전은 진행 중인데 한국까지는 오지 않았다. 4월 8일 휴전 발효 이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직접 폭격은 멈췄다. 그런데 호르무즈 봉쇄는 풀리지 않았다. 한국 정유사와 해운사가 매일 마주하는 위협 — 화물선 피격, 비축 압박, 보험료 상승 — 은 휴전 이전과 다르지 않다. 한국에게 휴전은 "공식 발효"와 "실질 적용" 사이가 가장 먼 외교 사건인 셈이다.
둘째, HMM Namu 피격은 2021년 한국케미호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때는 분명했다. 한국케미호는 이란이 70억 달러 동결자금을 인질로 잡으려 의도적으로 나포한 것이었으니까요. 협상 카드가 또렷했다. 그런데 HMM Namu는 5월 14일 현재 공격 주체조차 모른다. 이란인지, 후티(예멘)인지, 다른 무장단체인지 불분명하다. 한국 외교부가 어디에 항의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9일이 지났다. 한국케미호가 "협상의 시작"이었다면, HMM Namu는 "협상의 부재"다.
셋째, 5월 11일 트럼프의 "life support" 한마디가 9일 가운데 한국에 가장 세게 닿았다. 그 한 줄에 글로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즉시 돌파했다. 해상보험료엔 상승 압력이 다시 붙었고, 한국 정유사 4곳이 비축 시나리오를 일제히 다시 짰다. 미국 대통령의 SNS 한 줄이 한국의 에너지·산업 결정을 하루 만에 흔든 거다. 9일은 그 비대칭성을 압축해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