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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의 태권V 논란, 한국에도 ‘오리지널 로봇 영웅’ 있다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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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의 태권V 논란, 한국에도 '오리지널 로봇 영웅' 있다

 

올해 광복절 80주년 경축 행사 준비 과정에서 로봇 태권V가 의외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말 행사 기획단은 국회의사당 돔 위로 거대한 태권V 실루엣이 나타나는 콘셉트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잘 알려져 있듯 태권V는 일본 만화 마징가Z와 닮은꼴이라는 표절 논란이 수십 년째 따라다니는 작품이다. 하필 일제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 행사에 이런 논란의 작품을 소환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왜 하필 광복절에 일본 만화 베꼈다는 소리를 듣는 로봇을 내세우느냐”는 비판이 대두되며, 태권V 연출안은 공개 하루 만에 취소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태권V를 둘러싼 표절 시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76년 첫 극장 개봉 이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이 로봇 영웅은, 세대를 거쳐 이어진 향수에 힘입어 수차례 부활 시도가 이루어졌다

 2007년에는 디지털 복원판이 개봉했고, 이후 수백억 원대 예산을 투입해 실사영화·애니메이션 시리즈·게임·테마파크까지 아우르는 거대 프로젝트도 추진됐다

 그만큼 태권V는 한국 애니메이션사의 상징적 IP(IP, 지식재산)로 여겨져 왔지만, 동시에 마징가Z에 의존한 창작이라는 꼬리표를 끝내 떼지 못했다. 2018년 법원은 “태권V는 마징가Z와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판결하면서도, 태권V가 마징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는 표절이 아니라 해도,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독창성)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광복절 행사에 태권V를 활용하려던 발상은 “굳이 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국가 행사에서 그 과오를 환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현직 만화가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한국에도 표절 시비와 무관한 자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냈다

오랜 세월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뛰어넘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일본의 흔적이 짙은 캐릭터를 광복절에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뒤따랐다. 과연 한국에는 우리 힘으로 만든 ‘오리지널’ 로봇 영웅이 없는가?


긴광혁 디자이너이자 문화해설가는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도 오리지널티를 가진 로봇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정문 화백의 철인 킹타우 입니다"

 

한국산 로봇 히어로의 원조로 often 거론되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이정문 화백이 1976년 발표한 SF만화 <철인 캉타우>다

태권V와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캉타우는 어린이 잡지 《소년생활》에 연재되며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서로 적대하는 두 외계 문명의 전쟁에 지구인 소년이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으로, 거대로봇 캉타우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활약하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당시로서는 드물게 환경 파괴 문제를 다뤘다는 것이다. 작품 속 적대 세력인 스펠타 제국은 “아름다운 지구를 인간이 망치고 있으니 인류를 제거하자”는 극단적 논리를 내세우고, 주인공 소년 카우카는 “지구는 인류에게 주어진 별”이라며 이에 맞선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방법이 다른 두 입장이 충돌하는 스토리는 1970년대 어린이 만화치고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이러한 환경 보호에 대한 고찰과 선악이 모호한 갈등 구도는 철인 캉타우만의 개성을 부여하며 독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캉타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독창적인 로봇 디자인이다. 만화가 이정문은 기존 일본 로봇들의 전형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캉타우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했다. 온몸 곳곳에 칼날이 돋친 흑색 거대로봇 캉타우는 주먹 대신 철퇴 모양의 무기를 손으로 달고 있어 마치 온몸이 하나의 병기와 같다. 날렵한 인간형 미학을 추구했던 마징가Z나 태권V와 달리, 캉타우는 투박하면서도 압도적인 파괴력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독특한 로봇 디자인과 스토리 덕분에 철인 캉타우는 한국 토종 거대 로봇 만화의 효시로 여겨지며, 전설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정문 화백 특유의 개성적인 연출과 긴박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악역 캐릭터들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낸 구성은 당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원작 분량은 2권 남짓으로 짧게 마무리됐지만 높은 인지도와 열성 팬층을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회자되었고, 한국형 로봇물의 숨은 보석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물론 캉타우 역시 전후 일본 만화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캉타우에 1950~60년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고전 로봇만화  <철인 28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캉타우는 기본 콘셉트만 차용했을 뿐, 로봇의 비주얼과 이야기의 방향성에서 일본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태권V가 “마징가Z의 한국화” 산물이었다면, 철인 캉타우는 한국 창작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색깔로 빚어낸 토종 로봇 히어로였다는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만화계 원로들은 캉타우를 가리켜 “한국형 거대 로봇 만화사에 남은 역사적 작품”이라 평하며, 그 독창성과 개성을 높이 평가해왔다

 

잊혀진 명작의 부활: 리메이크와 캉타우 리덕스
철인 캉타우는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원작 팬들의 향수와 입소문을 타고 끊임없이 현대적 재해석 시도가 이어졌다. 21세기에 들어와서만 벌써 세 차례나 리메이크·리부트가 이루어졌는데, 다음과 같다:
철인 캉타우 Return (2007) – 유경원·조민철 작가가 참여하여 월간 웁스(Whoops) 잡지에 연재한 작품. (잡지 폐간으로 연재 중단)


비록 앞선 두 번의 시도는 출판사·플랫폼 사정으로 완결을 맺지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 캉타우의 세계관은 꾸준히 다듬어지고 젊은 세대에게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8년 와이랩판 웹툰 <캉타우>는 캉타우를 완전히 새 시대 배경으로 리부트하여 선보였고, 웹툰 팬들로부터 “올드팬과 뉴팬 모두 즐길 수 있는 SF 로봇 활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 캉타우는 다시 한 번 비상(飛上)을 준비 중이다. 2023년 발표된 프로젝트에 따르면, 철인 캉타우를 새롭게 리부트한 웹툰 <철인 캉타우 리덕스>(All New KangTAU Redux)가 제작될 예정이다. 이번 리덕스 프로젝트는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설정과 스토리를 전면 재창조하는 진정한 리부트로서, 약 100화 분량의 대작 웹툰으로 기획되고 있다

담당 제작사 브이렉스(VREX)는 “한국의 고전 토종 만화 IP를 선용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IP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캉타우 리덕스를 통해 한국 순정 로봇 히어로를 글로벌 콘텐츠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미 원작자 이정문 화백도 고문으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캉타우의 상징인 거대로봇 디자인 역시 현대적 감각에 맞춰 새롭게 리디자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세기 전 탄생한 만화 속 영웅 캉타우가 최신 기술과 신진 창작자들의 역량을 만나 K-로봇 히어로의 부활을 알릴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불거진 태권V 논란과 뒤이어 재조명된 철인 캉타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우선 문화 아이콘의 선택과 맥락이다. 태권V는 분명 한국 애니메이션사의 전설적 캐릭터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지금, 그 유산을 기릴 때는 비판적 재평가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특히 국가적 행사에 어떤 상징을 세울지 결정할 때, 해당 아이콘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가치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 단지 과거에 인기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내세웠다가는, 태권V처럼 “시대착오적”이라는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반면 철인 캉타우의 사례는 창작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비록 당대에는 태권V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어도,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되살아날 기회를 얻는다. 이번 일로 많은 이들이 “왜 이제껏 캉타우 같은 보석을 놔두고 태권V만 한국 대표 로봇인 양 떠받들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캉타우를 비롯해 표절 시비와 거리가 먼 국내 창작 캐릭터들을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포스터에만 박제되어 있는 수많은 국산 캐릭터들의 잠재력을 이제는 살려내야 할 때란 지적이다. 다행히 캉타우 리덕스 같은 프로젝트는 이러한 자성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한국도 더 이상 외래 IP 모방에 기대지 않고, 우리만의 독창적 스토리로 승부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저력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이른바 K-히어로도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자를 제대로 평가하는 문화다. 태권V의 김청기 감독은 오랜 기간 “국산 영웅을 만든 입지전적 인물”로 칭송받았지만, 정작 그 작품이 안고 있는 모순에 대한 성찰은 부족했다. 이제는 당장의 인지도나 상업적 성공에만 매달리기보다, 작품에 깃든 창의성과 노력, 그리고 윤리적 가치까지 함께 돌아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인 캉타우를 그린 이정문 화백의 업적은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그는 일본 만화가 판치던 시대에 한국적 상상력으로 승부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잊혀졌던 그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는 일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라, 한국 콘텐츠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과도 닿아 있다. 광복 80주년을 앞둔 올해, 태권V를 둘러싼 해프닝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듯하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사의 숨은 보물을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고, 우리에게도 충분히 훌륭한 오리지널 히어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태권V든 캉타우든, 혹은 제3의 새로운 로봇 캐릭터든 간에, 그 인기와 명성이 온전히 우리 고유의 창작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라 자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의 로봇 영웅이 진정한 문화강국 K-컬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제 우리는 과거의 답습을 넘어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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