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사람들은 도쿄 변두리의 낡은 집에 모여 삽니다. 오사무는 일용직으로 몸을 놀립니다. 노부요는 세탁공장에서 일합니다. 하츠에 할머니의 연금이 가계의 바닥을 받칩니다. 그래도 살림은 늘 모자랍니다. 오사무와 어린 쇼타는 마트와 상점에서 손을 놀려 부족분을 훔쳐 채웁니다. 좀도둑질은 이 가족에게 취미가 아니라 예산 항목입니다.
고레에다는 이들의 절도를 미화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습니다. 카메라는 다만 왜 손이 상품으로 향했는가를 끈질기게 되묻습니다. 벌이가 생계선에 닿지 못할 때 이들이 그 모자란 거리를 메우려고 범법을 택한다는 사실을 화면은 조용히 드러냅니다. 관객이 불편해지는 지점은 도둑질 자체가 아니라 도둑질을 밀어낸 그 산술의 냉정함입니다.
여기서 통계의 숫자가 이야기와 만납니다. 6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석유류였습니다. 중동의 전쟁 여파로 석유류가 24.7% 뛰었습니다. 경유는 33.7%, 휘발유는 23.1% 올라 전체 물가를 0.93%포인트나 밀어 올렸습니다. 기름값은 곧장 운송비가 되고 운송비는 다시 매대의 가격표가 됩니다. 그 구조 속에서 오사무가 일용직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과 노부요가 장바구니를 든 손은 동시에 무거워집니다.
먹거리 쪽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농축수산물이 3.2% 올랐습니다. 그 안에서 축산물이 6.2%, 달걀이 10.3%, 쌀이 11.7% 뛰었습니다. 밥과 달걀과 고깃점, 밥상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조합이 나란히 값을 키웠습니다. 신선식품지수는 0.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지표의 평균값만 보면 물가가 밥상까지 번졌다는 실감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평균은 늘 누군가의 부담을 다른 누군가의 여유로 상쇄해 감추는 법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걷어낸 근원물가는 2.5%였습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걷어낸 이 지수가 헤드라인보다 낮다는 사실은 이번 상승의 무게가 기름값과 밥상 물가 쪽에 쏠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득이 얇을수록 지출에서 식료품과 연료가 차지하는 몫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2일 생활물가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졌다고 진단한 대목도 이 지형을 가리킵니다.
영화가 던지는 두 번째 물음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경제적 압력은 사람을 도둑으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 가족의 형태 자체를 다시 빚습니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혼인신고가 없는 부부입니다. 하츠에는 자신의 연금과 집으로 이 가계를 떠받치는 노인이고 아키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흘러든 젊은이입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의 동거는 빈곤과 돌봄의 공백, 저마다의 사정이 겹쳐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밤, 오사무와 쇼타는 추위 속에 방치된 어린 유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입 하나가 느는 일은 가난한 살림에 분명한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계산으로 뭉친 공동체가 계산을 넘어서는 온기를 품는 순간 생계와 사랑은 실은 한 지붕을 나눠 쓰는 식구였음이 드러납니다.
물론 이 온기에는 값이 매겨져 있습니다. 유리를 지키려던 절도가 발각되면서 가족은 경찰의 손에 낱낱이 해체됩니다. 함께 밥을 먹던 사이가 법 앞에서는 유괴범과 공범으로 번역됩니다. 고레에다는 여기서 손쉬운 위안을 건네지 않습니다. 가난이 만든 가족은 가난이 불러온 사건 앞에서 그만큼 쉽게 부서집니다. 감독은 그 장면을 냉정하게 목격하게 합니다.
다시 통계로 돌아옵니다. 정부는 유류가격 상한제로 6월 물가를 0.4%포인트가량 눌렀고 그 장치가 없었다면 상승률이 3.6%에 달했으리라 밝혔습니다. 0.4%포인트라는 방어선은 정책의 성과입니다. 동시에 그 방어선 바깥에는 이미 3.2%를 온몸으로 받아낸 가계가 있습니다. 숫자를 깎는 일과 밥상을 지키는 일은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오늘의 지표 옆에 「어느 가족」을 놓으면 물가가 생존의 경계선을 옮기는 힘임이 선명해집니다. 3.2%라는 한 자리 소수점은 어떤 식탁에서는 반찬의 가짓수를, 어떤 관계에서는 함께 살 사람의 수를, 어떤 밤에는 남의 아이를 품을지 말지를 되묻게 만듭니다. 경계선이 안쪽으로 밀려들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더 바투 끌어안거나 더 위태로운 손을 내밉니다.
영화의 끝에서 흩어진 이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려보내진 뒤 관객의 마음에는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습니다. 그들을 도둑으로, 유괴범으로 만든 것은 과연 그들의 손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손을 그리로 떠민 산술이었을까요. 6월의 3.2%는 통계표 안에서는 이미 지난 달의 기록으로 마감됐지만 누군가의 밥상 위에서는 여전히 반올림되지 않은 채 오늘도 셈해집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2%는 헤드라인 숫자에 그치지만, 그 상승을 주도한 석유류(24.7%)와 축산물(6.2%)·달걀(10.3%)·쌀(11.7%)은 저소득 가계의 지출 구성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어느 가족」의 좀도둑질과 혈연 없는 동거는 바로 이 '생계선의 이동'이 개인의 선택과 가족의 형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미리 그려낸 텍스트다.
석유류·축산물이 끌어올린 밥상 물가의 무게를 지표와 서사로 교차 조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