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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0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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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흘려보낸 책임, 210조의 청구서
영화로 세상을 보다

강물에 흘려보낸 책임, 210조의 청구서

기사요약
한국전력공사의 6월 말 기준 총부채가 210조7000억원까지 불었습니다. 김동철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전력망 재원을 마련하려면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도 수십 년 미뤄둔 투자와 적자의 몫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비용을 숨기고 책임을 미루던 기업이 어떻게 그 대가를 맞닥뜨리는지 보여줍니다. 미뤄둔 비용은 언제, 누구에게로 가는지 두 이야기에 함께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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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수치
한국전력공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부채210조7000억
한국전력공사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13조5248억
한국전력공사의 2025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8조5400억
자료 | 한국전력공사(국정감사 보도) 2026-10-12 · 한국전력공사 실적발표 2026-02-26

한국전력공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입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26년 10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력망 재원을 확보하려면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공기업이 같은 해에 요금을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한전은 2038년까지 전력망 구축에 113조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7년 말 한전의 예상 채권 잔액이 축소된 법정 발행한도를 19조2135억원 웃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2년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으로 사채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한시 늘린 특례가 2027년 말 끝나거든요. 빌려서 메우던 길마저 좁아지는데 이 돈은 누가 치르게 될까요?

■ 1995년, 강에 흘려보낸 것

이 질문을 30년 전 풍경으로 옮겨 놓은 영화가 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2020)은 1995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입사 8년차 말단 여직원 세 명을 따라갑니다. 고아성이 연기한 이자영, 이솜의 정유나, 박혜수의 심보람은 회사 토익반 동기로 만납니다.

세 사람은 어느 날 회사가 강에 폐수를 몰래 흘려보낸 사실을 우연히 알아차립니다. 입사 8년차가 되도록 커피를 타고 복사를 하던 말단 사원들이 회사의 가장 깊은 비밀과 먼저 마주친 셈입니다. 영어 점수를 올리려 모인 자리가 회사의 양심을 시험하는 자리로 바뀝니다.

영화의 중심 사건인 폐수 방류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장면이 1990년대 초 실제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본떠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비용을 아끼려고 강에 떠넘긴 오염이 어떻게 사람의 몸으로 돌아왔는지를 영화는 picture가 아닌 인물의 표정으로 따라갑니다.

1991년 구미공단 안 기업이 낙동강에 페놀을 흘려보낸 그 사건에서 기업 총수와 환경처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책임을 묻는 손길은 윗선까지 올라갔지만 건강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갔습니다. 떠넘긴 비용이 사라지지 않고 가장 약한 쪽에 내려앉은 기록입니다.

■ 역대 최대 이익, 그대로인 빚

다시 한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한전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3조5248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2024년 8조3647억원보다 5조1601억원 늘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도 8조54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5조3733억원 많았고 2025년 매출액은 97조4345억원이었습니다.

한전은 2025년 실적이 좋아진 주된 이유로 국제 연료가격이 안정되며 전력시장가격(SMP)이 내린 점과 2022년 이후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을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요금을 올려 받는데 왜 빚은 줄지 않을까요? 한 해 이익으로 메우기엔 이미 쌓인 적자와 2038년까지 들어갈 투자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더 낸 요금이 장부의 이익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쌓인 빚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비용을 나눌 상대를 찾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약 20조~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했지만 두 기업이 거절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김동철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망 구축 비용의 80%를 두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반도체 전용 전력망 구축비용 1조4000억원 가운데 한전 부담이 20%라는 점을 문제 삼자 김 사장은 전용 송전선로여서 수요 기업이 내는 구조라고 답했죠.

■ 미뤄둔 비용은 누구 몫인가

영화 속 세 사람 앞에도 비슷한 갈림길이 놓입니다. 경영진은 오염 사실을 덮으려 하고 말단 사원들은 침묵과 폭로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세 사람은 침묵과 폭로 사이에서 무엇을 택해야 했을까요? 회사의 평판과 자기 일자리를 지키는 길, 강 건너 주민의 피해를 드러내는 길이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현실의 숫자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1메가와트시당 122.1달러로 OECD 35개국 가운데 26위였습니다. 정부는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설계안을 내놓았습니다. 한쪽에서는 요금을 올려 부채를 메우자는 말이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산업용 요금을 더 낮추는 설계가 함께 움직입니다.

물론 재무 수치만으로 모든 것을 읽어낼 수는 없습니다. 한전의 실적과 부채 공시는 장부의 숫자를 보여줄 뿐, 가구마다 요금 인상을 어떻게 체감하는지나 인상에 찬성하는지는 조사 범위 밖에 있습니다. 영화의 누적관객 101만여 명이라는 기록도 발권 매출을 집계한 수치일 뿐, 관객이 왜 이 이야기를 보러 왔는지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두 자료가 똑같이 가리키는 지점이 있습니다. 미뤄둔 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서 청구서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1995년 스크린 속 강물에 흘려보낸 비용이 끝내 사람에게 돌아왔듯 2026년의 210조원 청구서도 지금 누군가의 몫으로 되돌아오는 중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210조 청구서의 시점

한전 부채가 6월 말 210조7000억원까지 불고 사채 특례도 2027년 말 끝나, 요금 인상 논의가 국정감사 쟁점으로 올라왔습니다.

2
이익과 빚의 동거

2025년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인데도 부채가 그대로여서, 누적된 비용을 누가 치를지가 요금·분담 논쟁의 핵심입니다.

3
30년 전 강물의 기시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그린 폐수 방류와 책임 회피가, 미뤄둔 비용은 끝내 누군가의 몫이 된다는 현실의 질문과 맞닿습니다.

공식 예고편

Samjin Company English Class (2020) — 이종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