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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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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힌 태양광, 전력망 비용의 몫

전력망 혁신대책과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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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호남의 계통 병목을 푸는 대책이 나왔지만 그 투자비를 누가 질지는 아직 열려 있고 책은 현재의 비용과 미래의 편익을 저울질하는 법을 묻습니다.
기사 속 숫자 정리 (단위: 원)
구분수치
한국전력의 연결 부채총계(2025년 말)205조6050억
한국전력의 연결 부채총계(2026년 6월 말)210조7160억
자료 | 한국전력, 2026년 반기보고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출본 · 2026-09-15

호남에서는 송·배전망 병목 탓에 새 태양광을 2034년 이후에야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부는 9월 29일 전력망 혁신대책으로 유연접속과 접속권 회수, 비용 분담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전력의 연결 부채총계는 21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경제학자 홍종호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은 현재의 비용과 미래 세대의 편익을 어떻게 저울질하느냐에 따라 같은 투자가 다르게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전력망을 넓히는 선택 앞에서 그 비용을 누가 나눠 질지를 함께 묻는 글입니다.

호남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새로 지어도 그 전기를 전력망에 연결할 길은 2034년 이후에나 열릴 상황이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호남 지역 송·배전망의 병목 때문에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의 계통 접속이 그만큼 밀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어 놓고도 보내지 못하는 전기 앞에서 던질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전력망을 넓히는 비용은 누가 내야 할까요?

정부는 9월 29일 전력망 혁신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유연접속이라는 방식인데 배전선로의 태양광 접속량을 14MW에서 16MW로, 변전소의 접속량을 50MW에서 60MW로 늘리는 내용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렇게 하면 별도의 망 건설 없이 호남권 태양광 수용량을 2.6GW 늘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경제학자 홍종호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2023)을 나란히 놓고 싶습니다. 홍종호는 현재의 기후 대응 비용과 미래 세대가 얻을 편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투자 판단이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망을 넓히는 일도 지금 큰돈을 쓰는 지출로 볼지, 미래의 더 큰 비용을 더는 선택으로 볼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 지금의 비용과 미래의 편익

대책이 바꾸려는 숫자는 호남에 그치지 않습니다. 정부는 추진되지 않는 발전사업을 점검해 약 9GW 규모의 전력망 접속권을 회수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우선 발전을 접속 기준에 반영하면 2030년 기준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20GW를 더 수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책을 반영한 2030년 전국 재생에너지 송전망 수용량은 119GW에서 171GW로, 배전망 수용량은 84GW에서 110GW로 늘어난다고 정부는 제시했습니다.

저장장치도 동원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망이 포화된 지역의 태양광 3GW를, 변전소 에너지저장장치로 태양광 1.6GW를 추가로 접속할 계획입니다. 망을 새로 깔지 않고도 이미 있는 설비를 더 촘촘히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리는 쪽의 장부는 가볍지 않습니다. 한국전력의 연결 부채총계는 2025년 말 205조6050억원에서 2026년 6월 말 210조716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회사가 밝힌 하루 이자비용만 2026년 상반기 기준 115억원입니다. 결국 망을 깔 돈은 어디서 올까요?

홍종호가 던지는 질문이 여기서 힘을 얻습니다. 지금의 비용을 크게 볼수록 투자는 미뤄지고 미래의 편익을 무겁게 볼수록 투자는 앞당겨집니다. 같은 전력망을 두고도 저울을 어느 쪽으로 기울이느냐에 따라 답이 갈리거든요.

대책에도 이 저울이 들어 있습니다. 정부는 공용배전망 보강비용을 한국전력이 먼저 투자하고 나중에 그 망을 이용하는 발전사업자들이 설비용량에 따라 나눠 내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한전이 먼저 짊어지고 편익을 보는 쪽이 이후에 나눠 내는 구조인 셈이죠.

비용의 문제를 홍종호는 돈에만 두지 않습니다. 책은 석탄발전소를 퇴출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씁니다. 전환의 청구서에는 숫자만이 아니라 사람의 일자리도 적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전환의 청구서를 나눠 받는 사람들

한전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연결 영업이익은 2025년 상반기 5조8890억원에서 2026년 상반기 4조913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전력 판매량은 2026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0.6% 감소했습니다. 회사는 투자사업 시기를 조정하는 식으로 상반기에 투자비 0.6조원을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매출은 2025년 상반기 46조1740억원에서 2026년 상반기 46조3170억원으로 늘었지만 전기를 팔아 얻은 사업부문 매출은 45조4620억원에서 44조996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본업의 수입은 제자리걸음인데 갚아야 할 이자와 깔아야 할 망은 함께 늘어나는 구도입니다.

그렇다면 전환의 부담은 전력회사 혼자 지는 걸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홍종호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자동차·전자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을 한국 경제의 주력으로 짚습니다. 이 산업이 쓰는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느냐가 바뀌면 부담도 기회도 산업 현장 곳곳으로 번집니다.

그렇다면 2030년의 호남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질까요? 대책을 반영하면 호남권의 재생에너지 송전망 수용량은 37GW에서 64GW로, 배전망 수용량은 18GW에서 30GW로 늘어난다고 정부는 봤습니다. 다만 이 수용량은 대책 반영을 전제로 한 2030년 전망치이며 2026년 현재 접속을 마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뜻하지 않습니다.

한전의 빚을 읽을 때도 단서를 하나 달아야 합니다. 연결 부채총계는 발전 자회사 등을 포함한 수치여서 그 전부를 전력망 건설로 생긴 빚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망을 넓히는 투자가 재무 부담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시 처음의 호남으로 돌아가 봅니다. 2034년에야 길이 열릴 뻔했던 태양광에 먼저 길을 내려면 누군가는 지금 돈을 치러야 그 길이 시작됩니다. 홍종호가 책에 올려 둔 저울, 지금의 비용과 미래의 편익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가 전력망 위에서 다시 우리 앞에 놓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전력망 전환의 청구서

호남의 계통 병목을 푸는 대책이 나왔지만 그 투자비를 누가 부담할지는 아직 답이 열려 있습니다.

2
책이 던지는 저울 질문

홍종호는 현재의 비용과 미래 세대의 편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같은 투자가 달리 보인다고 짚습니다.

3
전환이 건드리는 일자리

석탄발전 퇴출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까지, 전환의 부담은 전력회사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