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역사로 보는 세상
세계와 스크린 사이
10월 4째주 · 2026
← 아시아24 홈
문을 여닫는 가게, 흘러가는 집안의 시간
영화로 세상을 보다

문을 여닫는 가게, 흘러가는 집안의 시간

기사요약
매달 집계되는 가게 수 뒤에는 창업비용과 경쟁, 그리고 일과 뒤에 돌아오는 저녁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국세청이 공개하는 100대 생활업종 가동사업자 자료는 동네 가게가 몇 곳 늘고 줄었는지 매달 보여줍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가데이터처 통계는 소상공인 규모와 창업비용, 생존율까지 숫자로 담습니다. 그 숫자 곁에는 가게를 꾸리는 사람의 저녁과 집안의 시간이 함께 흐릅니다. 방앗간 집 딸 은희의 눈으로 보는 영화 한 편을 통계 옆에 나란히 놓아 봅니다. 생계를 지키는 일과 가족에게 돌아가는 시간은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요?
기사 듣기
기사 속 숫자 정리
구분수치
2024년 주요 11개 산업의 소상공인 기업체613만4000개
2024년 소상공인 중 숙박·음식점업 기업체79만6000개
2024년 소상공인 숙박·음식점업 종사자142만3000명
2024년 소상공인 중 디지털·스마트 기술 활용 비중27.2%
2025년 매출액이나 상용근로자가 있는 활동기업774만8000개
2025년 신생기업90만8000개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2026-03-13 · 국가데이터처 2026-10-22

국세청이 공개하는 100대 생활업종 가동사업자 자료는 업종과 시도, 시군구별로 당월과 전월, 전년 같은 달의 사업자 수를 나란히 보여줍니다. 최신 기준월은 2026년 8월입니다. 어느 동네에서 제과점이 몇 곳 늘고 식당이나 술집이 몇 곳 줄었는지, 가게의 생김새가 매달 바뀌거든요. 동네에서 사라진 가게와 새로 생긴 가게, 그 숫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줄까요?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소상공인실태조사를 보면 2024년 주요 11개 산업의 소상공인 기업체는 613만4000개로, 2023년 596만1000개보다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숙박·음식점업 기업체는 79만6000개, 종사자는 142만3000명이었습니다. 식당과 카페, 술집을 합한 숫자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방앗간을 하는 집에도 아이가 있습니다. 영화 「벌새」(2018)의 주인공 은희는 방앗간을 운영하는 부모와 함께 삽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작품 소개는 은희가 가족에게서 별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가게의 숫자로만 보면 방앗간은 음식점업 통계의 한 칸이지만 그 안에는 저녁마다 혼자 시간을 통과하는 열네 살이 있습니다.

■ 가게를 여는 값

같은 소상공인실태조사에서 2024년 창업비용은 평균 8300만원이었습니다. 전년 조사에 제시된 8900만원보다 600만원 낮습니다. 이 가운데 창업자가 직접 부담한 돈은 평균 5900만원이었습니다. 가게 하나를 여는 데 들어간 자기 돈의 규모입니다.

문을 연 뒤의 사정도 조사에 담겼습니다. 경영 애로로 경쟁 심화를 꼽은 응답률이 61.0%, 원재료비가 49.6%, 상권 쇠퇴가 33.5%였습니다. 바로 옆 가게와의 경쟁과 오르는 재료값이 장사하는 사람을 가장 많이 누르는 부담으로 나타났습니다.

영화 속 은희의 부모도 방앗간을 쉴 틈 없이 돌립니다. 가게 일에 묶인 어른들은 아이의 하루를 세세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습니다. 작품 소개가 전하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은희의 자리는, 가게를 지키느라 집 안의 시간을 내주기 어려운 자영업 가정의 한 단면과 겹쳐 보입니다.

■ 열고 닫히는 숫자 사이

가게가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도 통계로 남습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2019년에 문을 연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숙박·음식점업에서 27.8%였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22일 발표한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2025년 매출액이나 상용근로자가 있는 활동기업은 774만8000개로 전년보다 10만6000개 늘었습니다. 반면 신생기업은 90만8000개로 1만4000개 줄었고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 비율은 11.7%로 0.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전체 가게 수는 늘었지만 새로 시작하는 발걸음은 오히려 조금 줄었습니다.

2024년 소멸기업은 76만9000개로 전년보다 2만1000개 줄었습니다. 다만 2025년 소멸기업 수는 다음 해 자료와 대조해야 집계할 수 있어 이번 발표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한편 같은 소상공인실태조사에서 디지털·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 비중은 27.2%로 전년보다 9.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주문과 결제, 홍보의 방식까지 가게가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가게 주인의 저녁 풍경은 다른 조사가 비춥니다. 국가데이터처 생활시간조사 브리핑을 보면 일하는 남편과 아내의 90% 이상이 평소 일과 뒤 피곤함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 응답은 일하는 부부 전체를 담은 결과로, 일을 마친 어른의 몸이 얼마나 지쳐 집에 도착하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 집으로 돌아온 저녁

은희에게는 한문학원에서 만난 김영지 선생님이 있습니다. 작품 소개에서 그는 은희를 이해해 주는 어른으로 등장합니다. 가족이 저마다 가게 일과 하루의 피로에 묶여 있을 때, 아이의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봐 주는 사람은 집 밖에 있었습니다. 영화는 그 만남을 통해 은희가 받지 못한 관심의 자리를 조용히 비춥니다.

가게 수는 매달 늘고 줄며 집계됩니다. 그 숫자 뒤에는 평균 8300만원을 들여 문을 연 사람과, 경쟁과 재료값을 견디며 일과 뒤 피곤함을 안고 집에 돌아오는 저녁이 함께 있습니다. 그 저녁에 집에서 기다리던 아이의 시간은 영화 「벌새」가 대신 비춰 줍니다.

은희네 방앗간은 오늘도 문을 열고 그 집 딸은 자기 하루를 혼자 통과합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가게 수의 변화

국세청·국가데이터처 통계로 자영업 생태계가 매달 달라지는 현장을 2026년 기준 수치로 짚습니다.

2
창업과 생계의 무게

평균 8300만원 창업비용과 경쟁 심화 61.0% 등 장사하는 사람이 지는 부담을 구체적으로 전합니다.

3
숫자 밖의 시간

통계가 담지 못하는 가족의 시간을 영화 「벌새」의 방앗간 집 은희와 나란히 놓아 봅니다.

공식 예고편

House of Hummingbird (2018) — 김보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