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시인의 『입술을 열면』(민음사, 2022)는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를 조용하고 선명한 언어로 끌어올려, 독자의 가슴 깊이 잔잔한 공명을 일으키는 시집이다. 주말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우리는 흔히 정신없이 분주한 일상 속으로 곧장 뛰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로 이럴 때일수록, 마음 한구석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시집은 그 미묘하고 섬세한 갈망을 은은한 언어로 채워주며, 월요일의 공기를 부드럽게 가라앉힌다.
시집에 수록된 한 문장, “입술을 열어본다는 건 오래 잠들어 있던 울음을 살짝 깨우는 일이기도 해”는 독자로 하여금 ‘말한다’는 행위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늘 수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진짜 마음속 비밀스러운 언어는 꺼내지 못할 때가 많다. 김현 시인은 이처럼 숨어 있는 감정의 떨림을 입술에 실어내며, 어쩌면 가장 고요해야 할 순간에야 비로소 들리는 울음소리를 포착한다.
시집의 제목인 『입술을 열면』에서 ‘입술’은 곧 ‘진짜 나의 목소리’가 시작되는 통로로 상징된다. 보통 우리는 말이란 자신의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면에서부터 더 깊은 울림으로 되돌아오는 것도 있다. 시인의 담백한 어휘와 담담한 시선은, 그 왕복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우리가 조금 더 솔직한 자기 고백의 순간을 마주하도록 돕는다.
월요일 아침이라는 시간은 보통 ‘일을 시작하는 분주함’으로 채워지기 쉽지만, 때론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멈추어 서서 내면의 긴장을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 시집을 펼치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내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혹은 내 안의 조용한 울음이 어떤 빛깔을 띠고 있는지 천천히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입술을 열면』은 혼잡한 월요일 아침의 리듬을 부드럽게 느슨하게 만들어주면서, 자기 자신에게조차 숨기고 있던 목소리를 서서히 들려주는 시집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입술을 열어’ 스스로를 진심으로 응시해보고 싶다면, 김현 시인의 한 편을 펼쳐보길 권한다. 그 잔잔하면서도 선연한 언어의 떨림이, 새로운 시작 앞에서 조금은 긴장하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