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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8월 첫째주] 산재사망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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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3일 경기 화성시 정남면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네팔 출신 31살 이주노동자가 압출 롤러를 청소하다 몸통이 끼여 숨졌다; 오늘 우리는 값싼 생산의 기계음이 인간의 심장박동을 잠식하는 현장을 직시한다.

사고는 일요일 저녁 7시 20분, 생산 설비가 멈추지 않는 야간 교대 중 발생했다. 피해자가 동료 둘과 이물질을 제거하던 순간 거대 실린더가 돌아갔고, 분당 120회 회전 관성은 긴급 정지 버튼보다 빨랐다. 119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네팔에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지 3년 5개월, 이 공장에선 근무 5개월 차였다. 임신한 아내를 남겨둔 청년의 죽음에 시민단체는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이주노동자의 후진국형 참사”라 규정했고, 공장은 작업중지 명령 속에서도 재가동 일정을 서둘렀다. 
숫자는 침묵을 깬다. 올 해 1월 1일\~7월 31일 전국 건설현장에서는 사망사고 111건이 공개됐고, 정부 잠정치로 2025년 1분기 사고사망자는 137명, 이 중 건설업 71명·제조업 29명이다.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생명이 끊어진다. 

잇단 비극에 대통령은 연쇄 사망사고 기업에 면허 취소까지 검토하라 지시했고,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사 현장은 전국 62곳 불시 감독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청·영세 사업장과 이주 인력은 여전히 법망의 가장자리에서 위험을 외주화한 채 남겨져 있다. 

노동자, 쓰러지다 희정(2014)은 한 해 2 000명이 일하다 죽는 한국의 산업현장을 르포로 기록한다. 조선소·택배·청소차·철도 등 13개 현장을 돌며 “산재는 개인 불운이 아닌 구조”라 짚고, 간접고용과 안전비용 절감을 ‘탐욕의 재난’이라 명명한다. 작가는 보험료 감면을 위해 부상자를 트럭 후송하는 기업들, 야간 철도 보수 중 무더기로 숨진 노동자를 추적하며 이윤·국가·책임 구조를 해부한다. 

책이 비춘 세 가지 거울은 화성의 현실과 맞닿는다. 첫째, 다단계 하청이 위험을 분산해 책임을 실종시킨다. 둘째, 고용허가제 틀에 묶인 이주노동자는 언어·신분 장벽으로 사전 교육과 보상을 배제당한다. 셋째, 사고 뒤에야 강경책이 논의되는 제도는 선제 예방보다 사후 통계에 머문다. 책의 경고와 사건의 현장은 “탐욕의 재난”이란 짧은 문장을 공유하며 제도 개선이 행동을 앞설 때만 생존이 보장된다고 일갈한다. 

산업안전, 이주노동, 위험외주화라는 세 단어는 우리에게 묻는다. 안전관리 비용을 가격경쟁력으로 환산하는 기업과 값싼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죽음의 사슬에서 자유로운가, 면허 취소 칼날이 대기업을 넘어 50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 노동까지 미칠 때에야 제도적 책임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롤러가 멈춘 검은 바닥엔 오늘도 기계 재가동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린다. 다음 교대가 시작될 때 또 한 이름을 숫자로만 남길 것인가. 생명을 잃은 생산은 모두의 손을 피로 물들인다. 안전을 미루는 순간 미래는 채권이 아닌 부채다.


 

연도별 산업재해 사망자 수
출처: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