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에 대하여」 문형배 지음 | 김영사 펴냄
38년 공직을 마친 법률가가 시민으로 돌아와 일과 독서에서 길어 올린 사유를 묶었다. 권력의 언어 대신 생활의 말로 정의와 호의를 함께 생각하게 하고, 판결문 밖에서 법의 마음을 찾는다. 사건과 사람들을 향해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태도, 토론과 경청을 권하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재판정의 빛과 그림자,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성찰하며, 갈등의 시대에 서로를 돌보는 법을 모색한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잔잔한 용기와 실천의 독서를 권한다. 지금 여기, 우리 곁에서 오래 함께 읽자.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주디스 버틀러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세계적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젠더 논쟁을 둘러싼 공포와 왜곡을 분석하고, 혐오를 정치로 바꾸는 힘의 작동 방식을 짚는다. 이 책은 고정된 정체성을 흔들어 자유와 연대를 확장하자고 권한다. 언어의 프레임과 미디어 환경을 풀이하며, 일상의 논쟁을 성찰의 기회로 전환한다. 제도와 교육, 가족과 종교를 가르는 선이 어떻게 삶을 옥죄는지, 시민의 대화를 어떻게 회복할지 묻는다. 독서는 편 가르기를 넘어 타인의 취약성에 응답하는 윤리를 훈련시킨다.
「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펴냄
데뷔 8년, 김초엽이 다시 질문한다. 인간과 타자, 공생과 변이,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갈까. 서로 닿고 스며드는 존재들을 통해 경계의 틈을 탐사하고, 과학적 상상력과 서정이 만나는 지점을 구축한다. 한 편 한 편이 다른 결을 품어 독서를 넓힌다. 여름밤에 딱 맞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후 쌓아온 성과를 응축했고, 물질과 감정, 기술과 관계의 윤리를 섬세하게 살핀다. 유려한 문장과 정교한 플롯이 교차하며, 사유의 온도와 재미를 함께 높인다.
「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펴냄
핵전쟁이 지나간 지구, 인간은 혼종을 설계해 살아남으려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하늘과 바다, 지하를 무대로 신인류와 구인류의 충돌을 입체로 펼친다. 생물학자 알리스가 품은 배아와 귀환의 여정은 적응과 윤리를 가로지르고, 빠른 전개 속에서 질문을 끝없이 발생시킨다. 과학의 상상력과 우화의 힘이 맞물리며 읽는 손을 놓기 어렵다. 한 권으로 끝나지 않는 세계가 기다린다. 혼종의 정치와 공존의 상상력이 얽히며, 장르의 경계를 넓힌다. 읽는 내내 다음 장을 재촉한다.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펴냄
연극을 전공했지만 콜센터 상담원이 된 아람, 어느 날 룸메이트의 시신과 다잉 메시지를 마주한다. 설재인은 예술과 돈, 명성과 욕망이 만든 가면을 벗겨내고, 관계의 잔혹한 연극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빠른 호흡, 날카로운 대사, 불편한 쾌감이 교차한다. 읽는 동안 우리는 관객이자 공범이 된다. 오디션과 생계, SNS와 팬덤, 미성년 연애 논란까지 얽힌 사건은 예술계를 둘러싼 구조와 도덕을 거칠게 흔든다. 스릴러의 긴장 속에서 계급과 젠더, 노동의 현실이 선연히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