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후 차량을 교체할 때 저상버스를 의무 도입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현실에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보급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에 세웠던 공급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점을 전제로 보면, 현장의 발목을 잡는 두 가지 축이 뚜렷하다.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과소 구입, 다른 하나는 환경부 정책의 혼선이다.

경기도 사례는 전형적이다. 지자체가 신청한 물량을 환경부가 보조금 고갈을 이유로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반대로 광주광역시와 대전광역시는 중앙정부가 배정한 물량을 받아놓고도 지방비 부족을 이유로 절반가량만 들여왔다. 저상 전기버스 한 대당 지방비 부담이 약 7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광주는 40대를 줄여 약 28억원을, 대전은 100대를 줄여 약 70억원을 아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이것이 정말로 확보하기 어려운 돈이었느냐다. 이동권을 넓히는 핵심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교체 방식의 지역 격차도 눈에 띈다. 서울은 대형버스를 중형 저상버스로 바꾸는 흐름을 보인다. 좁은 골목과 저수요 노선까지 접근성을 높이고, 대당 운행·구매비 부담을 조정하는 전략이다. 반면 타 지자체는 기존 중형을 대형 저상버스로 바꾸는 경향이 강하다. 한 대에 더 많은 승객을 몰아 태우면서 전체 운행 횟수를 줄이는, 이른바 ‘용량 확대’식 운영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배차 간격이 늘고 혼잡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민간사업인 버스 업계가 자발적으로 대당 용량을 키울 유인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단순 대차라면 말이 되지만, 실제 현장은 ‘몰아서 태우기’로 불편을 키우는 정황이 포착된다.

정책 혼선의 중심에는 환경부가 서 있다. 저상버스는 무공해차량으로 바꿔야 하기에 보급 재원은 환경부 보조금이 핵심이다. 그런데 전기버스 물량은 줄이고 수소버스는 늘렸다. 공급가 기준으로 수소버스는 전기버스보다 대당 2억원 이상 비싸지만, 실구매가는 보조금 덕에 오히려 약 2000만원 더 싸게 느껴진다. 전기버스 보조금이 대당 약 2억3000만원, 수소버스는 약 4억1000만원까지 올라가면서 가격 신호가 왜곡됐다. 문제는 지자체가 수소버스를 쉽게 사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전소 구축과 정비센터 등 초기 인프라 비용과 운영 리스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돈을 더 쓰며 수소버스 보급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현장 수요는 미동이 없는 이유다. 이러다 보니 전기버스 보급 재원은 마르고, 노후 차량 교체 시계는 다시 느려진다.

결국 환경부의 보조금 배분과 지자체의 예산 편성이 동시에 삐끗한 결과, 저상버스 전환은 계획 대비 한참 뒤처졌다. 숫자는 분명하다. 중앙정부는 수소버스 쪽으로 예산의 무게중심을 옮겼고, 여러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방비도 제때 마련하지 못했다. 서울이 대형에서 중형으로 내려가며 접근성과 운영 효율의 균형을 모색하는 사이, 일부 지역은 대형화로 수요를 ‘몰아 태우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이동권은 넓혀야 하고, 탄소는 줄여야 한다.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기술 선호가 아니라 수요·노선·인프라에 근거한 재설계가 먼저다. 보조금의 방향타를 현장 수요와 인프라 역량에 맞게 다시 고쳐 잡고, 지자체는 저상버스 예산을 최우선 항목으로 올려야 한다. 지금처럼 돈은 수소에, 책임은 전기버스에, 불편은 시민에게 떠넘기는 구조로는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