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4년 5월 전국적으로 K-패스 교통카드 제도를 도입하며 “국민들의 대중교통비 절감 및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추진했다. K-패스는 한 달에 15회 이상 버스·지하철 등을 타면 이용 요금의 일정 비율을 다음 달에 환급해주는 카드로, 일반인은 20%, 청년은 30%, 저소득층은 53.3%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기존의 알뜰교통카드를 보완해 출시된 K-패스는 이용자 입장에서 교통비 부담을 크게 덜어주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시행 석 달 만에 가입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K-패스의 등장은 지자체별 교통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가 추진한 기후동행카드가 시내에서만 통용되는 정액 교통패스였다면, K-패스는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사용 가능한 환급형 카드로 더 폭넓은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K-패스를 통해 통합된 전국 단위의 대중교통 할인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으며, 카드사들도 다양한 추가 할인 혜택을 내세우며 이용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한마디로 K-패스는 “많이 탈수록 돌려받는” 대중교통 마일리지 카드로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탄소중립 목표에도 기여하려는 정책적 목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모든 교통 업계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최근 마을버스 업계에서는 K-패스 시행과 맞물려 기존 환승 할인 구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통합환승할인제와 마을버스 – 할인 혜택의 그늘
서울 시내를 달리는 녹색 마을버스. 서울 지역 마을버스는 지하철·시내버스와 함께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에 참여해 왔다. 통합환승할인제는 2004년 도입된 이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자리 잡은 제도로, 승객이 일정 시간 내 여러 교통수단을 갈아타도 추가 요금을 거의 내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가령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 출근하는 경우, 승객은 마을버스 기본요금(서울 1200원)을 따로 내지 않고 전체 교통비를 합산 계산한 금액만 부담한다. 이처럼 시민에게는 요금 절감과 환승 편의라는 이점이 있지만, 할인 부담은 각 교통 운영주체들이 나누어 지게 된다. 다시 말해 승객이 덜 낸 금액만큼을 버스회사나 지하철공사가 떠안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환승 할인 정산 구조가 민영 업체인 마을버스에는 큰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서울시내 버스는 대형 시내버스의 경우 준공영제로 운영되어 적자가 발생하면 서울시가 전액 보전하지만, 마을버스는 개별 업체가 이익과 손실을 모두 부담하는 순수 민영제다. 그런데 환승할인이 적용되면 마을버스 업체는 승객 1인당 제대로 받은 요금이 500~700원대로 떨어지기 일쑤다. 예를 들어 승객이 시내버스에 이어 마을버스를 연달아 탈 경우, 마을버스 회사에 정산되는 금액은 약 667원에 불과하다. 지하철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면 약 646원만 지급되고, 환승을 3번까지 하면 정산 금액이 439원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1200원짜리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환승이 많아질수록 마을버스만 손해 보는” 구조에 대해 업계는 오래전부터 불만을 제기해 왔다.
“환승 많아질수록 우리만 적자” – 마을버스 업계의 호소
마을버스 업계가 특히 반발하고 나선 계기는 K-패스 도입 이후 환승 손실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K-패스나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같은 정책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탄소 감축을 이루겠다는 긍정적 취지이나, 정작 마을버스 입장에서는 환승 승객 증가 = 손실 증가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승객이 1명이 1500원을 내고 시내버스를 탄 뒤 환승해 마을버스로 오면, 시내버스 회사는 833원을 받고 우리는 667원을 받는다. 시내버스는 손실을 시에서 메워주지만 우리 마을버스는 운행할수록 적자가 쌓인다”고 토로했다. 업계 추산으로는 최근 3년간 누적 환승 손실액이 약 2300억 원에 달하며, 2025년 들어서도 1분기(1~3월)에만 144억 원의 환승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서울 마을버스 조합은 “사실상 연 1000억 원대의 적자를 업계가 떠안고 있다”며 더 이상 이 구조를 방치하면 일부 회사의 경영 파탄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줄곧 서울시에 환승 할인에 따른 손실 보전 확대를 요구해 왔다. 현재 서울시는 한정적인 재정지원만을 시행 중인데, 하루 운송수입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마을버스 회사에 대해 버스 1대당 월 최대 23만 원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조금 지원 기준액(운송원가)을 높이고 한도도 월 25만 원 이상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와 맺은 환승 통합 운임 정산 합의서를 개정해 마을버스에 불리한 정산 비율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요금 인상 요구도 나왔다. 서울 마을버스 기본요금 1200원은 수도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경기도(1450원)나 부산(1480원) 등에 비해 저렴한 만큼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승 할인으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극단적 상황에 놓인 마을버스 회사들에게는 요금 인상이나 추가 보전 없이 지금의 구조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서울시와 정부의 입장: 지원 확대 vs 구조 개선
마을버스 조합의 거듭된 호소에 대해 서울시의 입장은 난색에 가깝다. 시는 이미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마을버스를 지원해왔다며 무조건적인 추가 지원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마을버스 적자 지원 예산을 2019년 약 192억 원에서 코로나 시기인 2022년 495억 원까지 증액했고, 2023년에도 400억 원대 지원을 이어갔다. 2023년 중반에 마을버스 요금이 9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된 이후에는 상당수 업체의 경영 상태가 개선되었고, 139개 업체 중 과반이 흑자를 냈다는 자체 분석도 내놓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로 승객이 줄어 늘린 보조금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데도 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추가 재정지원은 예산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시는 오히려 지원 체계의 효율화를 언급하며, 단순 적자 보전이 아닌 실적 기반의 지원 방식을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통합환승 할인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K-패스를 통해 국민 교통비 절감을 도모하는 이면에는, 그로 인해 지자체나 운송 업계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따라야 한다. 현재 수도권 환승할인 손실 보전금 규모는 경기도의 경우 연간 1천억 원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 등 관련 주체들이 모여 합리적인 환승손실금 보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다.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향후 마을버스와 같이 민영으로 운영되는 노선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거나, 필요시 준공영제 전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공식 입장 발표는 아니나 관련 정책 연구 진행 중). 궁극적으로 정부·지자체는 환승 할인 제도라는 공공 서비스의 혜택과 운송사업자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환승체계 탈퇴” 가능성 및 시민에게 미칠 영향
마을버스 업계의 불만이 정점에 달하면서 급기야 “통합환승체계에서 빠지겠다”는 초강수가 거론됐다. 2025년 5월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긴급 총회를 열어 환승 손실 보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004년 환승할인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환승 제도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서울시나 국토부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당시 일단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서 실행이 보류되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후인 8월 말, 조합은 서울시가 끝내 추가 지원에 미온적일 경우 9월부터 환승제 이탈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 번 최후통첩을 했다. 8월 27일부터 조합 산하 140개 모든 업체 대표들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서울시에 요구안을 전달했고, 서울시는 “지원 체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조합은 서울시가 9월 중순까지 만족할 만한 안을 내놓지 않으면 실제 환승 협약 해지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만약 마을버스 업계가 현실적으로 통합환승할인 체계에서 이탈하게 되면 시민들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교통비 부담 증가다. 현재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마을버스를 타도 추가 요금이 없지만, 환승 할인이 중단되면 마을버스를 탈 때마다 별도로 1200원을 내야 한다. 출퇴근길에 버스·지하철·마을버스를 조합해 타는 시민이라면 왕복으로 하루 2400원의 추가비용이 생기는 것이다. 통상 골목길과 언덕 등 대중교통의 마지막 연결을 담당하는 마을버스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대체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지역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서울시도 이러한 시민 불편과 혼란을 우려해 “환승제 탈퇴 강행 시 단말기 분리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다행히 9월 초 현재까지 마을버스의 환승 중단 사태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조합과 시의 협상이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재점화될 불씨로 남아 있다.
지속가능한 환승제도를 위해 – 남은 과제
K-패스 도입으로 촉발된 이번 갈등은 결과적으로 통합환승할인제의 설계 결함을 수면 위로 떠올렸다.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요금 할인이라는 공익적 목표 뒤에는 그 비용을 부담하는 이해관계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특히 구조적 취약계층인 마을버스 업계가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를 견뎌왔던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불균형을 방치하면 대중교통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마을버스를 준공영제에 편입시켜 시내버스처럼 공공지원과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거나, 환승 할인 정산 구조를 손봐서 민영 사업자의 손실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3년부터 일부 마을버스 노선에 대해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시범 준공영제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경기도 등도 마을버스 준공영제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환승 할인 제도가 시민들에게 혜택인 만큼, 그 비용을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K-패스와 통합환승할인제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정교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