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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8월 넷째주] 교실의 스마트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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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해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오늘의 물음은 단순하다. 법이 교실의 주의력을 되찾게 할 것인가, 아니면 갈등을 규칙으로 밀어넣는 것에 그칠 것인가.

배경은 이렇다. 2023년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에 이미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명시됐지만, 학교·학부모·학생 사이의 해석 차와 민원으로 현장의 적용은 들쭉날쭉했다. 교원 설문에서 수업 방해를 겪었다는 응답이 66.5%, 제지를 하다 저항·언쟁·폭언을 겪었다는 응답이 34.1%, 상해·폭행을 당했다는 응답이 6.2%로 집계되며 표준화된 근거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 개정은 이 관행을 법률로 끌어올린 조치다.

과정은 간명했고 결과는 수치로 남았다.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163명 가운데 찬성 115명, 반대 31명, 기권 17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수업 시간 학생의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되, 교육 목적·긴급 상황·특수교육 보조기기 사용은 예외로 두었다. 교내 사용·소지 제한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고, 시행일은 2026년 3월 1일이다.

하지만 논쟁의 축은 금지 그 자체가 아니다. 이미 다수 학교가 유사한 제한을 운영해왔고, 이번 조치는 그것을 국가 표준으로 ‘확정’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청소년 단체 일부는 권리 침해를 우려했고, 정부와 교육계는 학습권과 교권 보호를 앞세웠다. 국제적으로 확산 중인 교실 내 스마트폰 규제 흐름과 보폭을 맞춘 결정이기도 하다.

시대적 의미는 두 갈래다. 첫째, 자율과 표준의 균형 이동이다. 학칙 중심의 자율 통제에서 ‘법률+학칙’의 이중 구조로 바뀌며, 학교별 편차를 줄이는 대신 현장의 재량과 학생의 자기조절 학습을 어떻게 살릴지가 새 과제가 됐다. 그러나 예외 조항의 해석과 단말기 수거 방식, 기록·증거 수집과 충돌하는 사생활 보호는 여전히 회색지대다. 둘째, 주의력의 공공성 회복이다. 교실의 집중은 개인 미덕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제도적 문장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규칙만으로는 주의력의 경제를 이길 수 없다.

수치가 말한다. 여성가족부 진단조사에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은 21만 3,243명으로 집계됐다. 정보화 정책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전체 22.9%, 그중 청소년은 42.6%였다. 법은 출발선일 뿐, 수요를 키우는 플랫폼 구조·알고리즘 설계와 맞닿을 때에만 효과가 난다.

이 장면을 한 권의 책으로 더 깊게 읽는다.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2023). 저자는 주의력 위기를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사회·기술·정책의 합성물로 짚으며, 설계된 분산과 가속의 환경에서 집중을 되찾는 집단적 처방을 제안한다. 접점은 세 가지다. 첫째, 교실 규제는 개인 탓을 넘어 환경을 고치는 규범 전환이라는 점. 둘째, 예외 조항을 둘렀더라도 플랫폼의 설계와 보상 구조를 손대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 셋째, 주의력은 개인이 지키는 덕목이자 사회가 보장해야 할 권리라는 점. 짧은 문장을 붙인다. 주의는 훔쳐진다. 이 말의 교훈은 분명하다. 빼앗긴 자원을 돌려놓는 일은 금지의 문장과 함께 설계의 문장을 요구한다.

오늘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학습권, 학생인권, 주의력으로 수렴한다. 학습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학생인권의 세부 절차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학생인권의 보장은 교사의 수업권과 어떤 상호의존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주의력의 회복은 교실 규칙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플랫폼·콘텐츠·가정의 시간표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은가. 규범은 교실에서 시작하지만, 효능은 교실 밖에서 완성된다.

결국 물음은 현재형으로 돌아온다. 이 규칙은 내년 3월 교실의 공기를 바꿀 수 있는가. 주의력을 지키는 사회가 곧 배움의 품격을 지킨다. 규칙은 시작일 뿐, 설계가 결말을 바꾼다.

초·중·고생 스마트폰 보유율 추이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 한국정보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