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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9월 다섯째주] 중국 단체무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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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9일 인천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정부의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작됐다. 오늘 우리는 ‘경기 부양’이라는 명분과 ‘국경 관리’라는 의무를 어떤 질서로 동시에 지켜낼지 자문해야 한다.

배경은 한 달여 전 결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8월 6일 관광 활성화 TF 회의에서 3인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2025년 9월 29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무비자 입국을 한시 허용하기로 했다. 체류 기간은 최대 15일, 대상 지역은 대한민국 전역이며, 제주도는 기존대로 30일 무비자가 유지된다. ‘전담여행사’가 사전 명단을 제출해 관리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과정은 빠르게 이어졌다. 법무부는 시행 당일 사전 명단 점검으로 입국규제자와 과거 불법체류 전력자를 거르는 절차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외교부는 국내·외 전담여행사 지정과 명단 등재 절차를 안내해 현장 혼선을 줄이려 했다. 제도의 문턱은 낮추되 관리의 문고리는 강화하겠다는 시그널이었다.

첫날 현장은 숫자로 말한다. 인천항에는 중국 크루즈 승객과 승무원 등 2700명 안팎이 입국했고, 7만 7천 톤급 드림호 승객들의 시내 이동을 겨냥해 면세점과 유통가는 할인·결제 편의로 대응했다. 공항과 도심 상권에선 중국 간편결제 연동과 환영 프로모션이 동시에 가동됐다.

효과는 기대와 경계가 교차한다. 정부와 업계는 내년 6월까지 추가 유입 100만 명 수준을 가늠하지만, 예약 리드타임과 환율 변수로 초기 체감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불법체류·이탈 관리, 지역 수용력, 주민 피로도 등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한 대비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시대적 의미는 분명하다. 비자 정책은 외교의 언어이자 내수의 레버다. 국경 통과 비용을 낮추면 도시의 리듬과 상권의 지도가 바뀐다. 그러나 단기 부양의 유혹은 장기 관리의 의무를 앞세워야 한다. 방한 경로의 다양화, 숙박·교통의 분산 설계, 체류 질을 높이는 가이드라인이 병행되지 않으면, 숫자는 늘고 신뢰는 줄어드는 역설이 닥친다.

 

여기서 떠올릴 책은 존 어리의 '관광의 시선'(1990)이다. 이 책은 관광을 개인 욕망이 아니라 사회가 조직한 시선과 이미지의 합으로 읽는다. 도시는 그 시선을 위해 공간을 배치하고, 산업은 그 시선을 위해 서비스를 표준화한다. 첫째, 무비자는 시선을 재배치하는 정책 도구라는 점에서 제도의 힘을 드러낸다. 둘째, 면세점·쇼핑 중심 동선은 ‘소비되는 풍경’을 강화한다. 셋째, 과밀과 혐오를 줄이는 규칙 없이는 환대가 쉽게 소모된다는 경고가 겹친다. 짧은 한 문장을 빌리면, '관광은 사회적 구성'이다. 숫자보다 ‘시선의 규칙’을 설계할 때, 이번 조치는 도시와 지역을 함께 살리는 제도적 울림을 낸다.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관광 정책, 국경 관리, 지역 상생이다. 단체 3인, 15일, 2026년 6월 30일이라는 숫자 뒤에 어떤 현장 규칙을 세울 것인가. 전담여행사의 책임 범위와 보험·보증금, 불법 이탈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간편결제·언어·안전 안내의 의무화를 어디까지 표준화할 것인가. 명동·제주·부산만이 아니라 군산·목포·포항 같은 항만 도시에 교통·환경·치안 수용력을 어떻게 분산 설계할 것인가. ‘환대의 계약’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정책은 논란을 넘어 신뢰로 축적된다.

결말은 단순하다. 문을 여는 일과 지키는 일, 우리는 지금 둘 다 하고 있는가. 숫자는 유입을 말하고, 신뢰는 머묾을 말한다. 환대는 규칙을 먹고 자란다.

중국인 관광객 한국 방문 추이
출처: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