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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10월 셋째주] '기계'가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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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8일,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구금되었던 한국인 64명의 송환이 결정됐다. 이번 조치는 13일 '고수익 알바' 미끼에 현지를 찾았던 20대 대학생이 고문 끝에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직후 이뤄졌다. 오늘 우리는 디지털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현대판 노예 노동과, 그 위험을 알면서도 떠나는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맥락을 묻는다.

사태의 본질은 '취업 사기'를 넘어선 '초국경 인신매매'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고수익', '숙식 제공'을 내건 광고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도착 즉시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한다. 이들은 프놈펜, 시아누크빌 등지의 '범죄 단지(Scam Compound)'에서 17시간이 넘는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로맨스 스캠, 암호화폐 사기 등 온라인 범죄의 '도구'로 동원됐다.

13일 한국인 대학생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정부 합동대응팀이 현지에 급파됐고, 18일 캄보디아 당국과의 공조로 구금된 64명의 1차 송환이 결정됐다. 그러나 논란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에서 발생했다. 송환자 중 상당수가 현지에서 범죄에 가담한 정황이 있어, 공항 도착 즉시 수사 대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해가 가해를 낳는 착취의 고리가 드러난 것이다.

같은 주, 국내에서는 10대 청소년의 도박 중독이 '재앙' 수준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2년간 10대 도박 중독 치료자가 3배 급증했으며, 이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의 무분별한 확산과 맞물린다. '한탕'을 노리는 사회 심리와, 국경 너머에서 '사기'를 강요당하는 노동의 풍경은 디지털 시대의 어두운 자화상처럼 겹쳐진다.

이 사건의 시대적 의미는 노동이 디지털 플랫폼 뒤로 숨어버린 방식에 있다. 범죄조차 '외주화'되고 '플랫폼화'됐다. 피해자는 고립된 건물에서 디지털 기계의 부품처럼 작동하며, 국경과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문자 그대로 '서비스로서의 인간'이 된다. 이는 외교와 치안의 문제를 넘어선, 디지털 자본주의의 가장 폭력적인 착취 구조를 폭로한다.

 

필 존스의 책 <노동자 없는 노동>(2022)이 이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이 책은 18세기 체스를 두는 자동인형 '터크'가 사실 그 안에 사람이 숨어있던 '사기'였음을 상기시킨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처럼, 오늘날의 AI와 플랫폼은 자동화된 듯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곳의 '미세노동'을 먹고 산다. 캄보디아 사태는 이 '터크'의 가장 잔혹한 버전이다.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라는 디지털 인형극의 무대 뒤편에, 감금되고 고문당하는 실제 인간이 숨어있던 것이다. 신기루를 파는 노동이 신기루가 되었다.

오늘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렇다. 디지털 장막 뒤의 노동을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가? '고수익'의 유혹이 '인신매매'의 신호가 되는 이 불평등의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는 국경 너머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이들의 법적,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

우리는 자동화된 사기의 편리함을 누리고, 그 비용은 보이지 않는 곳의 누군가가 지불한다. 기술은 환상을 만들지만, 책임은 인간의 몫이다. 보이지 않는 노동을 직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20대 청년층 취업률 추이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