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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째주 · 2025
[9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구출된 이들조차 트라우마와 사회적 낙인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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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구출된 이들조차 트라우마와 사회적 낙인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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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4일 새벽,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의 치복에서 276명의 여학생들이 잠든 기숙사를 무장 괴한들이 습격했다. 보코하람이라 불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소행이었다. 소녀들은 트럭에 실려 삼빌사 숲으로 사라졌고, 일부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대부분은 행방불명되었다. 아부바카르 셰카우가 이끄는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여성 교육을 악으로 규정하며 테러를 자행했다. 치복의 비극은 전 세계에 #BringBackOurGirls 운동을 촉발시켰고, 미셸 오바마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나이지리아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소녀들의 귀환을 촉구했다.

역사 사건

나이지리아 보코하람 테러.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보코하람의 테러는 단순한 종교적 광기가 아니라 나이지리아의 구조적 모순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북부의 이슬람 지역과 남부의 기독교 지역 간 경제적 격차, 석유 자원을 둘러싼 부패와 불평등,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진 종족 갈등이 극단주의의 토양이 되었다. 2009년 창설된 보코하람은 정부군의 강경 진압으로 더욱 과격해졌고, 2015년까지 2만 명 이상을 살해하고 260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치복 소녀들의 납치는 그들이 여성의 교육권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교육받은 여성은 전통적 가부장제와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개봉한 나이지리아 영화 Dry는 북부 지역의 조혼 문제를 다룬다. 스테파니 리누스가 감독하고 주연한 이 작품은 13살에 60세 남성과 강제 결혼한 할리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의사가 된 젠다야(리누스 분)가 고향으로 돌아와 조혼으로 고통받는 소녀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영화는 출산 중 사망하는 어린 신부들, 산과적 누공으로 고통받는 소녀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리누스의 절제된 연기는 분노보다는 연민을, 고발보다는 이해를 추구하며, 가해자들조차 또 다른 구조의 희생자임을 드러낸다.

영화 스틸

Dry (2014), 스테파니 리누스 감독. ⓒ Production Company

보코하람의 테러와 Dry가 그리는 조혼은 표면적으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성의 몸과 정신을 통제하려는 가부장적 폭력의 두 얼굴이다. 보코하람이 총과 납치로 소녀들의 교육권을 빼앗는다면, 조혼은 관습과 종교의 이름으로 그들의 미래를 강탈한다. 두 경우 모두 소녀들은 주체가 아닌 객체로, 인간이 아닌 재산으로 취급된다. 영화가 조용히 카메라로 포착하는 소녀들의 침묵과, 치복에서 트럭에 실려간 학생들의 비명은 같은 절망의 다른 표현이다. 극단주의든 전통이든, 여성을 도구화하는 모든 이데올로기는 결국 인간성에 대한 부정이다.

치복 사건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소녀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했다. 구출된 이들조차 트라우마와 사회적 낙인에 시달린다. 한편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조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조혼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교육과 여성 인권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Dry가 제시하는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돕는 것, 교육받은 여성이 다음 세대를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는 보코하람 같은 극단주의에 맞서는 가장 조용하지만 강력한 저항이기도 하다.

역사는 종종 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지만, 진정한 변화는 일상의 작은 저항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치복의 비극이 국제사회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면, Dry 같은 영화는 그 분노를 지속 가능한 성찰로 전환시킨다. 폭력적 극단주의와 억압적 전통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총성이 멎은 자리에 학교를 세우고, 관습이 강요하는 침묵을 교육으로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 아닐까? 소녀들의 꿈이 총알이나 조혼이 아닌 그들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날은 언제쯤 올 것인가?

공식 예고편

Dry (2014) — 스테파니 리누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