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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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째주 · 2025
[11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건과 영화는 '일상 속 저항'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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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건과 영화는 '일상 속 저항'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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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9일,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26년간 집권해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대선에서 80%의 득표율로 6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지지했던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선거 조작을 규탄하며 평화 시위를 시작했다. 붉은색과 흰색 깃발을 든 시민들의 행렬은 독립광장을 가득 메웠고, "떠나라!"라는 구호가 민스크의 밤하늘을 울렸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는 루카셴코 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역사 사건

벨라루스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은 단순한 선거 부정에 대한 항의를 넘어, 구소련 지역에 남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다. 정보통신 노동자들의 파업, 국영 방송 직원들의 항명, 심지어 경찰 일부의 이탈까지 이어지며 정권의 기반이 흔들렸다. 그러나 루카셴코는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자비한 진압으로 대응했다. 3만 명 이상이 구금되었고, 수백 명이 고문을 당했으며, 야권 지도자들은 망명길에 올랐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공포정치로 시민사회를 짓눌렀다. 2020년의 희망은 2021년의 절망으로 변해갔다.

알리악세이 팔루얀 감독의 Courage는 이 역사적 순간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민스크의 지하극장 배우들과 함께 시위 현장 한복판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마르이나, 파벨, 데니스 등 젊은 연극인들은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며 저항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는 예술가들이 검거되고, 극장이 폐쇄되고,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포착한다. 특히 체포 직전까지 "우리는 두렵지 않다"고 외치던 배우들의 모습은 용기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다.

영화 스틸

Courage (2021), 알리악세이 팔루얀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사건과 영화는 '일상 속 저항'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벨라루스 시민들이 보여준 것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불복종이었다. 붉은색 옷을 입고 출근하기, 정권 지지 집회 불참하기, SNS에 진실 공유하기 같은 행동들이 모여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Courage 속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영웅이 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연극을 하고,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르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폭압적 체제 아래서 예술하기 자체가 저항이 되는 역설을 영화는 섬세하게 포착한다.

2025년 현재, 벨라루스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루카셴코는 여전히 권좌에 있고, 수많은 정치범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프라하의 봄도, 아랍의 봄도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 씨앗은 결국 싹을 틔웠다고. 망명지에서, 감옥에서, 그리고 침묵을 강요받는 민스크의 거리에서 벨라루스인들은 여전히 자유를 꿈꾼다. Courage가 기록한 그들의 용기는 디지털 아카이브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며,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다.

독재는 기억을 지우려 하지만, 예술은 기억을 지킨다. 팔루얀 감독이 목숨을 걸고 찍은 이 영화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미래를 위한 증언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는 과연 그것을 지킬 용기가 있는가? 자유를 누리는 자의 책임은 자유를 빼앗긴 자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는 것 아닐까? 멀리 벨라루스에서 들려오는 침묵의 외침 앞에서, 우리 각자는 어떤 용기를 선택할 것인가?

공식 예고편

Courage (2021) — 알리악세이 팔루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