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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째주 · 2025
[12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흥미롭게도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난민은 위협적 존재로 타자화된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12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흥미롭게도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난민은 위협적 존재로 타자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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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스탠퍼드 대학의 폴 에를리히 교수가 『인구 폭탄』을 출간했을 때,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는 1970년대에 수억 명이 기아로 사망할 것이며, 1980년대에는 인도가 붕괴할 것이라 예언했다. 로마클럽은 1972년 『성장의 한계』에서 2070년까지 지구 인구가 150억에 달하면 자원 고갈로 문명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 경고했다. 맬서스의 『인구론』(1798) 이후 170년 만에 되살아난 인구 과잉의 공포는 1970년대 내내 선진국의 악몽이었다. 중국은 1979년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고, 인도는 강제 불임 시술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인류는 처음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라는 실존적 위기와 마주했다.

역사 사건

인구 과잉 디스토피아.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인구 과잉 담론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냉전 시대의 정치적 불안, 환경 운동의 부상, 제3세계에 대한 서구의 두려움이 뒤얽힌 복잡한 이데올로기였다. 선진국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폭발적' 인구 증가가 자원 전쟁과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촉발할 것이라 우려했다. 1974년 부쿠레슈티 세계인구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이 "발전이 최고의 피임약"이라며 서구의 인구 통제 정책에 반발했다. 실제로 1970년대 예측과 달리, 녹색혁명으로 식량 생산이 급증했고, 많은 국가에서 출산율이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하지만 인구 과잉의 공포는 SF 영화, 소설, 대중문화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Children of Men(2006)은 정반대의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2027년, 인류는 18년째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가 사망했다는 뉴스에 런던 시민들은 오열한다. 희망을 잃은 정부는 난민을 수용소에 가두고, 자살약 '퀴어터스'를 합법화한다. 주인공 테오(클라이브 오웬)는 기적적으로 임신한 난민 여성 키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임무를 맡는다. 쿠아론은 핸드헬드 카메라와 롱테이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영국의 혼돈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특히 난민 수용소 전투 신전의 12분짜리 원테이크는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영화 스틸

Children of Men (2006), 알폰소 쿠아론 감독. ⓒ Production Company

인구 과잉의 공포와 Children of Men의 불임 사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두 디스토피아 모두 인간의 재생산이 '통제 불가능한 위협'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1970년대가 '너무 많은 생명'을 두려워했다면, 쿠아론의 2027년은 '생명의 부재'를 공포로 그린다. 흥미롭게도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난민은 위협적 존재로 타자화된다. 에를리히가 제3세계의 인구 폭발을 경고했듯, 영화 속 영국은 난민을 격리하고 추방한다. 인구 과잉 담론이 강제 불임과 산아제한으로 이어졌다면, 영화는 불임이 가져올 파시즘과 절망을 보여준다. 결국 두 디스토피아는 생명을 '관리'하려는 근대 국가의 욕망과 그 한계를 드러낸다.

2025년 현재, 인류는 1970년대와는 정반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이며, 일본, 이탈리아, 중국도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유엔은 2100년 세계 인구가 104억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인구 과잉의 공포는 '인구 절벽'의 공포로 바뀌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출산율이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Children of Men의 불임 사회가 더 이상 순수한 SF가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지방 도시들은 이미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인구 과잉의 예언이 빗나가고, 인구 감소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1970년대의 전문가들이 놓친 것은 인간의 적응력과 기술 혁신, 그리고 교육받은 여성들의 선택이었다. Children of Men이 보여준 것은 생명의 부재가 가져올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 앞에서 폭력이 멈추는 기적이었다. 전투 중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병사들이 총을 내려놓는 장면은 인간성의 마지막 희망을 상징한다. 인구는 숫자가 아니라 삶이며,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이다. 과연 우리는 생명을 숫자로 환원하지 않고, 각각의 삶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까?

공식 예고편

Children of Men (2006) — 알폰소 쿠아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