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에서 나오미 클라인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현장을 이렇게 묘사한다. 펠리컨들이 검은 기름에 뒤덮여 날갯짓을 멈춘 채 해변에 널브러져 있었고, 어부들은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채 망연자실했다. 그녀는 묻는다. 재난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일까.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이 조명하는 산업재해의 본질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시스템의 실패다. 사고는 언제나 복합적 요인이 겹쳐 발생한다. 안전 장비의 미비, 과도한 공정 압박, 형식적인 안전 교육.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사슬처럼 엮여 참사를 만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 사망자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법이 있어도 집행이 미흡하고, 처벌이 있어도 예방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원청의 책임은 하청으로, 하청의 책임은 다시 노동자 개인에게로 전가되는 책임 회피의 연쇄가 반복된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안전은 늘 비용으로 취급됐다. 공기를 단축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것이 안전이었다.
하청 구조가 중첩될수록 위험은 아래로 내려간다. 원청은 비용을 절감하고 하청은 수주를 위해 저가 경쟁에 나선다. 그 끝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들어낸 위험의 외주화는 한국 산업 현장의 고질적 문제다.
산재 통계가 보여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고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삶, 같은 현장에서 일하며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동료들. 숫자 뒤에 숨겨진 이 고통의 총량을 우리 사회는 제대로 계산한 적이 없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에서 더욱 첨예하게 드러난다. 나오미 클라인이 포착한 구조적 모순은 압축 성장을 경험한 한국에서 증폭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성장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축적된 사회적 균열은 이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지뢰밭이 됐다.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나라에서 왜 이런 모순이 반복되는가.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그 제도를 작동시키는 문화와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자기 강화적이라는 점이다. 한번 형성된 불균형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된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 역시 기존 구조의 저항에 부딪힌다.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모순. 그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딜레마다.
결국 이것은 제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인식의 문제다. 법과 정책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외면하는가. 그 선택의 총합이 사회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에서 더욱 첨예하게 드러난다. 나오미 클라인이 포착한 구조적 모순은 압축 성장을 경험한 한국에서 증폭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성장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축적된 사회적 균열은 이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지뢰밭이 됐다.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포스코와 한화, HD현대 등 주요 기업들의 신년사에는 이례적으로 '안전'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반복된 중대재해 사고들이 남긴 상흔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한 해 동안 여러 차례 사망사고를 겪으며 산업 현장 위험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드러냈다.
새벽 5시,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야드에서 용접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30년 경력의 배관 용접공 박종민(58) 씨는 오늘도 두꺼운 방열복 안에서 땀을 흘린다. 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이음새 하나가 수천억 원짜리 해양 구조물의 안전을 좌우한다. 그러나 그의 월급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의 기술을 이어받을 젊은 용접공은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클라크가 그날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에서 묘사한 산업 현장의 숙련 노동자 소멸은, 바로 이 야드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숙련 기능직 종사자 수는 2019년 85만 5,000명에서 2023년 59만 8,000명으로 5년간 29.9% 감소했다. 특히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의 핵심 기능직 공백률은 2023년 기준 18.4%에 달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까지 숙련 기능인력 12만 명이 추가로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화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인력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 유성구의 한 마이스터고등학교 기계과 교실은 정원 40명 중 18명만 채워져 있다. 10년 전만 해도 경쟁률 3대 1이 넘던 이 학교는 이제 정원 미달이 일상이 되었다. 졸업생의 취업률은 94.2%로 대학 졸업자(67.8%)를 크게 웃돌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대학 진학을 고집한다. 기능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벽은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보다 훨씬 높고 견고하다.
독일의 장인(Meister) 제도는 숙련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대표적 모델이다. 독일에서 마이스터 자격증 보유자의 평균 연봉은 대학 졸업자의 93.7%에 달하며, 사회적 존경도 조사에서도 상위 20%에 위치한다. 반면 한국에서 기능장 자격 보유자의 평균 임금은 대졸 사무직의 72.4%에 그치며, 기술 전수의 동기가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클라크가 강조한 것처럼, 숙련 노동의 위기는 곧 산업 문명의 위기다.
해법의 실마리는 이미 현장에 존재한다. 2024년 고용노동부가 시범 도입한 숙련기술인 우대 제도는 기능장 등급 이상 기술자에게 공공주택 우선 배정, 자녀 학자금 지원, 기술 전수 수당 등을 제공하며 첫해 2,340명이 신청했다.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은퇴 숙련공과 신입 기술자를 1대 1로 연결하는 기술 멘토링 프로그램이 이직률을 34%에서 12%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정책과 현장의 접점에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이 기사는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현장 관행 개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기사는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통계와 기업의 신년사를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 관리 실태와 과제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나오미 클라인의 저작 인용을 통해,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과 노동자 목소리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