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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월 1째주] 산업재해

위험을 감각하는 몸과 계산하는 사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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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나오미 클라인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나오미 클라인 · 2014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에서 나오미 클라인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현장을 이렇게 묘사한다. 펠리컨들이 검은 기름에 뒤덮여 날갯짓을 멈춘 채 해변에 널브러져 있었고, 어부들은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채 망연자실했다. 그녀는 묻는다. 재난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일까.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포스코와 한화, HD현대 등 주요 기업들의 신년사에는 이례적으로 '안전'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반복된 중대재해 사고들이 남긴 상흔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한 해 동안 여러 차례 사망사고를 겪으며 산업 현장의 위험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드러냈다.

클라인은 재난을 단순한 사고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오랫동안 축적된 시스템의 균열이 한순간 드러나는 것이라고. 멕시코만의 시추 플랫폼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사고 몇 주 전부터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압력계의 미세한 떨림, 평소와 다른 진동음. 하지만 그들의 불안은 생산 일정과 비용 계산 앞에서 묻혔다.

한국의 산업 현장도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소규모 사업장에 공동안전관리자 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안전보다 납기가, 예방보다 실적이 우선시되는 구조가 견고하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한화오션이 중대재해 문제로 질타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험은 어떻게 감지되는가. 클라인은 신체가 가장 먼저 안다고 썼다. 플랫폼 노동자의 불안한 눈빛, 건설 현장 작업자의 긴장된 어깨, 화학 공장 근로자의 두통. 이런 신호들은 사고 통계나 안전 점검표에는 잡히지 않는다.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는 여전히 계산 가능한 것들로만 안전을 관리하려 한다. 사고율, 재해율, 준수율. 이 수치들 사이에서 개별 노동자의 불안은 비가시화된다. 클라인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무시하도록 훈련받는다.

2026년 1월 6일자 정책브리핑은 2023년, 2024년 대비 산업재해 복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다. 복구의 속도를 자랑하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왜 계속해서 복구해야 할 재해가 발생하는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클라인은 진정한 변화란 재난 이후가 아니라 재난을 예감하는 순간에 시작된다고 했다. 펠리컨이 기름을 뒤집어쓰기 전에, 노동자가 추락하기 전에, 그 위험을 감지하고 멈출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은 효율성의 논리가 아닌 취약성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산업안전감독관을 선정하고 예방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우리는 현장의 불안을 듣고 있는가. 노동자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재난은 순간에 일어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된다. 클라인의 말처럼, 모든 것이 변하는 순간은 폭발 이후가 아니라 첫 번째 경고음이 울릴 때다. 지금 당신의 일터에서는 어떤 신호가 울리고 있는가.

한국 중대재해 사망자 수
출처: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