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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월 3째주] 지방소멸

사라지는 도시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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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지방소멸
마스다 히로야
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 2014

당신이 태어난 고향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가. 모태펀드가 지방 투자를 늘려 2024년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소멸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 『지방소멸』을 펴낼 때만 해도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896개 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과장된 디스토피아로 여겨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현실을 마주한다.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뜻이다.

마스다는 이 책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지방소멸의 핵심은 일자리가 아니라 '20~39세 여성 인구'라는 것. 출산 가능 인구가 떠난 도시는 아무리 노력해도 회생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진단이었다. 그는 이를 '극점사회'라 불렀다. 인구가 몇몇 거점 도시로만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현상.

우리 정부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청년 일자리 정책, 지역 특화 사업, 농촌 사회공헌 인증제. 온갖 대책이 쏟아진다. 하지만 왜 청년들은 여전히 서울로만 향하는가. 지방대학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보면 2023년 기준 소멸위험 '고위험' 지역이 45곳에서 52곳으로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7곳이 추가된 셈이다. 더 놀라운 건 이들 지역 대부분이 이미 각종 지원 정책의 대상이었다는 점. 돈을 쏟아부어도 인구는 계속 빠져나간다.

마스다는 묻는다. 모든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 아니냐고. 잔인하게 들리는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평등한 발전이라는 이상과 효율적 생존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지방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들은 왜 떠나지 않는가. 아니, 떠날 수 없는가.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서 젊은이 한 명이 짊어진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가. 그들에게 고향은 선택의 대상인가, 운명인가.

정책입안자들은 숫자로 말한다. 출생률, 고용률, 인구증가율. 하지만 소멸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삶이다. 누군가의 유년이 깃든 골목, 첫사랑을 만난 학교, 부모가 늙어간 집. 이런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진시의회가 새해 첫 회의에서 의료비 지원을 확대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수 공공의료 확충 계획도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는 있는가. 병원은 유지될 수 있는가. 환자가 될 젊은이들은 남아있는가.

결국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이것이다. 모든 땅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가. 도시 집중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효율과 공정, 발전과 보존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마스다의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의 고향은, 지금 어떤가.

전국 소멸위험지역 수 추이
출처: 한국고용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