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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월 3째주] 지방소멸

사라지는 도시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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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 발표한 『지방소멸』을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현실을 다룬다. 지방소멸의 핵심은 일자리가 아닌 '20~39세 여성 인구' 유출이며,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당신이 태어난 고향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가. 모태펀드가 지방 투자를 늘려 2024년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소멸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2014)에서 일본 지방 도시의 소멸을 예측하며 학계와 정치권에 충격을 안겼다. 그의 분석 방법론은 명료했다. 출산의 주 연령대인 20~39세 여성 인구가 2040년까지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면,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소멸위험에 해당한다.

마스다의 핵심 주장은 논쟁적이다. 모든 지방을 균등하게 살리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제한된 자원을 거점 도시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거점도시 집중 전략이다. 일부 지역의 소멸을 받아들이고, 살릴 수 있는 중소도시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이 제안은 냉혹하지만 현실적이다.

한국 정부는 2024년 모태펀드를 통해 지방 투자에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자금이 아니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만이 아니다. 문화 인프라, 교육 환경, 의료 접근성,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세대의 부재가 이들을 수도권으로 밀어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산부인과 수는 2010년 대비 47%가 감소했다.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는 곳에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마스다의 거점도시 전략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모든 시군구에 균등하게 예산을 배분하는 현행 방식은 정치적으로는 공정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 지역도 살리지 못하는 낭비가 될 수 있다.

『지방소멸』이 제시한 소멸 메커니즘의 핵심은 젊은 여성의 유출이다. 출산과 양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20대 여성이 떠나기 시작하면, 출생률 감소와 인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은 돌이킬 수 없는 축소 경로에 진입한다.

지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예산은 매년 수조 원에 달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일회성 축제와 관광 인프라 투자로는 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의 격차를 줄이지 않는 한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한국의 지방소멸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수도권 집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KTX 같은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지방 인구의 수도권 흡수를 가속화하는 역설적 효과를 내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사라지고, 버스 노선이 폐지되는 현실이 지방의 일상이 됐다. 남아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계속 하락하고, 이것이 다시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귀농귀촌 정책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도시에서 내려온 이주민과 기존 주민 사이의 갈등, 농업 소득의 불안정성, 문화적 고립감이 정착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스다가 던진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이다. 소멸하는 지역을 살리는 것이 정말로 그곳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일인가, 아니면 도시에 사는 우리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의식인가. 모든 마을이 영원할 수는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현실적인 대안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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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멸위험지역 수 추이 최근값
한국고용정보원·2023
모든 지방을 살릴 수 없다면, 어디를 포기할 것인가. 한국의 106개 소멸위험지역 중 상당수는 이미 고령화율이 40%를 넘어섰고, 20대 여성 인구가 10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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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3 증감
2023년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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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기준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
이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면,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소멸위험에 해당한다.

마스다가 던진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이다. 모든 지방을 살릴 수 없다면, 어디를 포기할 것인가. 한국의 106개 소멸위험지역 중 상당수는 이미 고령화율이 40%를 넘어섰고, 20대 여성 인구가 10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이 현실 앞에서 무력한 슬로건에 그치고 있다. 마스다의 거점도시 전략이 냉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회피하고 싶은 진실을 정면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의 본질은 인구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청년들이 떠나는 곳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종합병원까지 1시간 이상 걸리고, 문화시설이 전무하며, 같은 세대를 만날 기회가 없다. 202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귀촌을 고려하는 청년의 78%가 의료 접근성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청년을 붙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경험은 경고이자 교훈이다. 마스다 보고서 이후 일본은 지방창생 전략을 추진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도쿄 일극 집중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2023년 도쿄권 전입 초과 인구는 12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도는 일본보다 더 극심하다. 전체 인구의 50.5%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분산이라는 목표 자체가 실현 가능한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마스다는 소멸을 막을 수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연착륙 전략을 제안했다. 급격한 붕괴 대신 점진적 축소를 관리하고, 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패배가 아니라 현실주의적 선택이다. 모태펀드 1694억원을 106개 소멸위험지역에 고르게 뿌리는 것보다, 거점 도시 20곳에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 지역은 존엄한 축소를 지원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일 수 있다.

결국 지방소멸 논의의 핵심은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놓아줄 것인가라는 선택의 윤리학이다. 마스다의 제안이 잔인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가 아직 그 선택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모든 곳을 살리겠다는 약속이 결국 어디도 살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선택일 것이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지방소멸의 심각성

한국에서도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현실을 다루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2
지방 청년 유출 문제

지방소멸의 핵심이 '20~39세 여성 인구' 유출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실태를 다룹니다.

3
지방 투자 확대의 의문

모태펀드가 지방 투자를 늘려 2024년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소멸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의 의문을 제기합니다.

전국 소멸위험지역 수 추이
출처: 한국고용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