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지방도시의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더 이상 젊은이들이 서지 않는다. 아침 7시,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60대를 넘겼다.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방 중소도시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정부는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고, 모태펀드는 지방 특화 사업에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서울행 기차표를 끊고 있다.
10년 전, 한 사회학자가 이런 현실을 예견했다.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펴낸 『지방소멸』에서 일본의 896개 자치단체가 3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과장된 예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4년 한국의 지방도시들이 그가 그린 미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이 넘는 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청년 한 명당 노인이 두 명이 넘는 곳들이다.
마스다는 지방소멸의 원인을 단순히 인구 감소만으로 보지 않았다. 20~30대 여성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순간, 그 지역은 회복 불가능한 임계점을 넘는다고 했다. 출산 가능 인구가 사라지면 아무리 정책을 쏟아부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한국의 지방도시들도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청년 여성들이 먼저 떠난다. 대학을 가기 위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남겨진 청년 남성들도 결국 그 뒤를 따른다. 결혼할 상대가 없으니까.
정부는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지방에 쏟아붓는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창업을 지원하고, 정착 지원금도 준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묻지 않는다. 왜 떠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일자리만 있으면 돌아올 거라고 믿는 것일까.
마스다는 이렇게 썼다. 극점사회가 온다. 모든 것이 대도시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같은 사회. 한국은 이미 그 극점사회에 진입했는지도 모른다. 서울과 수도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방의 빈집들이 늘어간다.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여전히 숫자로만 지방을 본다. 인구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청년들은 단순히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라 문화와 인프라,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 때문에 도시를 선택한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먼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