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가 있었다.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약을 챙겼다. 스물다섯 살이 된 아들이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발달장애 1급. 그녀는 이십 년 넘게 하루도 쉬지 못했다. 아니, 쉴 수 없었다. 자신이 없으면 아들은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으니까.
2024년 6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10퍼센트, 월 21만 6200원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단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이제야일까. 왜 2024년이 되어서야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까.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에서 이렇게 묻는다. 가족이 가족을 돌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가. 그것은 사랑인가, 의무인가, 아니면 국가가 떠넘긴 책임인가. 우에노는 돌봄이 '무상 노동'으로 치부되어 온 역사를 추적한다. 여성들이, 가족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겨진 그 모든 것들 말이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한국의 발달장애인 주 돌봄자 중 84퍼센트가 어머니다. 아버지는 6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조부모나 형제자매.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그 여성들 중 70퍼센트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돌봄이 사랑이라면, 왜 돌보는 사람은 병들어가는가.
우에노 치즈코는 돌봄을 '관계의 노동'이라 부른다. 단순히 밥을 먹이고 씻기는 일이 아니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의 삶을 지탱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노동에는 가격표가 붙지 않는다. GDP에도 잡히지 않는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된다.
새로 시작되는 통합돌봄서비스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국가가 처음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올렸으니까. 하지만 월 21만 6200원이라는 본인부담금이 신경 쓰인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돌봄받을 권리에도 가격표가 붙는 셈이다.
그 어머니를 다시 떠올린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는 그녀에게 이 제도는 어떤 의미일까. 하루 몇 시간의 휴식일까, 아니면 또 다른 부담일까. 우에노 치즈코는 말한다. 돌봄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라고. 그 관계를 국가가, 사회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진짜 문제라고.
『돌봄의 사회학』이 돌봄의 무게을 바라보는 시선은 표면적 현상 너머의 구조를 향한다. 우에노 치즈코은 개별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을 추적한다. 이런 관점은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돌봄의 무게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우에노 치즈코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간극이다. 설계된 세계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거리.
한국 사회에서 돌봄의 무게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구조, 인구 변화, 기술 발전, 세대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과 얽혀 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이 정책 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시작점에 선 것인지도 모른다. 돌봄을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 그 어머니가 새벽 네 시가 아닌 여섯 시에 일어날 수 있게 되기를, 아니 가끔은 늦잠도 잘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복지국가의 최소한의 약속 아닐까.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에서 이렇게 묻는다. 가족이 가족을 돌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가. 그것은 사랑인가, 의무인가, 아니면 국가가 떠넘긴 책임인가. 우에노는 돌봄이 '무상 노동'으로 치부돼 온 역사를 추적한다. 여성들이, 가족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겨진 그 모든 것들 말이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한국의 발달장애인 주 돌봄자 중 84퍼센트가 어머니다. 아버지는 6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조부모나 형제자매.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그 여성들 중 70퍼센트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돌봄이 사랑이라면, 왜 돌보는 사람은 병들어가는가.
발달장애인 돌봄의 84%가 어머니에게 집중되고, 70%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현실은 돌봄이 여성에게 의무로 전가되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드러낸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이 처음으로 국가 책임으로 인정되는 정책 시작은 한국 복지제도의 획기적 변화를 의미한다.
월 21만 6200원의 본인부담금이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진정한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더 무엇이 필요한지 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