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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4월 4째주] 장애인 노동

최저임금의 예외가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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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로 인해 9,157명의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절반 이하인 시급 4,659원을 받고 있다. 1989년 선의로 도입된 이 제도가 35년이 지난 현재 장애인 노동 착취의 수단으로 변질됐으며, 철학자 누스바움의 '역량 접근법'을 통해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2024년 4월 22일, 고용노동부가 한식 음식점업과 호텔·콘도업종에서도 외국인 고용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날, 어떤 이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한다. 장애인 근로자들이다. 한국일보 한준규 정책사회부장은 "장애인 노동에 대한 평가 절하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문을 열면서도, 장애인 노동자는 여전히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

일본의 사회학자 오구마 에이지는 『생활자의 평론』에서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가. 그는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 이후, 경제적 생산성만이 인간의 척도가 된 시대를 추적한다. 효율과 성과로만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배제되는 것은 '느린 사람들'이다.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받는다. 하지만 오구마는 되묻는다. 생산성이란 무엇인가? 누가 정한 기준인가? 빠르게 일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노동인가?

삼성물산은 다르게 접근했다. 장애인을 위해 일자리를 만든 게 아니라,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문서 파쇄, 명함 제작, 화분 관리. 속도는 느려도 꼼꼼하다. 실수가 적다. 이직률도 낮다. 생산성의 정의를 바꾸니 다른 가능성이 보였다.

오구마는 말한다. 생활자의 시선으로 보면 다르다고. 집에서 밥을 짓고, 빨래를 널고, 아이를 돌보는 일상의 노동에는 시급이 없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누구도 살 수 없다. 장애인의 노동도 마찬가지 아닐까. 속도와 효율로만 재단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 36년이 지났다. 그러나 장애인 근로자 상당수는 여전히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인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인에게 문을 열면서도, 이미 여기 있는 사람들의 노동은 평가절하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일하고 싶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오구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활자'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산성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너무 많은 것을 재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느려도 괜찮은 일터, 실수해도 다시 할 수 있는 일터는 정말 비효율적이기만 할까?

『역량의 창조』이 드러내는 장애인 노동의 현실은 가혹하다. 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 있지만 기업들은 부담금을 내고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의무고용 제도가 오히려 장애인 배제의 면죄부로 기능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 고용률 통계는 양적 지표만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받고, 어떤 처우를 받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 반복 업무에 배치되는 비율이 높고, 승진이나 경력 개발의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민간기업 기준 3.1%다. 하지만 실제 고용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대기업일수록 부담금 납부로 의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강하다. 채용보다 벌금이 싸다는 계산이 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논리로 작동한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와 노동 정책이 분리돼 운영되는 것도 문제다. 일하려면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고, 활동지원을 받으려면 취업이 어려워지는 모순적 구조가 존재한다. 정책 간 칸막이가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느림이 정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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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제외 적용 장애인 노동자
2023년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현황

문제는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다'는 판단의 기준이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한 사람의 노동 가치를 절반 이하로 평가할 수 있을까. 장애인 고용 전문가들은 이 제도 자체에 차별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렇다면 비장애인 중에서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사 누스바움은 『역량의 창조』에서 인간의 존엄을 능력이나 생산성으로 환원하는 사고를 비판한다. 그는 '역량 접근법'을 통해 모든 인간이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본적 역량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누스바움은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조카 세샤의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세샤는 말을 할 수 없고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스바움은 묻는다. 그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는가. 그의 존재 자체가 가족에게, 그리고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제도의 역설성

정부가 장애인 고용장려금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최저임금 예외를 허용하는 모순된 정책이 노동 착취를 방조하고 있다. 국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장애인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2
인간 존엄성의 문제

생산성만을 기준으로 인간의 노동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사회의 정의로움을 훼손한다. 누구든 장애를 가질 수 있으므로 이 문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미래와 직결된다.

3
긍정적 변화의 신호

삼성물산 등 일부 기업이 자발적으로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제도 개선을 위한 실마리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의 구체적 사례다.

장애인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원
출처: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