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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5월 3째주] 자립의 조건

청년이 홀로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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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사람들
쫓겨난 사람들
매슈 데스몬드
쫓겨난 사람들매슈 데스몬드 · 2016

2050년쯤 되면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마도 청년들이 가장 외로웠던 시대로 기록될지 모른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후원 캠페인이 펼쳐지고, 지역의 청년들은 '솔로 지옥'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현실을 표현한다. 성비 불균형까지 더해져 관계의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보육원을 떠난 청년들에게 자립은 생존의 문제다. 열여덟 살에 시설을 나와야 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일부터 난관이다. 취업을 해도 최저임금으로는 도시에서 방 한 칸 구하기 어렵다. 가족이라는 안전망 없이 홀로 서야 하는 이들에게 자립은 사치가 아니라 매일의 전투다.

지역의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일자리가 없어서만이 아니다. 만날 사람이 없고, 연결될 기회가 없다. 도시로 몰려드는 것은 단지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관계의 가능성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에서도 청년들은 고립되어 있다. 원룸에 갇혀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SNS로만 세상과 소통한다.

매슈 데스몬드는 『쫓겨난 사람들』에서 미국 밀워키의 빈민가를 8년간 관찰했다. 그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었다. 퇴거는 빈곤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직장도 잃고, 아이들은 학교를 옮겨야 했다. 관계망이 끊어지면서 빈곤은 더욱 깊어졌다.

한국의 자립준비청년들도 비슷한 악순환에 빠져 있다. 안정적인 주거가 없으니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소득이 불안정하니 집을 구할 수 없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실패했을 때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부모라는 안전망을 가진 청년들도 힘겨워하는 시대에, 홀로 서야 하는 이들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

데스몬드가 주목한 것은 퇴거 과정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중요성이었다. 이웃의 도움으로 버티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가 서로의 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고립은 빈곤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자립 지원은 대부분 경제적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 정착금 얼마, 주거비 지원 몇 개월.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관계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상적 연결 말이다.

청년 1인 가구가 전체 1인 가구의 39.1%를 차지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발적 독립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기댈 수 없는 청년들, 지역을 떠나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청년들. 이들에게 자립은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이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 후원 캠페인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시적 후원금보다 지속적인 관계가 더 절실할 수도 있다. 멘토링이라는 이름의 일방적 조언이 아니라, 실패를 함께 견뎌줄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자립하려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설 수 있는 토대가 있어야 한다.

2050년에 이 시대를 돌아본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수많은 청년들이 홀로 싸웠던 시대로 기록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연대의 방식을 만들어낸 시대로 기억될 것인가. 그 답은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 1인 가구 비율 변화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