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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6월 4째주] 지방소멸

사라지는 마을과 남겨진 사람들의 고독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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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지방소멸
마스다 히로야
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 2014

2024년 6월, 경북 영양군. 인구 1만 5천명. 농협은행 지부장이 말한다. 우리의 역할은 이익창출이 아니라 금융 공공성 확보라고. 4년간 2억 6천만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지방소멸. 이제는 흔한 단어가 되었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가 『지방소멸』에서 처음 제기한 개념이 10년 만에 한국의 일상어가 되었다. 896개 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던 일본의 예측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영양군의 인구는 1966년 8만 2천명에서 지금의 5분의 1로 줄었다. 매년 500명씩 떠난다. 출생아는 한 해 50명이 채 안 된다. 학교는 문을 닫고 병원은 떠났다. 남은 이들의 평균 연령은 56세를 넘었다.

그런데 정말 지방이 소멸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지방을 소멸시키는 것일까. 수도권 집중이라는 선택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닐까.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한 것들의 목록이 늘어날 때마다 사라지는 것은 단지 인구수만이 아니다.

농협 지부장이 2억 6천만원으로 막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인구 유출? 경제 쇠퇴? 아니다. 그가 지키려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상적 관계. 얼굴을 아는 이웃.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동체.

마스다는 지방소멸의 원인을 저출산과 도쿄 집중에서 찾았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성장이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사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곳은 버려도 된다는 암묵적 합의.

영양군에 남은 1만 5천명은 무엇을 증명하고 있을까. 떠날 수 없어서 남은 것일까, 남기로 선택한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거울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만들었다. 매년 1조원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대를 이어 전해지던 기억. 흙냄새 나는 말투. 계절의 변화를 함께 겪어온 시간들.

농협 지부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금융 공공성. 그것은 수익률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도 남아있겠다는 고집.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겠다는 의지.

소멸은 서서히 온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난다.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 비율
출처: 한국고용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