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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7월 2째주] AI 규제와 노동의 미래

로봇산업 육성 정책이 던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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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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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루스
퓨처프루프케빈 루스 · 2021

2023년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였다. 세계 1위다. 2위 싱가포르의 두 배에 가깝다.

정부가 로봇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했다. 규제를 풀고 투자를 늘린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하면서 시장은 들썩인다. 관련주들이 급등한다. 2016년 설립된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되고, 투자자들이 몰린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 왜 이토록 서두르는가. 단순히 기술 발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법제처가 실노동시간 단축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같은 시기에 들린다. 우연의 일치일까.

케빈 루스는 『퓨처프루프』에서 묻는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할 때, 남은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자동화가 단순히 효율성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일의 의미, 인간다움의 정의 자체가 흔들린다고.

실리콘밸리에서도 AI 규제에 대한 압도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소식이다. 일론 머스크조차 동의한다. 기술의 최전선에 선 이들이 스스로 규제를 요구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두려움인가, 책임감인가.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과 함께 일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더 많은 로봇이 필요하다고 한다. 노동시간은 줄이면서 생산성은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수식은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루스의 지적처럼,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로봇이 늘어날수록 인간의 일은 더 비인간적이 될 수도 있다. 속도를 맞추기 위해, 효율을 따라가기 위해. 기계와 경쟁하는 인간은 스스로를 기계화한다.

AI 통화 녹음이 합법화되고, 알고리즘이 채용을 결정하고, 로봇이 동료가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빨리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1012대.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때 인간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아니, 인간다움의 정의는 무엇이 될까.

주요국 산업용 로봇 밀도
출처: 국제로봇연맹(I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