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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7월 2째주] 로봇과 노동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오래된 두려움은 어떻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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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
로봇의 부상
마틴 포드
로봇의 부상마틴 포드 · 2015

2024년 7월 9일, 정부는 로봇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했다. 전방위적인 투자와 규제 완화를 예고하며 관련주들이 들썩였다. 스맥, 로보티즈, 로보스타. 증시에 오른 이름들이 미래를 약속한다.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지 210년이 지났다. 1811년 영국 노팅엄에서 직조공들이 기계를 부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기계 자체가 아니었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 숙련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이 된다는 것. 그 공포는 망치질로 표출됐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이 발표한 연구는 충격적이었다. 향후 20년 내 미국 일자리의 47퍼센트가 자동화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텔레마케터 99퍼센트, 회계사 94퍼센트, 부동산 중개인 86퍼센트. 숫자는 정확했고 미래는 어두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로봇이 늘어날수록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2019년 국제로봇연맹 보고서는 한국의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밀도가 774대로 세계 1위라고 발표했다. 같은 해 한국의 실업률은 3.8퍼센트. 로봇 밀도가 8대에 불과한 인도의 실업률 5.3퍼센트보다 낮았다.

마틴 포드는 『로봇의 부상』에서 묻는다. 기계가 인간보다 모든 일을 더 잘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기본소득을 제안했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남았다. 노동하지 않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스스로를 노동하는 존재로 정의해왔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성경 구절이 자본주의의 윤리가 됐다. 하지만 로봇이 24시간 일할 수 있다면? 실수하지 않고 피곤해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정부가 로봇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같은 날, 한 중소기업 사장은 구인난을 호소했다. 3D 업종엔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을 인간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역설적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 그 자리를 비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로봇과 경쟁한다. 시간당 처리해야 할 물건의 개수가 정해져 있고, 그 기준은 로봇의 속도에 맞춰진다. 인간이 기계를 닮아가고 있다. 효율성의 이름으로.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한 요양원은 노인들을 돌보는 로봇을 도입했다. 간호사들은 처음엔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지만, 곧 깨달았다. 로봇이 무거운 환자를 들어올리는 동안, 자신들은 환자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신할 때, 인간은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느냐 보완하느냐는 오래된 질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질문이 틀렸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대체냐 보완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노동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느냐다. 생존인가, 성취인가, 연결인가. 로봇 시대에 인간은 자신이 왜 일하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기계는 답을 주지 않는다. 질문만 남긴다.

한국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
출처: 국제로봇연맹(I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