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마지막으로 배를 타본 게 언제인가. 관광이 아닌, 필수로 타야만 했던 배 말이다. 군산에서 어청도까지는 72킬로미터다. 뱃길로 3시간. 해양수산부가 이 항로에 새 여객선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어청도에는 400명이 산다. 이들에게 배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것이다. 병원 가려면 배. 은행 가려면 배. 자녀 학교 보내려면 배. 날씨가 나쁘면? 며칠이고 기다린다. 섬은 그렇게 고립과 연결 사이를 오간다.
박완서의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펼쳐본다. 1991년작이다. 작가는 묻는다. 섬은 정말 고립된 곳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만든 곳일까. 소설 속 인물들은 섬을 떠나고 싶어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육지가 약속하는 편리함과 섬이 품은 고유함 사이에서 흔들린다.
한국에는 유인도가 464개다. 그중 정기 여객선이 다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는? 관공선이나 어선을 얻어 타거나, 자가용 배가 있어야 한다. 의료진이 섬을 찾는 횟수는 육지의 10분의 1. 교육 인프라는 더 열악하다.
새 여객선이 온다고 섬의 삶이 달라질까. 배가 빨라지고 편해져도, 여전히 배를 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연결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연결이 가져오는 변화를 섬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관광객이 늘고, 땅값이 오르고, 젊은이들이 더 쉽게 떠날 수 있게 되면?
박완서는 썼다. 섬의 시간은 육지와 다르게 흐른다고. 그 다른 시간을 지키는 것과 육지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 둘 다 필요하다면, 그 균형점은 어디일까.
정책 브리핑은 새 선박의 규모와 운항 횟수를 알린다. 주민 편의가 개선될 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편의란 무엇인가. 육지와 똑같아지는 것인가, 아니면 섬다움을 지키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것인가.
어청도 주민 400명. 이들 각자에게 새 여객선은 다른 의미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희망이, 누군가에겐 불안이. 연결과 고립, 변화와 보존. 이 오래된 긴장은 비단 섬만의 문제일까. 당신이 사는 곳에서도, 비슷한 긴장을 느낀 적은 없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