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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8월 3째주] 최저임금의 그늘

우리가 보지 않으려던 노동의 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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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한국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임금 차별로 두 번 승소했음에도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묶여있다. 기사는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을 통해 최저임금 노동이 단순한 저임금 문제를 넘어 노동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사회적 장치임을 비판한다.

당신이 매일 오르내리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창문 너머로 스치는 그 손들을 기억하는가. 영수증을 건네고 하이패스 카드를 받는 그 짧은 순간, 당신은 그들의 임금이 얼마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한국도로공사의 현장지원직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두 번이나 승소했다. 2023년 4월, 그리고 2024년 1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것이 차별이라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공사는 여전히 이들을 최저임금 수준에 묶어두고 있다.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노동의 배신』(2001)에서 미국 최저임금 노동의 현실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기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식당 종업원, 청소부, 대형마트 점원으로 일했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근면 신화의 허구였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월세를 내고 식비를 충당하면 남는 것이 없는 구조적 빈곤의 덫이 최저임금 노동자를 옭아매고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노동자들의 사례는 에런라이크의 분석을 한국적 맥락에서 정확히 재현한다. 같은 톨게이트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현실. 법원이 두 차례나 차별을 인정했음에도 공사 측이 이를 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임금 분쟁이 아니라 노동자를 비가시적 존재로 만드는 제도적 관성임을 보여준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9년 16.5%에서 2023년 13.7%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 자체가 인상되면서 기준선 바로 위에 몰린 노동자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저임금을 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최저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 구조가 합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에런라이크의 분석에서 가장 구조적인 통찰은 저임금 노동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교통비, 보육비, 의료비 등 노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잡아먹기 때문에, 최저임금 노동자는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한 시간적, 경제적 여유조차 갖지 못한다. 빈곤이 빈곤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바로 여기서 형성된다.

『노동의 배신』이 최저임금의 그늘을 바라보는 시선은 표면적 현상 너머의 구조를 향한다. 바바라 에런라이크은 개별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을 추적한다. 이런 관점은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최저임금의 그늘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바바라 에런라이크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간극이다. 설계된 세계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거리.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의 그늘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구조, 인구 변화, 기술 발전, 세대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과 얽혀 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이 정책 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에런라이크가 궁극적으로 폭로하고자 한 것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비참함이 아니라, 그들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사회적 장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우리는 톨게이트 노동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법적 판결만으로는 노동시장의 관행을 바꿀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를 보이게 만드는 일은 결국 법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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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미만율 추이 최근값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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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3 증감
2023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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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기준
201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에런라이크의 체험 기록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저임금 노동의 물리적 고통이었다. 하루 8시간 서서 일하는 월마트 점원의 무릎은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호텔 청소부의 허리는 몇 달 만에 망가졌다. 한국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노동자들도 다르지 않다. 톨게이트 부스에서 반복되는 요금 수납 동작,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혹한을 견디는 근무 환경. 이들의 노동은 보이지 않기에 그 고통도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2019년 16.5%에서 2023년 13.7%로 감소한 것은 일견 긍정적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사업주들이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수당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총소득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에런라이크가 말한 근면 신화의 허구, 즉 열심히 일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은 한국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법원이 두 차례나 임금 차별을 인정했음에도 시정되지 않는 현실은, 사법 판단과 행정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에런라이크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법적 권리를 알고 있어도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적 무력감을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현장지원직의 경우, 판결 이후에도 고용 불안이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개인의 권리 주장을 가로막고 있다. 승소가 곧 승리가 아닌 현실이다.

에런라이크의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존엄하게 살 수 없는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수백만 운전자 중 그 손의 주인이 받는 임금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 보이지 않는 차별로 이어지고, 보이지 않는 차별이 보이지 않는 빈곤으로 굳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는 것은 임금 인상만으로 되지 않는다.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최저임금 문제의 지속성

이 기사가 다루는 최저임금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노동자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현장 실태 파악 필요성

기사의 통계와 배경을 통해 최저임금 문제의 실제 양상을 이해할 수 있다.

3
사회적 해결책 모색

최저임금 문제의 향후 전개 방향을 파악하고, 이의 사회적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 추이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