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2일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1288가구를 위한 LPG 배관망 구축 사업이 졸속 행정으로 표류했다. 2023년 9월 시작된 이 사업은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한 것이었으나, 그사이 유구읍의 2024년 출생아는 단 3명에 그쳤다.
인구가 줄어드는 곳에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가. 아니면 인프라가 없어서 인구가 줄어드는가. 이 오래된 딜레마 앞에서 행정은 늘 한발 늦는다. 1288가구를 위한 배관망이 완성될 때쯤이면 그 숫자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앨런 말라슈가 쓴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은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만 보는 시각에 의문을 던진다. 그는 18세기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부터 20세기 일본의 과소화 현상까지 추적하며, 인구 변동이 늘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감소 자체가 아니라 감소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라고.
한국의 지방 소도시들은 이미 그 실험장이 되었다. 유구읍처럼 출생아 3명인 곳에서 초등학교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병원은, 약국은, 시장은 어떻게 버티는가. 말라슈는 핀란드의 작은 마을들이 학교를 통폐합하는 대신 원격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한 사례를 소개한다. 규모의 경제가 아닌 연결의 경제로.
그러나 한국의 행정은 여전히 성장 시대의 관성에 머물러 있다. 인구가 줄면 인프라를 늘려서 유치하려 하고, 그 인프라는 결국 빈 껍데기가 된다. 2023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절반에 가까운 지자체가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다.
이런 현실에서 LPG 배관망 같은 사업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남아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행정의 마지막 몸부림인가. 말라슈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모든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유구읍의 3명의 아이들은 어떤 마을에서 자랄까. 1288개의 가스 배관이 연결된 집들이 하나둘 비어갈 때, 그 아이들은 무엇을 보며 자랄까. 인구 감소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다.
빈집이 늘어도 길은 포장되고, 아이가 없어도 놀이터는 만들어진다. 이것이 한국 지방 행정의 아이러니다. 말라슈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늘 어제의 해법으로 내일을 준비한다. 그래서 늦는다.
때로는 떠나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모든 마을이 살아남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이들과 남는 이들 모두가 존엄하게 선택할 수 있는가다. 유구읍의 LPG 배관은 그 선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소멸은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다. 다만 우리는 아직 그 변화를 받아들일 언어를 갖지 못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