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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9월 1째주] 지방소멸

유구읍 LPG 배관망이 놓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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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지방소멸
마스다 히로야
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 2014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옆 사람이 통화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얘기다. 이번엔 가스 배관 공사 때문에 민원을 넣으셨단다. 도시가스도 아니고 LPG 배관이라니. 2024년에도 그런 게 있나 싶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LPG 배관망 구축 사업이 논란이다. 1288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수요는 형편없다. 주민들은 졸속 행정이라 비판한다. 그런데 이 작은 읍내의 올해 출생아 수가 단 3명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사망자도 3명. 태어나는 수와 죽는 수가 같다.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은 10년 전 일본에서 나온 책이다. 896개 자치단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 예측을 담았다. 당시만 해도 일본만의 이야기로 들렸다. 한국은 다를 거라 믿었다. 그러나 유구읍의 숫자들이 말해준다. 우리도 이미 그 길에 들어섰다고.

책은 묻는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무엇을 투자해야 하는가. 효율성만 따지면 답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사람이 산다. LPG든 도시가스든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더 극명하다. 서울은 0.55명, 충남 시군 지역은 대부분 1명을 밑돈다. 단순히 아이를 적게 낳는 문제가 아니다. 젊은 사람 자체가 없다. 유구읍처럼 태어나는 수와 죽는 수가 비슷해지는 곳이 늘어난다.

일본은 '컴팩트 시티'라는 개념을 내놨다. 흩어진 주민을 중심지로 모으고 인프라를 집중하자는 것.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누가 먼저 이주할 것인가. 자기 땅과 집을 떠날 것인가. 정책 문서의 깔끔한 도표는 현실의 복잡함을 담지 못한다.

유구읍 LPG 배관망은 어쩌면 지방소멸 시대의 상징적 풍경일지 모른다. 필요하지만 비효율적인 것. 해야 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 이런 모순들이 전국 곳곳에 쌓여간다. 정답은 없다. 다만 외면할 수도 없다.

버스가 도착했다. 통화하던 사람이 전화를 끊는다. 고향 부모님께 주말에 내려가겠다고 약속했나보다. 버스 안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모두 어디선가 태어나 자란 사람들. 그 고향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LPG 배관이 놓이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텅 비었을까.

한국 시도별 합계출산율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