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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9월 2째주] 사라진 사람들

실종 신고 4만 9천여 명, 그 중 121명의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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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당신 주변에도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사람이 있었을까.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의 소식이 궁금해져 검색해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실종 신고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4만 9천624명이 실종 신고되었고 그중 121명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숫자들이 그저 통계로만 읽히는가. 121이라는 숫자 뒤에는 121개의 빈 자리가 있다. 누군가의 식탁에, 누군가의 일터에, 누군가의 일상에 뚫린 구멍들이다. 찾아진 4만 9천여 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사라졌던 시간 동안 가족들이 겪었을 불안과 절망은 어떤 언어로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에는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 헤매는 여자가 나온다. 그녀는 말을 잃었다. 정확히는 말하기를 거부한다. 실종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언어란 얼마나 무력한가. 경찰서에서 작성하는 인상착의, 실종 전단에 적힌 특징들, 그 모든 설명이 정작 그 사람의 온기와 숨결은 담아내지 못한다.

실종자를 찾는 일은 국가의 시스템과 개인의 간절함이 만나는 지점이다. 개정된 '실종아동등의 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률'은 더 많은 권한과 수단을 동원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라진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는다.

한강은 이 소설에서 실종이 단지 물리적 부재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살아있으면서도 관계에서, 사회에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실종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면서도 정작 그들이 어떤 심연을 안고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4만 9천이라는 숫자가 매년 반복된다면, 이것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선 사회적 증상은 아닐까.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려 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드는가. 혹시 우리가 만든 이 견고한 일상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감옥은 아니었을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가출 청소년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만 1천여 명에서 2023년 2만 8천여 명으로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실종 신고로 이어진다. 집을 나가는 것과 실종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쩌면 그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모호할지도 모른다.

소설 속 여자는 끝내 잃어버린 사람을 찾지 못한다. 대신 그녀는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죽은 언어를 통해 산 사람의 부재를 견디려는 것일까. 아니면 모든 언어가 결국 누군가의 부재를 증명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깨달음일까.

121명의 미귀환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정말로 찾아지기를 원할까. 아니면 그들에게는 사라지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을까. 우리는 실종을 비극으로만 읽지만, 때로 그것은 견딜 수 없는 현실로부터의 탈출일 수도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계속해서 찾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의무든, 혹은 죄책감이든. 하지만 정작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사라진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을 사라지게 만든 이 사회의 어떤 결핍은 아닐까. 당신은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는가.

보건복지부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연간 4만9천624명이 실종 신고됐고 121명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기사는 실종 현상을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닌 사회적 증상으로 분석하며,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을 통해 언어의 무력함과 실종의 다층적 의미를 탐구한다.

당신 주변에도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사람이 있었을까.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의 소식이 궁금해져 검색해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실종 신고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4만 9천624명이 실종 신고됐고 그중 121명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숫자들이 그저 통계로만 읽히는가. 121이라는 숫자 뒤에는 121개의 빈 자리가 있다. 누군가의 식탁에, 누군가의 일터에, 누군가의 일상에 뚫린 구멍들이다. 찾아진 4만 9천여 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사라졌던 시간 동안 가족들이 겪었을 불안과 절망은 어떤 언어로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은 여자가 만난다. 두 사람의 상실은 서로 다르지만 부재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된다. 매년 약 5만 명이 실종 신고되는 현실에서 사라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 모두가 겪는 상실은 이 소설이 다루는 주제와 정확히 겹친다.

실종이라는 현상을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죽음처럼 확정적이지도 않고 부재처럼 일시적이지도 않다. 남겨진 가족들은 애도할 수도 없고 기다림을 끝낼 수도 없는 이중의 고통 속에 놓인다. 한강이 소설에서 탐구한 언어의 한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현실과 만난다.

121명의 미발견 실종자라는 숫자는 통계적으로는 미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숫자 뒤에는 하나의 빈 의자가 있고 하나의 멈춘 시계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과 다르다. 그것은 정지된 시간이며 동시에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이다.

한강은 소설 속에서 고대 희랍어의 시제를 통해 시간의 다층적 의미를 탐구했다. 현재형과 과거형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시간. 실종자 가족들이 경험하는 시간도 이와 유사하다. 그들에게 실종된 그…은 과거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현재다. 돌아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시간을 붙잡아 두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보여주는 실종 통계의 이면에는 언어로 담아낼 수 없는 고통이 있다. 『희랍어 시간』이 던지는 질문처럼 부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 사회가 사라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강은 『희랍어 시간』에서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를 통해 소통 불가능의 세계를 그렸다. 실종이란 정확히 그런 상태다. 존재하지만 닿을 수 없고, 살아 있을 수도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2024년 한국의 장기 실종자는 2만 3천여 명에 달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실종신고 접수 후 48시간 이내 발견율은 87%이지만, 48시간을 넘기면 발견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장기 실종으로 전환된 사례 중 생존 상태로 발견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은 통계적으로 잦아든다.

한강의 소설에서 여자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언어를 상실한다. 실종자 가족들도 유사한 상실을 경험한다. 실종자가족지원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가족의 78%가 우울증을 호소하고, 63%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부재는 존재보다 더 큰 무게로 남은 이들을 짓누른다.

121명이라는 숫자는 하루 평균 실종신고 건수다. 이 중 치매 노인이 34%, 가출 청소년이 28%, 지적장애인이 15%를 차지한다. 실종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공백이 만들어낸 결과다. 돌봄의 부재가 실종의 전주곡이 된다.

한강이 희랍어라는 사어를 매개로 단절된 두 사람을 연결했듯이, 실종의 서사에도 접점이 필요하다. CCTV 확충과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기술적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라지기 전에 붙잡을 수 있는 사회적 그물망이 먼저 필요하다.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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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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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기준
2020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실종 문제의 사회적 증상

이 기사는 실종 현상을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닌 사회적 증상으로 분석하며, 그 심각성을 환기시킨다.

2
실종의 다층적 의미 탐구

소설 『희랍어 시간』을 통해 언어의 무력함과 실종의 복합적인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3
실종자 가족의 고통 조명

찾아진 실종자들이 사라졌던 시간 동안 가족들이 겪었을 불안과 절망을 생생히 그려낸다.

가출 청소년 신고 건수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