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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0월 2째주] 부동산 통계의 속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숫자를 더 자주 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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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제인 제이콥스 · 1961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가격 공표 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월간에서 주간으로, 분기에서 월간으로. 더 빠르게, 더 자주 숫자를 볼 수 있게 된다. 투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정책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정말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한 걸까. 아니면 숫자를 보는 방식이 문제인 걸까. 매주 발표되는 부동산 지수를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주식 시황판 앞에 선 투자자 같다.

도시계획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1961년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통계의 함정을 경고했다. 슬럼 재개발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던 당시 미국 정부는 철거된 주택 수, 신축된 건물 수 같은 양적 지표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이콥스는 도시를 이해하려면 거리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통계 보고서가 아니라 실제 삶의 현장을 봐야 한다고. 그녀가 본 것은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웃 간의 신뢰, 거리의 활력, 자연스럽게 형성된 커뮤니티의 안전망.

우리도 비슷한 착각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주간 단위로 쏟아지는 부동산 지수가 정말 우리 주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전국 평균, 지역별 평균이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개별 가구의 주거 불안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전국 1인 가구는 75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의 35.5%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여전히 4인 가구, 아파트, 매매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원룸에 사는 청년, 고시원에 머무는 노인의 주거 현실은 주요 지표에서 빠져 있다.

더 자주 발표되는 통계가 더 나은 정책으로 이어질까. 제이콥스라면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그녀는 도시 문제의 해법이 더 정교한 계획이나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계획가들의 오만을 버리고 실제 거주자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는 것이 먼저라고.

부동산원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숫자를 대하는 태도를 돌아볼 필요는 있다. 매주 발표되는 지수에 일희일비하며 투기와 투자 사이를 오가는 대신, 우리 사회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주거 정책이 무엇인지 묻는 게 먼저 아닐까.

제이콥스는 말했다. 도시는 실험실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곳은 숫자들이 움직이는 추상적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펼쳐지는 구체적 장소다. 통계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전국 1인 가구 비중 추이
출처: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