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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0월 2째주] 부동산 통계의 속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숫자를 더 자주 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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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가격 공표 주기를 단축하기로 결정했으나, 저자는 더 자주 발표되는 통계가 반드시 더 나은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도시계획학자 제인 제이콥스의 이론을 통해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실제 주거 현실과 개별 가구의 주거 불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신은 오늘도 부동산 뉴스를 봤다. 서울 낡은 아파트 가격이 더 올랐다는 기사였다. 5년 넘은 아파트가 신축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당신의 눈은 숫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숫자들이 누군가의 20년인지, 30년인지는 묻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이 공표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이상 징후를 빠르게 감지하기 위해서란다. 매주, 매일, 더 빠르게 숫자가 쏟아진다.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속도만큼 우리의 시계도 빨라진다. 그런데 집에 사는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

도시사회학자 매슈 데스몬드는 《쫓겨난 사람들》에서 8가구의 2년을 추적했다. 밀워키의 낡은 집들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퇴거 통보가 오고, 짐을 싸고, 다시 방을 구하는 과정.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아를린은 아이 둘과 함께 2년간 다섯 번 이사했다. 집세가 밀릴 때마다였다. 스콧은 트레일러에서 쫓겨나 간호시설로, 다시 형 집으로 떠돌았다. 라마는 13년 살던 집에서 나와야 했다. 천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수리비가 집세보다 비쌌다.

부동산 가격지수는 이런 이야기를 담지 않는다. 5년 초과 아파트가 몇 퍼센트 올랐는지만 보여준다. 그 5년, 10년, 20년 동안 그 집에서 일어난 일들은 통계에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가 늙고, 가족이 흩어진 시간들.

데스몬드가 만난 집주인들도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셰레나는 낡은 집 두 채로 월 2천 달러를 벌었다. 수리비를 아껴야 했다. 토빈은 트레일러 파크를 운영했다. 131채 중 절반이 비었다. 그도 빚에 쫓겼다.

당신이 사는 집은 몇 년 됐을까. 그 시간 동안 무엇이 변했나. 벽지가 바랬고, 보일러가 고장났고, 옆집 사람이 바뀌었을 것이다. 부동산원 통계에는 없는 변화들이다.

정책은 숫자를 쫓는다. 공표주기를 단축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대응 속도를 높인다. 투기를 막겠다는 의도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집은 투기의 대상이기 전에 누군가의 시간이다.

데스몬드는 묻는다. 왜 어떤 사람들은 계속 쫓겨나야 하는가. 왜 집이 있는데도 집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하는가. 가격표 뒤에 숨은 시간의 불평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 분석하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와 주택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구조적 모순이다. 주거의 안정보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집이 기능하는 사회에서 주거권은 공허한 구호로 남는다.

한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부의 양극화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좁힐 수 없는 격차를 만든다. 일해서 번 돈보다 집값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큰 사회에서 근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마다 방향이 바뀌어 왔다. 규제와 완화를 오가는 정책의 시계추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그 불확실성은 다시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제인 제이콥스의 관점을 빌리면, 부동산 문제는 경제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 토지 공개념, 보유세 강화, 공공주택 확대 등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기존 자산 보유자들의 정치적 저항이 개혁의 걸림돌이 된다.

부동산 불평등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부모의 자산 유무가 자녀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가치는 시험대에 오른다. 능력주의의 신화가 부동산 앞에서 무너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당신의 집값이 올랐다면, 혹은 내렸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숫자일 뿐인가, 삶의 시간인가. 뉴스는 전자만 보여준다. 후자는 당신이 채워야 한다.

📊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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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국 1인 가구 수
2024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도시계획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1961년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통계의 함정을 경고했다. 슬럼 재개발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던 당시 미국 정부는 철거된 주택 수, 신축된 건물 수 같은 양적 지표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이콥스는 도시를 이해하려면 거리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통계 보고서가 아니라 실제 삶의 현장을 봐야 한다고. 그녀가 본 것은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웃 간 신뢰, 거리의 활력, 자연스럽게 형성된 커뮤니티의 안전망.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통계 중심주의의 한계

더 자주 발표되는 부동산 지수가 실제 주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으며, 숫자에 집착하면 정작 중요한 삶의 질을 놓칠 수 있다.

2
정책의 현실 괴리

1인 가구가 전체의 35% 이상이지만 부동산 정책은 여전히 4인 가구와 아파트 매매 중심으로 설계돼, 원룸 거주 청년이나 고시원 거주 노인 등 취약층의 주거 불안이 간과되고 있다.

3
정책 수립의 우선순위

더 정교한 계획이나 데이터보다는 실제 거주자들의 경험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주거 정책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국 1인 가구 비중 추이
출처: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