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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1월 2째주] 특별사법경찰관

전문가라는 이름의 아마추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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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정치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막스 베버 · 1919

당신의 직장에 갑자기 수사권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환경부 공무원이 불법 폐기물 업체를 단속하고,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사업주를 수사한다. 그런데 이들 중 82퍼센트가 경력 3년 미만이다. 공소시효가 뭔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소 시기를 놓친다.

특별사법경찰관, 줄여서 특사경이라 부른다. 전국에 2만 명이 넘는다. 경찰이 아닌데 수사를 한다. 전문 분야의 위법행위를 단속하라고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법률 교육은 받지 못한다. 검찰의 지휘를 받던 조항마저 이번에 삭제됐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관료제의 역설을 말했다. 전문성을 위해 분업화하지만, 분업이 깊어질수록 전체를 보는 눈은 사라진다고. 각자의 좁은 영역에 갇혀 옆 부서가 뭘 하는지 모른다. 특사경도 마찬가지다. 환경 전문가는 법을 모르고, 법 전문가는 환경을 모른다.

베버가 본 것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었다. 그는 이걸 '영혼 없는 전문가'라고 불렀다. 자기 분야의 규칙만 안다. 왜 그 규칙이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특사경들도 그렇지 않을까. 단속은 하되 정의는 생각하지 않는.

통계를 보면 더 씁쓸하다. 특사경 인원은 매년 늘지만 실제 송치 건수는 제자리다. 2019년 1만 7천 명에서 2024년 2만 명으로 늘었는데, 연간 송치 건수는 여전히 3만 건 내외다. 인원은 18퍼센트 늘었는데 성과는 그대로다.

이상한 일이다. 전문가가 늘수록 전문성은 떨어진다. 권한은 커지는데 책임은 흐려진다. 베버의 표현을 빌리면, 관료제의 철창이 점점 촘촘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각자의 작은 칸막이만 지킨다.

공소시효를 몰라서 범죄자를 놓아준 특사경. 그는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모르는 척했을까. 전문가의 무지가 무능인지 방기인지, 우리는 구분할 수 있을까.

베버는 100년 전에 물었다. 관료제 사회에서 인간의 자유는 가능한가. 특사경 2만 명의 시대, 우리는 더 안전해졌나. 아니면 더 많은 감시자들에게 둘러싸였을 뿐인가.

그들도 직장인이다. 월급 받고 일한다. 단속 실적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 법일까, 정의일까, 아니면 자기 자리일까.

누가 감시자를 감시하는가. 오래된 질문이다. 특사경의 시대, 그 질문은 여전히 답을 기다린다.

특별사법경찰관 인원 및 송치 건수 추이
출처: 대검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