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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1월 3째주] 검찰개혁과 제7공화국

권력의 재편성은 언제나 시민의 자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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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검찰개혁 입법이 진행되는 가운데 제7공화국 개헌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사는 87년 6월항쟁 이후 37년이 지났음에도 검찰 권력이 여전히 중심에 있다며, 진정한 변화는 제도 개혁뿐 아니라 시민의 헌법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24년 겨울이 왔다. 검찰개혁 입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제 개헌을 말한다. 제7공화국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6월 국회 개헌특위 설치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87년 6월. 그때도 시민들이 거리에 있었다. 직선제 개헌이 모든 것을 바꿀 거라 믿었다. 제6공화국이 그렇게 시작됐다. 37년이 흘렀다. 검찰은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있다.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인가.

브루스 애커먼은 『우리 국민(We the People)』에서 미국 헌정사를 이른바 헌법적 전환기(constitutional moment)의 연속으로 해석했다. 남북전쟁 후 수정헌법과 뉴딜 시대의 연방권한 확대, 민권운동 시대의 평등권 확장이 그 전환기들이었다. 한국의 87년 체제가 한계에 봉착한 지금, 우리도 새로운 헌법적 전환기에 서 있는 것일까.

애커먼이 강조한 핵심 개념은 고차 입법(higher lawmaking)이다. 일상적인 정치와 구별되는,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근본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말한다. 87년 6월항쟁이 바로 그러한 순간이었다. 시민들이 직접 헌법의 방향을 결정했다. 그러나 37년이 지난 지금, 개헌 논의가 정치권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현실은 애커먼의 이론이 요구하는 시민 참여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검찰 기관 신뢰도는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20퍼센트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검찰이라는 제도가 시민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애커먼의 관점에서 보면, 제도적 신뢰의 붕괴는 새로운 헌법적 전환의 전조다. 기존 체제가 더 이상 시민의 동의를 유지하지 못할 때, 근본적인 재구성의 요구가 분출하기 때문이다.

애커먼은 헌법적 전환이 성공하려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보았다. 첫째 신호(signaling), 둘째 숙의(deliberation), 셋째 비준(ratification)이다. 현재 한국의 개헌 논의는 첫 번째 단계인 신호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치인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민사회 차원의 본격적인 숙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제7공화국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숙의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국민 We the People』의 관점에서 보면, 검찰 권력의 문제는 특정 개인이나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한 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란 제도적 장치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검찰 개혁 논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다. 하지만 그 방향은 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집권 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혁의 칼날이 향하면서, 정작 시민을 위한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한국에서 검찰은 단순한 법 집행 기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 수사의 주체이자 권력 투쟁의 한 축으로 기능해온 역사가 길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 개혁은 법률 제도의 개편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전환과 직결되는 과제다.

공수처 설립, 수사권 조정 등 제도적 변화가 이뤄졌지만, 권력 구조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졌는지는 논쟁적이다.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져도 기존의 권력 관행이 그대로 이식되면 의미가 반감된다.

헌법은 누가 만드는가. 애커먼의 답은 명확하다.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다. 87년의 시민들이 직선제를 쟁취했듯이, 새로운 헌법적 질서도 시민의 각성과 참여에서 출발해야 한다. 검찰개혁이든 개헌이든, 제도 변화의 주체가 국회의사당 안에만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전환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정치 게임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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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관 신뢰도 추이 최근값
한국행정연구원, 2023 사회통합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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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3 증감
한국행정연구원, 2019·2023 사회통합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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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기준
한국행정연구원, 2019 사회통합실태조사

법무부 법무연감에 따르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2019년 52%에서 2023년 3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도는 56%에서 48%로,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25%에서 18%로 하락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에 달했다.

브루스 애커먼은 『우리 국민(We the People)』에서 미국 헌법의 변화가 공식적 개헌 절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헌법적 순간(constitutional moment)'은 시민이 일상의 정치를 넘어 헌법적 주체로 각성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남북전쟁 후 수정헌법, 뉴딜 시기의 사법 혁명이 그 사례다. 이 순간들은 위기를 통해 헌법의 의미가 재정의되는 과정이다.

애커먼의 이론에서 핵심은 '이중 민주주의(dualist democracy)' 개념이다. 평상시의 민주주의는 선출된 대표자에 의한 일상정치로 운영되지만, 헌법적 순간에는 시민이 직접 나서서 국가의 근본 원리를 재설정한다. 그는 이 두 차원을 혼동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일상적 정치인이 헌법적 권위를 참칭하거나, 반대로 시민이 헌법적 각성 없이 무관심에 빠질 때 위기가 온다.

2024년 12월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즉각적 해제, 이어진 탄핵 정국은 애커먼이 말한 '헌법적 순간'의 한국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시민들이 심야에 국회 앞으로 모여든 것은 일상정치의 범주를 넘어선 헌법적 행위였다. 그러나 이 순간이 진정한 헌법적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일시적 분노를 넘어 제도적 개혁으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애커먼은 헌법적 순간이 자동으로 진보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시민의 각성이 제도로 정착되지 못하면 반동이 뒤따른다. 한국 사회는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거대한 헌법적 순간을 경험했지만, 37년이 지난 지금 그때 쟁취한 민주주의의 내용은 얼마나 충실히 채워졌는가. 헌법이 바뀌는 것은 조문이 아니라 시민의 의식이라면, 지금 우리는 어떤 헌법적 순간을 살고 있는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검찰개혁과 제7공화국

기사는 검찰 권력이 여전한 가운데 제7공화국 개헌론이 대두됐음을 다루며, 시민의 헌법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
최근 검찰 신뢰도

기사는 2019년 대비 검찰 기관 신뢰도 추이를 제시하며, 87년 6월항쟁 이후에도 검찰이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3
향후 전개 방향

기사는 2024년 겨울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와 개헌특위 설치 목표를 제시하며,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검찰 기관 신뢰도 추이
출처: 법무부 법무연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