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23일, 통합돌봄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돌봄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재원과 인프라, 그리고 노동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법안은 이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가 합의했다는 수식어까지 달고 있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은 불안해하는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시간 동안, 현장에서는 무엇이 일어났던가.
돌봄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돌봄을 받으며 태어났고,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것을 '노동'으로 인정하는 데 이토록 인색한가. 더 케어 컬렉티브가 쓴 『돌봄 선언』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인간은 독립적 개인이 아니라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것. 돌봄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삶의 본질이라는 것.
통합돌봄법은 돌봄을 체계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체계만으로 충분할까. 예산 없는 체계, 인력 없는 계획이 과연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토대가 없다면, 결국 또 다른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만다.
한국의 돌봄노동자 처우는 참담하다.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고, 고용은 불안정하며, 사회적 인정은 부족하다. 이들이 돌보는 것은 단순히 개인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다. 노인, 장애인, 아동. 이들을 돌보는 손길이 떨고 있다면,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위기다.
『돌봄 선언』은 돌봄의 위기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한다. 돌봄을 시장에 맡기고,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때, 우리는 공동체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통합돌봄법이 진정한 전환점이 되려면, 돌봄을 권리로 인정하고 돌봄노동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2025년부터 노인 돌봄 예산을 전년 대비 15퍼센트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 예산의 증가율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떻게 쓰이느냐다. 노동자의 처우 개선 없이, 인프라 구축 없이,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돌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돌봄 선언』의 저자들은 이를 '돌봄 인프라'라고 부른다. 도로나 다리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기반이라는 의미다. 한국 사회는 이제 그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통합돌봄법 시행을 앞둔 노동자들의 외침은 단순한 요구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돌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상호의존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돌봄 없이는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이 인간 조건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