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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2월 4째주] 돌봄의 무게

통합돌봄법이 던지는 질문과 『돌봄 선언』이 말하는 상호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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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통합돌봄법 시행을 앞두고 돌봄노동자들이 재원과 인프라, 노동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섰다. 기사는 돌봄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사회 기반 시설로서의 투자로 봐야 하며, 법제만으로는 부족하고 노동자 처우 개선과 예산 뒷받침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2024년 12월 23일, 통합돌봄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돌봄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재원과 인프라, 그리고 노동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법안은 이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가 합의했다는 수식어까지 달고 있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은 불안해하는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시간 동안, 현장에서는 무엇이 일어났던가.

한국의 돌봄노동자는 약 190만 명이다. 그중 95%가 여성이고, 평균 임금은 월 168만 원에 그친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환자의 대소변을 치우고, 어르신의 식사를 챙기고, 장애아동의 등하교를 돕는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받는다. 이들은 감정노동, 신체노동, 시간노동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더 케어 컬렉티브가 쓴 『돌봄 선언』은 이 문제의 뿌리를 파고든다. 이 책은 돌봄이 특별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보편적 조건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이 명백한 사실을 지워버렸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냈고, 돌봄을 사적 영역으로 밀어넣었다. 가족이 하라고, 여성이 하라고, 이주노동자가 하라고.

통합돌봄법의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이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노인돌봄 예산은 3,680억 원이다. 2020년 1,800억 원에서 두 배로 늘었다고 정부는 자랑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은 나라에서 1인당 돌봄 예산은 3만 6천 원에 불과하다. 독일의 10분의 1,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법은 만들었지만 돈은 넣지 않겠다는 것이다.

『돌봄 선언』의 저자들은 돌봄을 중심에 놓을 때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묻는다. 돌봄이 중심이 되면, GDP로 측정되지 않는 가치가 보인다. 아이를 키우는 일, 노인을 돌보는 일, 환자 곁을 지키는 일이 주식 시세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것은 이상론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증명했다. 병원이 멈추자 사회가 멈췄다. 간호사가, 요양보호사가, 돌봄노동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았다.

거리로 나선 돌봄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 사회는 돌봄을 비용으로 볼 것인가, 투자로 볼 것인가. 연간 3,680억 원이 많은가 적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법 조문은 통과했다. 그러나 인식은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공적 돌봄 지출 비율은 GDP 대비 1.2%로, 평균 1.7%에 크게 못 미친다. 북유럽 국가들이 3%대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통합돌봄법이 시행되더라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은 빈 그릇에 불과하다. 현장의 돌봄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가 바로 이 간극에 있다.

법안의 통과는 시작일 뿐이다. 돌봄이 비용이 아닌 투자로,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되려면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거리에 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법조문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그 답은 예산서의 숫자에 달려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돌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의 68%가 여성이며, 돌봄 제공자의 41%가 우울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돌봄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80만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의 56%에 불과하다. 고령 인구가 2025년 전체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돌봄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4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돌봄 투자 필요성

돌봄이 단순한 비용이 아닌 사회 기반 시설로서의 투자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2
현장의 목소리

법제화만으로는 부족하고 노동자 처우 개선과 예산 지원이 필수적임을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제시한다.

3
통합돌봄법 시행 준비

2024년 12월 시행을 앞두고 관련 예산과 인프라 마련, 노동자 권리 보장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한국 노인돌봄 예산 추이
출처: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