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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2월 5째주] 최저임금

매년 반복되는 숫자 싸움과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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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드 앤 다임드
니클드 앤 다임드
바바라 에런라이크
니클드 앤 다임드바바라 에런라이크 · 2001

『니클드 앤 다임드』에서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플로리다의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시급 2.43달러로 일한다. 팁을 합쳐도 한 달 벌이로는 트레일러 한 칸도 빌릴 수 없었다. 그녀는 이중직을 뛰어도 모텔에서 모텔로 떠돌았다. 2001년의 미국 이야기다. 2024년 말,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익숙한 공방이 되풀이됐다. 노동계는 먹고살기 힘드니 올려야 한다고 했고, 경영계는 올리면 더 힘들어진다고 맞섰다.

에런라이크가 잠시 머물렀던 월마트에서는 직원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았다. 시급이 너무 낮아서 자기가 파는 물건도 살 수 없다는 농담. 그런데 정말 농담이었을까. 그녀는 계산해봤다. 월마트 직원이 월마트에서 파는 셔츠 한 벌을 사려면 두 시간을 일해야 했다. 식료품 코너 직원이 자기가 진열하는 우유와 빵을 사려면 한 시간 반이 필요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일상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한 시간을 걸어가는 선택. 점심을 굶고 저녁에 컵라면 두 개를 먹는 선택. 병원 가는 것을 미루고 진통제로 버티는 선택. 에런라이크도 그랬다. 허리가 아파도 병원엔 가지 않았다. 병원비보다 일당이 적었으니까.

한국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024년 기준으로도 적지 않다. 편의점, 카페, 음식점에서 일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고용노동부는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신고하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참는 사람이 더 많다. 서산지청의 발표처럼 임금체불액이 82억원에서 67억원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그 숫자 뒤엔 여전히 돈을 못 받은 사람들이 있다.

에런라이크는 저임금 노동의 가장 큰 모순을 이렇게 정리했다. 일을 할수록 가난해진다는 것.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 그녀가 만난 동료들은 대부분 이중직, 삼중직을 뛰었다. 그래도 자동차 할부금을 내기 빠듯했고, 아이들 학원비는 꿈도 꾸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쪽에선 늘 같은 논리를 편다. 인건비가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 소상공인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에런라이크의 경험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계속 일을 해도 가난한 채로 살아야 하는가?

2025년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새해가 되면 또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또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언론은 몇 퍼센트 올랐는지 내렸는지만 보도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100원, 200원의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에런라이크는 저임금 노동 체험을 마치고 중산층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가 만났던 동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임금을 받는다. 그들에게 최저임금은 추상적인 경제 지표가 아니다.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번 달 월세를 낼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숫자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에런라이크는 묻는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20년이 넘은 질문이지만 여전히 답은 없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최저임금 논쟁은 계속된다. 숫자는 조금씩 오르지만 삶의 무게는 여전히 무겁다.

한국 최저임금 추이
출처: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