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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월 1째주] 출생률과 기업의 미래

교원구몬의 수장 교체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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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의 시대
단절의 시대
피터 드러커
단절의 시대피터 드러커 · 1969

서울 중구 을지로 교원구몬 본사 건물. 겨울 아침 햇살이 유리창에 비스듬히 걸려 있다. 1층 로비를 지나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엘리베이터 안, 누군가가 조용히 말한다. 새 대표가 온단다. 롯데에서.

1985년 창업 이래 교육 사업 한 길을 걸어온 이 회사가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맞은 건 이례적이다. 그것도 유통업계 출신을. 교원구몬은 지난해 12월 롯데마트 대표 출신 강희태를 새 CEO로 영입했다. 40년 가까이 쌓아온 교육 기업의 문법이 흔들리는 순간이었을까.

아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였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으로 떨어졌다. 10년 전의 절반이다. 학습지 시장의 주 고객층인 초등학생 인구는 매년 줄어든다. 교원구몬만의 위기가 아니다. 대교,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한때 한국 교육 시장을 주름잡던 학습지 기업들이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시대에 교육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피터 드러커는 『단절의 시대』에서 기업이 맞닥뜨리는 가장 위험한 순간은 기존 시장이 사라질 때라고 했다. 1969년에 쓰인 이 책이 반세기 후 한국 교육 기업들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드러커는 이럴 때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둘뿐이라고 했다. 새로운 시장을 찾거나, 기존 사업을 완전히 재정의하거나.

교원구몬이 유통업 출신 CEO를 영입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학습지를 파는 회사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파는 회사로의 전환. 그게 무엇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더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함이다.

다시 교원구몬 본사로 돌아가보자. 건물 2층에는 오래된 회의실이 하나 있다. 벽에는 역대 CEO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모두 교육계 출신이었다. 그 옆 빈 자리에 곧 새로운 얼굴이 걸릴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온 이방인의 얼굴이.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인구 절벽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40년간 이어져 온 비즈니스 모델이 통째로 흔들리는 지각 변동이다. 교원구몬의 선택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전통과 단절하고 낯선 이를 불러들이는 것. 그것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때, 기업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이 질문은 교원구몬만의 것이 아니다.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은 모든 한국 기업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질문이다. 학교가 문을 닫고, 소아과가 사라지고, 놀이공원이 텅 비어가는 이 시대에 말이다.

을지로의 아침은 여전히 분주하다. 하지만 그 분주함의 의미는 달라졌다. 이제는 무엇을 더 많이 팔기 위한 분주함이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에 가깝다.

한국 초등학교 학생 수 변화
출처: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