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오늘 아침 먹은 쌀은 누군가의 발명품일지도 모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식물 신품종보호 출원이 1만 4천 건을 넘어섰다. 기후변화 대응 품종부터 바이오 소재까지, 식물이 특허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깊어지고 있다.
1998년 12월 31일, 한국에서 식물신품종보호법이 시행됐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생명을 발명하고 소유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 익숙함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이클 폴란은 『욕망하는 식물』에서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뒤집어 본다. 사과나무가 인간을 이용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그의 관점은 도발적이다. 우리가 식물을 개량한다고 믿지만, 실은 식물이 우리를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품종 개발이 가속화되는 배경엔 기후위기가 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 새로운 병충해, 변화하는 토양. 농업은 이제 생존을 위한 기술 경쟁이 됐다. 그런데 이 경쟁의 끝은 어디일까. 더 많은 품종, 더 강한 저항성, 더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다 보면 우리는 어디에 도착하게 될까.
종자 주권이란 말이 있다. 한 나라가 자국의 종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한국의 종자 자급률은 채소류 기준 35% 수준이다.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신품종 1만 4천 건이라는 숫자가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폴란은 감자의 역사를 추적하며 아일랜드 대기근을 다시 본다. 단일 품종에 의존했던 아일랜드는 감자 역병으로 1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다양성을 잃은 농업의 취약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우리의 신품종 개발은 다양성을 늘리는 것일까, 아니면 특정한 형질만을 극대화하는 것일까.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식물 개발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유전자 편집, 형질 전환, 분자 표지 선발. 과학의 언어로 포장된 이 과정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가는가. 기술이 답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신이 내일 마트에서 만날 농산물들. 그것들의 이름표엔 품종명이 적혀있을 것이다. 신품종보호 출원 번호가 붙어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번호가 말해주지 않는 이야기들, 그 품종이 태어나기까지의 시간과 선택들, 그리고 우리가 그 선택으로 인해 포기하게 된 다른 가능성들을 떠올려볼 일이다.
식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명에 특허를 부여한다는 것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인가. 1만 4천 건이라는 숫자 뒤에 숨은 이 물음들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답해야 할 진짜 과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