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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5월 2째주] 일터의 빈자리

일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나는 시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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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쉿 잡
불쉿 잡
데이비드 그레이버
불쉿 잡데이비드 그레이버 · 2018

당신이 자주 가던 동네 가게가 언제부턴가 문을 닫았다. 단골 식당 사장님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상한 일이다.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는데, 왜 일할 사람은 없는 걸까.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용지수가 4월 기준 마이너스 37을 기록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한다. 노동력 부족이 경제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한국도 머지않은 미래일까.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불쉿 잡』에서 현대 사회의 일자리 대부분이 사실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료제가 만들어낸 허상의 일자리들, 실제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 바쁜 척하는 직업들을 해부한다. 정작 필요한 일은 하찮게 여겨지고, 불필요한 일이 중요하게 포장되는 아이러니.

식당 주방에서 땀 흘리는 일, 요양원에서 노인을 돌보는 일, 청소하고 배달하는 일. 그레이버가 말하는 진짜 일이다. 사회를 실제로 돌아가게 하는 일. 그런데 이런 일자리엔 사람이 오지 않는다. 왜일까.

임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깊은 곳에 뿌리가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손으로 하는 일을 천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누가 정했을까. 서비스업은 임시직이고, 사무직만이 진짜 직업이라는 편견은 어디서 왔을까.

그레이버는 묻는다. 진짜 가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회의를 하는 일이 정말로 음식을 만들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보다 중요한가. 우리가 만든 위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그 허구가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청년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엇갈림 속에서 무엇인가가 깨져가고 있다. 노동의 가치, 일의 의미, 삶의 방향에 대한 우리의 관념 자체가.

당신도 어쩌면 불쉿 잡에서 일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진짜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지도.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다. 일의 가치를 재정의하지 않으면, 일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가게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레이버가 남긴 질문이 무겁다. 만약 당신의 직업이 내일 사라진다면, 세상은 정말로 곤란해질까. 아니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까.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 일은 정말로 필요한 일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모두 답을 찾아야 한다.

한국 청년 니트족 비율 추이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