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집중 읽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책으로 세상을 보다 6월 1째주] 최저임금의 그늘

우리가 보호한다고 믿는 제도가 정작 누군가를 배제할 때

기사 듣기
노동의 배신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노동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 2001

당신은 장애인 고용 부담금이 왜 최저임금의 60퍼센트에 불과한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내는 벌금이 한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면, 그것을 과연 부담금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제도는 늘 선한 의도로 시작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작동한다.

한준규 한국일보 정책사회부장이 지적했듯이, 한국에서는 하루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난해에만 1만4439명이다. 이 숫자 뒤에는 각자의 절망이 있겠지만, 그중 상당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일을 해도 살 수 없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약자를 보호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은 2001년 미국에서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실험을 담은 책이다. 웨이트리스, 청소부, 마트 직원으로 일하며 그녀가 발견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풀타임으로 일해도 집세를 낼 수 없었고, 두 개의 일자리를 뛰어도 의료보험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가난할수록 더 비싸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보증금이 없어 비싼 모텔에서 살고, 냉장고가 없어 매일 비싼 패스트푸드를 사먹어야 했다. 일하는 빈곤층이라는 말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가. 그들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배제된 것이다. 에런라이크는 묻는다. 최저임금이 과연 인간다운 삶의 최저선을 보장하는가.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격론 끝에 인상률을 결정하지만, 정작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은 늘어만 간다. 가사 도우미, 수습 직원, 장애인 근로자까지. 보호받아야 할 사람일수록 제도의 사각지대로 밀려난다. 2025년 최저임금이 1만1150원으로 올랐지만, 이 금액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이들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편의점 무인화가 가속되고, 식당은 키오스크로 대체된다. 기술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본질은 인건비 절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가장 약한 고리를 끊어버리는 역설이 반복된다.

장애인 고용률은 2018년 2.9퍼센트에서 2023년 3.1퍼센트로 5년간 고작 0.2퍼센트포인트 올랐다. 의무고용률 3.1퍼센트를 간신히 채운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증 장애인 위주다. 중증 장애인은 여전히 노동시장 밖에 있다. 최저임금의 60퍼센트를 내면 고용 의무가 면제되는 현실에서, 기업에게 장애인은 비용일 뿐이다.

에런라이크는 책 말미에 고백한다. 실험을 그만두고 중산층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자신과 달리,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는 탈출구가 없었다고.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일자리마저 잃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제도를 만들 때 늘 평균적인 사람을 상정한다. 하지만 현실에는 평균적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다른 조건과 한계를 가진 구체적인 개인들이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이라는 하나의 기준선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그 임금조차 받을 수 없는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배제하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장애인 고용률 추이
출처: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