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그 집의 월세는 얼마인가. 만약 정부가 월세 3만원짜리 집을 준다면, 아이를 낳을 것인가.
정부가 신생아를 낳으면 1억원대 주택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금리는 연 1.6~3.3%로 시중보다 낮다. 월세도 3만원대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출산하면 집을 해결해주겠다는 파격적 제안이다. 정책 이름은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이다.
미국의 도시학자 매튜 데스몬드는 『쫓겨난 사람들』(2016)에서 밀워키 빈민가의 퇴거 현장을 8년간 추적했다. 그가 본 것은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었다. 집을 잃는다는 것은 아이의 학교를 잃는 것이고, 직장 가는 길을 잃는 것이며, 이웃과의 관계를 잃는 것이었다. 퇴거는 빈곤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었다.
한국의 신혼부부들은 어떤가. 전세 2억에서 시작해 매년 5천만원씩 오르는 집값을 쫓아다닌다. 아이가 생기면 방 하나가 더 필요하고, 그만큼 임대료는 뛴다. 학군을 따라 이사하고, 또 이사한다. 데스몬드가 관찰한 강제 퇴거와는 다르지만, 자발적 떠돌이의 삶이다.
정부 지원금 1억원이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원을 넘었다. 1억원은 계약금도 안 된다. 월 3만원 임대주택은 어디에 지어질까. 출퇴근에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곳이라면?
데스몬드는 책에서 묻는다. 왜 우리는 주거를 시장에만 맡겨두는가. 교육과 의료는 공공재로 여기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는 곳'은 왜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가. 그는 '주거 바우처' 같은 보편적 지원을 제안한다. 특정 조건(신생아 출산)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권리로서.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 변화다. OECD 평균은 8%대를 유지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문다. 더 눈여겨볼 것은 증가 속도다. 2018년 이후 거의 정체 상태다. 민간 시장에 주거를 맡긴 결과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증상에 대한 처방이다. 출산율이 낮으니 출산하면 돈을 준다. 하지만 병의 뿌리는 더 깊다. 왜 젊은이들이 집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포기하는가. 왜 주거가 삶의 안전망이 아니라 불안의 진원지가 되었는가.
데스몬드의 책 제목 '쫓겨난 사람들'은 의미심장하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물리적으로 쫓겨나지 않았지만, 이미 이 도시에서 쫓겨난 것 아닐까. 높은 집값에, 불안정한 일자리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정부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들은 왜 쫓겨났는가. 그리고 어떻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