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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8월 3째주] 고령화 시대의 돌봄

기술이 닿지 못하는 손끝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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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 2014

당신은 마지막으로 부모님 손을 잡아본 게 언제인가. 주말에 안부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도 버거운 일상 속에서, 우리는 늙어가는 이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안도하면서도, 정작 내 곁의 노인들이 겪는 고독에는 눈감고 있지 않은가.

엔솔바이오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대 핵심 라인을 구축하며 질병 정복의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뇌 속 단백질 엉킴을 풀어내는 방법을 찾고 있고, 투자자들은 고령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계산한다. 하지만 치료제가 나온다 해도, 기억을 잃어가는 이들의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을까.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의학의 한계와 돌봄의 본질을 묻는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외과의사인 그는 현대 의학이 수명 연장에는 성공했지만, 삶의 질과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병원 침대에 누워 각종 기계에 둘러싸인 환자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완디는 한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말기 암 진단을 받은 80대 여성. 의사들은 항암치료를 권했지만, 그녀가 원한 것은 단 하나였다. 손녀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 생명 연장이 아닌 의미 있는 시간을 택한 그녀의 선택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먼저 고민해야 하나.

어촌 지역의 고령화율이 도시의 두 배를 넘어섰다. 바다를 삶터로 살아온 이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정부는 원격 의료 서비스를 도입한다지만, 화면 너머 의사가 할아버지의 등 굽은 사연까지 알아볼 수 있을까. 기술이 메우지 못하는 빈자리가 너무 크다.

우리는 효율을 추구한다. 빠른 진단, 정확한 치료, 경제적 부담 최소화.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떨리는 노인의 손을 잡아주는 일, 흐릿한 눈동자를 마주 보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이 행위들이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치료일지도 모른다.

가완디는 말한다. 의학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죽음을 실패로 여기게 되었다고. 그러나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 삶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것이다. 첨단 치료제도, 원격 의료 시스템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보다 앞서 이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기계가 아닌 사람이, 약물이 아닌 관계가 중심이 되는 돌봄. 그것이 가능할까. 아니, 우리에게 그럴 준비가 되어 있나.

저녁 뉴스는 오늘도 신약 개발과 의료 기술 혁신을 전한다. 희망적인 소식들이다. 그런데 당신 부모님은 오늘 누구와 대화를 나누셨나. 병원 예약은 혼자 하실 수 있나. 외로움이라는 병은 어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다.

결국 우리 모두는 늙는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세상이 훗날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다. 첨단 의료 기술과 따뜻한 돌봄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할까. 당신은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가. 그리고 당신의 부모님은, 지금 어떻게 늙어가고 있나.

한국 농어촌 고령화율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