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살던 동네에서 가장 최근에 문을 닫은 가게는 무엇이었나. 약국이었을까, 문방구였을까. 아니면 오래된 슈퍼마켓이었을까.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는 2024년 한 해 동안 태어난 아이가 단 3명이었다. 119억원을 들여 1288가구에 LPG 배관망을 구축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그 배관으로 온기를 전할 아이들은 사라지고 있다.
일본의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896개 자치단체가 소멸할 것이라 예측했다. 2010년의 일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과장된 경고라 여겼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유구읍의 출생아 3명이라는 숫자는 그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보여준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의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한 학년이 사라지고, 소아과가 문을 닫으며,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 소리가 끊긴다. 버스 노선이 줄어들고, 은행 지점이 철수한다. 마스다는 이를 '극점사회'라 불렀다. 모든 것이 대도시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같은 현상.
유구읍의 LPG 배관망 사업은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이 사업이 끝날 때쯤, 과연 몇 가구가 남아 그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인프라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지만, 그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 없다면 누구를 위한 투자인가.
마스다는 지방소멸의 원인을 '젊은 여성'의 유출에서 찾는다. 20~39세 여성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면 그 지역은 소멸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유구읍의 출생아 3명이라는 숫자 뒤에는 떠나간 젊은 여성들의 선택이 있다. 더 나은 일자리, 더 많은 기회, 더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찾아 떠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장려금을 늘리고, 귀농귀촌 지원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마스다는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제안한다. 모든 지역을 살릴 수는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재편하는 전략.
유구읍에 놓이는 LPG 배관은 과거의 계획이 현재의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사례일 수도 있다. 2023년 계획 당시와 2025년 완공 시점의 유구읍은 같은 곳이 아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는 행정의 속도보다 빠르다.
당신의 고향은 어떤가. 명절에 가는 그곳의 풍경은 매년 어떻게 변하고 있나. 빈집이 늘어나고, 학교가 통폐합되며, 버스 시간표가 뜸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구읍의 출생아 3명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스다의 경고는 단순히 지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극점사회의 끝에는 대도시의 과밀화와 그로 인한 새로운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집중의 이면에는 반드시 소외가 따른다. 균형은 이미 깨졌고,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유구읍의 LPG 배관망이 완성되는 2025년 말, 그곳에는 몇 명의 아이가 태어날까. 따뜻한 난방은 있지만 미래는 없는 마을.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내일의 모습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