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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9월 3째주] 청년주거

국토부가 찾아간다는 상담소와 우리가 찾지 못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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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다
집이 없다
후지타 다카노리
집이 없다후지타 다카노리 · 2019

상담사가 대학 캠퍼스에 천막을 쳤다. 청년주거상담소라는 현수막 아래 앉아 기다린다. 학생들이 지나간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친다. 가끔 멈춰 서는 이가 있다. 원룸 보증금이 또 올랐다며 한숨을 쉰다. 상담사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대출 한도, 금리 우대, 청년 전세임대. 학생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표정은 밝아지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찾아가는 청년주거상담소'를 운영한다고 했다. 대학과 청년 밀집 지역을 돌며 주거 정책을 안내한다. 맞춤형 상담도 제공한다. 의도는 선하다. 청년들이 정책을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다는 진단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청년들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가 정보 부족 때문일까.

2019년 일본의 사회학자 후지타 다카노리는 『집이 없다』는 책을 썼다. 도쿄의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룬 르포르타주다. 그는 3년간 넷카페, 쉐어하우스, 탈법 숙소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놀라운 건 이들 대부분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프리터, 파견직, 계약직. 월급을 받지만 집을 구할 수 없었다. 보증인이 없어서, 보증금이 부족해서, 정규직이 아니어서.

후지타가 만난 28살 청년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월 15만엔을 벌었다. 도쿄 외곽의 원룸 월세가 7만엔. 초기 비용까지 계산하면 불가능했다. 그는 24시간 넷카페에서 살았다. 하루 2400엔. 한 달이면 7만엔이 넘는다. 원룸보다 비쌌다. 그런데도 넷카페를 떠날 수 없었다. 목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서울의 대학가 원룸 보증금은 1000만원을 넘었다. 월세는 60만원이 기본이다. 최저시급으로 주 40시간 일하면 월 200만원 정도 번다. 월세와 생활비를 빼면 얼마 남지 않는다. 보증금을 모으려면 몇 년이 걸릴까. 그 사이 월세는 또 오른다.

정부는 청년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늘렸다. 금리도 낮췄다. 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 그런 직장을 가진 청년이 얼마나 될까. 비정규직은 대출 심사에서 불리하다. 프리랜서는 더 어렵다. 결국 지원이 필요한 이들은 지원받기 어렵다.

후지타는 주거 문제를 '사회적 배제'의 관점에서 본다. 집이 없으면 주소가 없다. 주소가 없으면 구직이 어렵다. 계약직이면 집 구하기가 어렵다. 악순환이다.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들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조의 문제다.

상담소의 천막 앞을 지나가는 청년들을 다시 본다. 이들이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대출 상품 안내일까, 아니면 부담 가능한 집일까. 정보는 스마트폰으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집은 검색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상담사가 천막을 정리한다. 오늘 상담받은 청년은 열 명 남짓. 그중 실제로 집을 구할 수 있는 이는 몇 명일까. 내일도 상담소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청년들은 여전히 비싼 월세를 내거나, 더 먼 곳으로 밀려난다. 찾아가는 상담소가 있어도, 청년들이 찾아갈 수 있는 집은 늘지 않는다.

서울 청년 1인가구 월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률
출처: 서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