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5년쯤 누군가 인천의 역사를 쓴다면, 2025년 10월을 어떻게 기록할까. 아마도 이렇게 쓸지 모른다. 그해 가을, 인천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였지만, 그 증가의 무게는 고르지 않았다고. 원도심은 비어가고 신도심은 차오르던 시절이었다고.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시점에서 보면, 인천의 풍경은 단순한 인구 이동 그래프로 읽히지 않는다. 청년들이 떠난 자리, 노인들만 남은 골목, 그리고 새 아파트 단지로 몰려드는 젊은 부부들. 이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김현미가 쓴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는 이주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시대의 강요로 읽는다. 저자는 필리핀 이주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며, 떠남이 어떻게 생존의 전략이 되는지 추적한다. 그들에게 이동은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이면서 동시에 뿌리 뽑힌 자의 상실이었다.
인천 원도심을 떠나는 청년들도 다르지 않을까. 그들은 왜 떠나는가. 일자리를 찾아서라고 답하기엔 너무 단순하다. 신도심의 번쩍이는 간판들, 깔끔한 거리, 새로 지은 건물들이 약속하는 것은 단지 편리함만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라는 이름의 환상이다.
김현미는 이주를 '감정의 지리학'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단지 경제적 이유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소속감, 인정, 가능성이라는 감정이 그들을 움직인다. 원도심에 남은 이들은 무엇을 붙들고 있는가. 떠나지 못하는 것인가, 떠나지 않는 것인가.
통계는 차가운 숫자로 이 감정을 드러낸다. 한국의 지방 소멸 위험 지역은 2019년 89개에서 2024년 108개로 늘어났다. 5년 사이 19개 지역이 더 위태로워졌다. 인천 원도심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
우리는 종종 도시를 생명체로 비유한다. 늙고 젊어지고, 병들고 회복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는 생명체가 아니다. 도시는 사람들이 만든 약속이다. 함께 살기로 한 약속, 서로를 돌보기로 한 약속. 그 약속이 깨질 때 도시는 쇠락한다.
인천의 청년들이 원도심을 떠나는 것은 그 약속에 대한 불신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판단. 하지만 신도심이 정말 그들에게 미래를 보장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떠남을 준비하게 될 뿐인가.
김현미의 책은 이주자들이 결국 '집'을 찾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계속 움직인다. 집은 장소가 아니라 관계였고, 관계는 고정되지 않았다. 인천의 청년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이 찾는 것은 단지 살 곳이 아니라 살 이유다.
2025년 10월의 인천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도시란 무엇인가. 청년에게 도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 떠나고 또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