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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1월 1째주] 공공의료 데이터

AI가 약속한 미래와 17건이라는 현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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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의료 데이터의 AI기업 제공 실적 17건이라는 낮은 수치는 한국의 의료 데이터 활용 미흡을 드러낸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 부재, 부처 간 칸막이 등 복잡한 요인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데이터를 공공재로 보는 상상력 부족이 핵심이다.

2025년 11월 초, 감사원이 발표한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보건의료 공공데이터의 AI기업 제공 실적, 17건. 수개월간의 감사 결과였다.

17건이라니. 매일같이 AI 혁신을 외치는 시대에 이 숫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 했던가. 그런데 우리는 원유를 땅속에 묻어두고 있는 셈이다. 아니, 어쩌면 파낼 삽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지도.

미셸 푸코는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18세기 말 프랑스 병원의 변화를 추적했다. 환자를 분류하고, 증상을 기록하고,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시대. 의학이 개인의 경험에서 집단의 지식으로 전환되던 순간이었다. 푸코가 주목한 건 이 전환의 정치성이었다. 누가 데이터를 만들고, 누가 해석하며, 누가 사용하는가.

오늘날 의료 데이터를 둘러싼 풍경은 어떤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진료 기록이 잠들어 있다. 혈압과 혈당, 처방전과 수술 기록. 한 사회의 건강 지도가 그 안에 있다. 그러나 접근은 제한적이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 아래, 혹은 관료적 타성 속에서.

물론 개인정보 보호는 중요하다. 의료 데이터만큼 민감한 정보가 또 있을까. 하지만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데이터는 그저 디지털 무덤 속에서 썩어갈 뿐이다.

푸코는 의학적 시선이 권력의 한 형태라고 봤다. 환자를 관찰하고 분류하는 행위 자체가 통치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의료 AI는 누구를 위한 시선인가. 17건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아직 이 질문에 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공공의료 데이터의 활용이 저조한 이유는 복잡하다. 법적 규제, 기술적 한계, 부처 간 칸막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공성에 대한 상상력 부재가 아닐까. 데이터를 공공재로 보는 시각,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의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건강보험 체계, 의료 접근성, 진료 수준. 그런데 왜 데이터 활용에서는 이토록 뒤처져 있을까. 혹시 우리는 20세기의 성공에 안주한 채 21세기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푸코가 오늘의 한국 의료 현장을 본다면 무엇이라 했을까. 아마도 그는 17건이라는 숫자 뒤에 숨은 권력관계를 물었을 것이다.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고, 누가 배제되며, 그 결과 누가 이익을 보는가.

『임상의학의 탄생』이 진단하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치료의 기술이 아니라 돌봄의 구조다. 질병을 고치는 능력은 놀랍게 발전했지만, 누가 어떤 조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불평등하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 시스템으로 평가받지만, 보장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비급여 항목이 많아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은 환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제도의 외형과 실질 사이의 간극이 크다.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의료 시스템의 시장화가 낳은 결과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편중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지방의 의료 공백은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면서 지방 주민들은 기본적인 진료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의료 접근성의 지역 격차는 생명권의 불평등으로 직결된다.

의료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AI도,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17건에서 시작해도 좋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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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데이터 AI기업 제공 실적
2025년 11월 감사원 발표, 수개월간 감사 결과

미셸 푸코는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18세기 말 프랑스 병원의 변화를 추적했다. 환자를 분류하고, 증상을 기록하고,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시대. 의학이 개인의 경험에서 집단의 지식으로 전환되던 순간이었다. 푸코가 주목한 건 이 전환의 정치성이었다. 누가 데이터를 만들고, 누가 해석하며, 누가 사용하는가.

오늘날 의료 데이터를 둘러싼 풍경은 어떤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진료 기록이 잠들어 있다. 혈압과 혈당, 처방전과 수술 기록. 한 사회의 건강 지도가 그 안에 있다. 그러나 접근은 제한적이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 아래, 혹은 관료적 타성 속에서.

물론 개인정보 보호는 중요하다. 의료 데이터만큼 민감한 정보가 또 있을까. 하지만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데이터는 그저 디지털 무덤 속에서 썩어갈 뿐이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의료 데이터 활용 패러다임 전환

한국은 의료 접근성과 시스템 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데이터 기반 혁신에서는 뒤처져 있다. 공공의료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은 개인맞춤형 진료와 질병 예방으로 의료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요소다.

2
공공성 vs 개인정보 보호

개인정보 보호는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규제와 관료적 타성이 데이터 활용을 막는다. 보호와 활용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21세기 의료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3
권력 구조와 데이터 거버넌스

누가 데이터를 만들고, 누가 해석하며, 누가 사용하는가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윤리 문제다. 투명한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AI 시대 의료 신뢰의 기반이 될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도입률
출처: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