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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1월 3째주] 육아휴직 격차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데 왜 당신은 3년, 나는 1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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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이라는 이름
계급이라는 이름
조안 C. 윌리엄스
계급이라는 이름조안 C. 윌리엄스 · 2017

공무원은 자녀 한 명당 3년, 민간 노동자는 최대 1년 6개월. 육아휴직 기간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헌법소원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언제부터 노동자를 두 종류로 나누기 시작했을까. 공무원과 비공무원이라는 구분이 육아라는 보편적 경험 앞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이 놀라운가.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현실인가.

미국의 사회학자 조안 C. 윌리엄스는 『계급이라는 이름』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노동자는 가족을 위한 시간을 보장받고, 어떤 노동자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가. 그는 이것을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 문화의 문제로 본다.

윌리엄스가 주목하는 것은 전문직과 노동계급 사이의 문화적 격차다. 전문직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지만, 노동계급은 그런 균형 자체를 사치로 여기도록 길들여진다. 한국의 육아휴직 격차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공무원의 3년은 안정성의 상징이다. 민간 노동자의 1년 6개월은 불안정성의 반영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공무원이든 아니든 똑같이 3년을 자란다. 제도가 만들어낸 시간의 격차는 결국 아이들이 경험하는 돌봄의 격차로 이어진다.

윌리엄스는 계급 격차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자녀 양육이라고 말한다. 중산층은 아이에게 시간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지만, 노동계급은 그럴 여유가 없다. 한국의 육아휴직 제도는 이런 격차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흥미로운 것은 이 격차가 법적으로 정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이라는 서로 다른 법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법이 다르다고 해서 육아의 무게가 달라지는가. 아이를 키우는 시간의 가치가 달라지는가.

111명이 함께 낸 헌법소원이 5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똑같은 시간을 보장받고 싶다는 것뿐이다.

윌리엄스의 책은 이런 격차가 개인의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계급은 단순히 소득의 차이가 아니라, 삶의 가능성 자체를 다르게 만드는 힘이다. 육아휴직의 격차는 바로 그 힘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 사회는 언제까지 노동자를 두 종류로 나누어 대우할 것인가. 그리고 그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는가. 아마도 그 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라는 아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육아휴직 사용률 추이 (공무원 vs 민간)
출처: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