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집중 읽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책으로 세상을 보다 11월 4째주] 천원의 무게

인천시 천원 시리즈가 묻는 청년 주거의 본질

기사 듣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 2016

2025년 11월, 인천시가 천원 세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천원 주택, 천원 택배에 이은 세 번째다.

하루 천원. 한 달이면 3만원. 인천시는 이 가격에 아파트를 빌려준다. 청년들이 몰렸다.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었다. 당연한 일이다. 서울 원룸 월세가 평균 70만원을 넘는 시대에 3만원이라니. 그런데 정말 3만원이 문제의 핵심일까.

박준이 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가난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미래가 없는 거였다." 시인은 2016년 이 시집으로 주목받았다.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삶을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인천시가 천원 주택을 내놓았다.

천원이라는 상징적 가격 뒤에는 계산이 숨어 있다.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률이 30%를 넘는다. 수입의 3분의 1이 집값으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나머지로 먹고, 입고, 배우고, 만나야 한다. 저축은 사치다. 그래서 인천시가 나섰다. 주거비를 확 낮춰서 청년들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게 해법인가 하는 점이다. 천원 주택에 당첨된 청년은 행운아다. 하지만 떨어진 수십 명은 여전히 비싼 월세를 내야 한다. 복권 당첨자를 만드는 것과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인천시도 알 것이다. 276억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박준의 시집은 가난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구조의 문제로 본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지어 먹고살았다"는 구절처럼, 청년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버틴다. 천원 주택도 비슷하다. 운 좋은 소수가 아닌, 대다수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게 진짜 질문이다.

전국 지자체가 인천의 실험을 주목한다. 고창군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청년 정착 사업을 벌인다.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청년을 붙잡아야 지역이 산다. 하지만 청년들은 묻는다. 우리를 왜 붙잡으려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인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수도권 전입 청년 수는 계속 늘었다. 지방은 반대다. 천원 주택 몇 채로 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걸까.

박준은 가난의 언어를 바꿨다. 신파도, 분노도 아닌 담담함으로. 인천시의 천원 시리즈도 언어를 바꾸는 시도일지 모른다. 주거는 비용이 아니라 권리라는. 하지만 아직은 실험이다. 성공할지는 모른다.

천원에는 무게가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묵직하다. 한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도, 바꾸지 못할 수도 있는 무게. 그 무게를 재는 저울은 우리 각자가 들고 있다.

수도권 청년(20-39세) 순전입 인구
출처: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