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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월 1째주] 에너지 안보

위기의 시간을 버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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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러플 오브젝트
쿼드러플 오브젝트
그레엄 하먼
쿼드러플 오브젝트그레엄 하먼 · 2019

당신의 책상 위에는 아마 따뜻한 커피가 놓여 있을 것이다. 사무실 창밖으로는 겨울 햇살이 들어오고, 난방기는 조용히 돌아간다.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의식할까.

중동에서 다시 불안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고, 천연가스 가격이 요동친다. 한국 정부는 급하게 대책을 마련한다. 놀랍게도 그 답안지에는 '석탄'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2026년에 석탄이라니. 탄소중립을 외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석탄은 비상구다.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열어야 하는 문. 정부 관계자들도 이를 '시간을 벌어주는 완충재'라고 표현한다. 근본 해법이 아님을 알면서도, 당장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꺼내든 묵은 장작 같은 것.

그레엄 하먼의 『쿼드러플 오브젝트』는 사물들이 서로 완전히 만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석탄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럴까. 19세기 산업혁명의 연료로, 20세기 공해의 주범으로, 21세기 퇴출 대상으로만 알았던 석탄이 2026년에는 안보 자산으로 돌아왔다.

하먼은 사물이 시간 속에서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간직한다고 썼다. 석탄도 그렇다. 검은 덩어리는 그대로지만, 우리가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은 계속 달라진다. 필수품이었다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가, 다시 필수품이 된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90%를 넘는다. 이 숫자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은 발전했고 대체 에너지도 늘었지만, 근본적인 취약함은 그대로다. 어쩌면 우리는 진짜 독립을 이룬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겨울이 오면 난방을 켜듯, 위기가 오면 석탄을 떠올린다. 이것이 과연 후퇴일까, 현실일까. 하먼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미래라는 대상과도 완전히 만나지 못한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약속과 2026년 석탄 재가동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

사물은 항상 물러나 있다고 하먼은 썼다. 손에 잡히는 것 같다가도 빠져나간다. 에너지 안보도 그렇다. 잡은 듯하면 놓치고, 해결한 듯하면 새로운 위기가 온다.

지금 당신이 마시는 커피가 식기 전에, 이 문제는 해결될까. 아니면 우리는 계속해서 비상구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살아갈까. 답은 없다. 다만 오늘도 당신의 사무실은 따뜻하고,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에너지 수입의존도 추이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